신임 경찰청장 후보자는 부끄럼쟁이다. 8월1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일으킨 1993년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경찰 내부 징계 기록을 요구했다. 이철성 후보자는 “당시 조사를 받는데 너무 정신도 없고 부끄러워서 (경찰) 신분을 밝히지 못했다”라며, “내부 징계는 받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당시 이 후보자는 중앙선을 침범해 차량 2대를 들이받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임명되면 음주운전 단속 정책에 극적 변화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매서운 검증을 거쳤으니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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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는 또 ‘생계형 비리’ 의혹이 나왔다. 다름 아닌 대북 확성기(사진) 구매 사업에서다. 최근 군 검찰은 국방부 심리전단 관계자의 사무실과 자택, 납품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방부가 확성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한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당초 군은 10㎞ 떨어진 곳에서도 또렷이 들리는 확성기를 원했는데, 선정된 업체 제품은 도달 범위가 3㎞에 불과했다. 기술이 떨어지는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해당 업체에 유리한 심사 항목을 끼워넣은 정황도 보인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박근혜 대통령의 역점 사업이다. 지난 1월 대국민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지속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3㎞ 내에서만 들리는 대북방송 속 ‘진실’은 DMZ 고라니들만 감화시키게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독특한 역사관을 뽐낸 게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광복절 기념사에서는 평소보다 더 도발적 견해를 뽐냈다. 안중근 의사가 “차디찬 하얼빈의 감옥에서 ‘천국에 가서도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라는 유언을 남기셨다”라고 말했다. 안 의사가 순국한 곳은 뤼순 감옥이고, 하얼빈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곳이다. 아이돌이었다면 눈물로 사죄했어야 마땅할 말실수다. ‘본론’을 말할 때는 실수가 없었다. ‘노동개혁’ ‘사드 배치’를 강하게 주장했다.

8월11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박 대통령은 농담을 던졌다. “‘할머니 비켜주세요’가 경상도 사투리로는 ‘할매 쫌’”이란 내용이다. 대통령 본인을 향해서도 쓸 수 있는 ‘꿀팁’이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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