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지점에 손이 닿았다. 전광판에 공식 기록이 표시되었다. 1분4초66. 예선 기록 1위인 오스트레일리아의 케이트 캠벨(52초78)에 한참 못 미친 기록이지만, 레이스를 마친 유스라 마르디니(18)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8월10일(현지 시각) 펼쳐진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자유형 100m 예선전. 전체 46명 가운데 45위에 그치며 마르디니의 올림픽은 끝이 났지만, 그녀의 완주는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게 됐다. 사상 첫 올림픽 난민 대표팀(ROT·Refugee Olympic Team)의 일원으로 출전한 그녀는 이미 이번 리우 올림픽의 아이콘이 되었다.

마르디니는 원래 시리아 출신 수영 유망주였다. 열네 살이던 2012년에는 세계 쇼트 코스 수영 선수권 대회(25m 규격의 경기장에서 펼치는 대회)에 시리아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시리아 내전으로 집이 파괴되면서, 유스라 마르디니는 언니인 사라 마르디니와 함께 피란길에 올랐다.

난민이 된 마르디니 자매는 우여곡절 끝에 터키 이즈미르에 도착했다. 유럽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그리스 레스보스 섬으로 향하는 보트에 올라타야 했다. 보트는 출발 30분 만에 모터가 고장이 났고, 원래 6~7명만 탈 수 있는 보트에 난민 20명이 탔다. 자칫하면 배가 전복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마르디니 자매는 다른 한 여성과 함께 바다에 뛰어들었다. 보트에 탄 사람 가운데 수영할 수 있는 이는 이들 셋뿐이었다. 세 여성은 가라앉는 보트를 붙잡고 레스보스 해변까지 헤엄쳤다. 세 시간 넘게 사투를 벌인 끝에 17명과 함께 무사히 그리스에 도착했다. 이후 마르디니 자매는 난민 지위를 받고 독일에 정착했다. 지난 3월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스라 마르디니는 악몽 같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여기서 빠져 죽으면 정말 부끄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수영 선수니까”라고 말했다.

ⓒAP Photo

유스라 마르디니에게 올림픽 출전은 꿈처럼 찾아왔다. IOC가 난민대표팀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마르디니는 당당히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녀가 출전한 올림픽 종목은 여자 자유형 100m와 접영 100m. 첫 시합이었던 접영 경기에서는 예선 1조 1위를 기록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그러나 전체 기록은 41위를 기록해 준결승에 진출하지는 못했다).

올림픽을 마친 유스라 마르디니는 “그저 수영을 계속하고 싶고, 난민들을 계속 돕고 싶다”라고 말했다. 난민 대표팀은 현재 총 10명(남자 6명, 여자 4명)이 육상·유도·수영 등에 참가 중이다. 그녀는 올림픽 스폰서인 비자(VISA) 카드 광고 모델이 되면서 자신의 이름과 난민 대표팀을 전 세계에 알렸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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