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을 전공할 때 들었던 수업에서 교수들은 건강한 언론 모델로 해외 매체를 자주 꼽았다. 구독 대 광고 수입 비중이 60% 대 40%, 70% 대 30% 정도 되어야 건강한 매체라고 했다. 현재 〈시사IN〉이 그렇다. 삼성 기사 삭제 사건이 발단이 되어 창간한 탓인지 출발부터 기업 광고가 거의 없었다. 진성 독자가 수익의 전부였다. 광고팀 식구들이 발로 뛰면서 광고 수익도 창간 초기에 비해 올라가고 있다. 그렇게 우리의 버팀목인 독자들 가운데 일부가 화가 났나 보다. 이번 주 판매팀으로 항의 전화가 적지 않게 걸려왔다. 절독하겠다는 전화였다. 메갈리아 사태와 관련된, 기자의 칼럼과 외부 필자의 칼럼을 문제 삼았다.

〈시사IN〉 편집국은 최대한 기자들의 자율성을 존중한다. 매주 기자들이 어떤 기사를 쓰겠다고 발제를 하면 가급적 그 기획안을 존중한다. 성우가 메갈리아 티셔츠 때문에 게임회사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한 사건이 터졌을 때, 한 기자가 쓰겠다고 했다. “새로운 팩트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없다”고 했다. 이미 보도된 내용을 반복하는 동어반복성 기사는 안 된다고 잘랐다. 그 뒤 메갈리아 사태는 확전되었다. 또 다른 기자가 그 논쟁을 다루겠다고 발제했다. 새로운 시각이 담긴 기획이 아니었다. 잘랐다. 대신 천관율 기자에게 데이터에 근거한 기사를 기획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3주 가까이 준비한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올린다.

〈시사저널〉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성우제 선배가 최근 자신이 겪은 열두 명 스승을 다룬 〈딸깍 열어주다〉라는 책을 냈다. 내가 수습기자 시절 겪은 두 선배 이야기도 담겼다. ‘안깡’으로 불린, 베트남전 최후의 종군기자로 유명한 안병찬 선배와 ‘김국’으로 불린, 지금은 소설가로 이름을 날린 김훈 선배다. 안깡이나 김국은 팩트를 꾸역꾸역 기사에 밟아 담으라고 했다. 둘 다 ‘팩트 신봉자’였다.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라고 했다. 굳이 두 선배 이야기를 꺼낸 건, 이번 커버스토리 역시 팩트를 담았고,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 커버스토리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예상된다. 이 기사 때문에 절독하겠다는 구독자 의사도 나는 소비자 권리로서 존중한다. 다만 하나만 부탁드린다. 절독을 하기 전에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분석 기사 등 그동안 〈시사IN〉이 보도한 기사들을 한 번쯤은 떠올려주기 바란다. 누구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한 기사가 아니었다. 팩트와 심층 분석에 충실한 기사였다.

〈시사IN〉이 메갈리아를 옹호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들어온다. 〈시사IN〉이 창간하며 내건 사시로 답변을 대신 드리겠다. 〈시사IN〉은 모든 권력과 성역으로부터 독립된 언론, 현상 너머 이면을 탐사하는 언론, 깊이 있는 시선으로 세상을 통찰하는 언론을 지향한다. 이번 커버스토리 역시 〈시사IN〉 사시에 어긋나지 않은 기사라고 감히 답을 드린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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