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용일 뿐 미국의 미사일방어(MD)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경북 성주군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가 탐지거리 600㎞인 종말단계 레이더라는 점을 든다. 정부의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사드 해법 릴레이 인터뷰 두 번째 전문가로 오랫동안 MD를 천착해온 연세대 최종건 교수(정치외교학과)를 만났다.

 

ⓒ시사IN 윤무영 최종건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정치학 박사. 통일부·외교부·공군 정책자문위원. 연세대 항공우주력 학술프로그램 간사.

정부는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용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라고 하지만 사드 무기체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의 핵심 요소다. MD는 상대의 미사일을 요격하고 싶어 하는 신념체계이기 때문에 진화한다. 현재 사드의 레이더 탐지거리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우리가 아무리 그렇게 주장해도 중국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을 수 없고, 주한미군이 운용을 담당하기 때문에 탐지거리를 검증할 수도 없다.

종말단계 레이더는 MD와 무관한가?

잘못된 주장이다. 위성을 포함한 미국 MD망과 연계되지 않으면 종말단계라도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아무리 최신형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도 통신망과 연결되지 않으면 쓰지 못하는 것과 같다. 한국에 배치될 사드 포대는 미7공군 사령관이 관리하는데, 미7공군은 태평양 사령부에 직보를 하는 등 미국 MD체계와 직결돼 있다. 중국은 미국 MD가 한반도로 확장된 것으로 인식한다. 일본 언론도 그렇게 판단한다. 주변 국가들이 다 같은 시각인데 우리 국방부만 MD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드 배치 과정에서 북한의 미사일이나 핵이 과연 얼마나 작용했다고 보나?

지난 2월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1월에 핵실험을 안 했다면 지금이 아니라 연말에 사드 배치를 결정하거나 발표했을 수 있다. 하지만 2014년 3월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과 그해 4월25일 청와대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미 사드 배치와 관련한 윤곽이 나왔다. 헤이그에서는 군사 협력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그 핵심이 미사일 방어 구상에 관한 것이었다.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이 구축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와 연동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해 12월에 한·미·일 정보공유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지난해 12월28일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타결로 걸림돌을 제거했다. 올해 6월에는 한·미·일 3국이 미사일 경보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기-승-전-사드’를 외쳤는데 이렇게 보면 북한은 사실 명분일 뿐이다.

과연 내년까지 사드를 배치할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강정은 인구가 1700명인데 해군기지 건설에 8년이나 걸렸다. 인구 5만명 사는 성주군 성주읍을 바라보는 산꼭대기에 미군기지가 들어선다?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 배치될 사드는 아직 1.0 버전이라 미국 MD에 연결이 안 되고, 2.0 단계로 업그레이드되는 2020년에나 가능하다는 얘기도 있는데?

1.0이든 2.0이든 사드는 계속 진화한다. 사드라고 표현해서 문제인데, 말을 바꿔서 MD라고 해도 된다. 이럴 수는 있다. 북한만 들여다보고, MD와 연결이 안 된다는 국방부의 주장이 맞는다면 성주에 배치될 사드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대상이 아니어야 한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 또 사드의 한반도화란 결국 북한만 바라보고 중국은 엿보지 않는 레이더, 즉 옆으로 눈도 안 돌리고 업그레이드도 안 하는 레이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그럼 그건 바보 사드다. 1~2년 그럴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종말단계라도 정확한 요격을 위해서는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수시로 업그레이드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위키피디아 괌 미군기지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일부 장비인 이동형 레이더 AN/TPY-2를 미군 병사들이 조작하고 있다.

MD 참여에 대한 국방부의 기준도 수시로 변해온 것 같다.

2012년 10월26일자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 우리는 미국 MD에 들어가지 않는다면서 그 판단 기준으로 지상발사 요격 미사일(GBI), X밴드 레이더, 그리고 비용 지불 등 셋 중 하나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말대로라면, 이미 첫 번째, 두 번째는 사드 요격 미사일과 레이더를 들여오면서 충족됐고 세 번째 비용 지불만 남았다.

사드로 과연 북한 미사일 방어가 가능한가? 요격 거리상 수도권·중부권 방어는 어렵다는데.

내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요격이 가능한가 아닌가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걸 얘기할 만한 실전 상황이 한 번도 없었다. 또 북한이 미사일을 쏠 정도면 이미 전쟁이 난 건데 미사일 백 발 중 사드로 두 발 맞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주변 국가와의 공조가 사드로 인해 사라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중국은 그동안 근본적으로 한·미 동맹을 수락했다. 대북 억제 효과가 있고 한반도 안정에 기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전략자산을 갖춘 주한미군 기지가 새로 조성되면 중국은 한·미 동맹이 중국 견제용 지역동맹으로 전환됐다고 인식할 것이다.

사드 자체의 요격 정확성에 의문이 적지 않다.

‘시그널’과 ‘노이즈’는 구분이 필요하다. 사드의 성능에 문제가 있고 예산도 부족하다는 건 팩트다. 그러나 나는 이걸 노이즈라고 본다. 시그널은 사드는 계속 진화한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더 많은 미사일을 만들고, 유사시 사드나 MD부터 무력화하면 배치 효과가 없는 것 아닌가?

맞는 얘기다. 체벌 억지와 거부 억지라는 개념이 있다. 체벌 억지는 상대방의 불량 행동이나 선제공격에 대해 내가 강력하게 체벌, 즉 복수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가 공격을 안 할 수 있다. 이건 공격용 무기 중심이고 전통적인 억지이론이다. 거부 억지는 네가 쏘는 무기가 네 의도대로 도달하지 않도록 높은 고도, 낮은 고도, 우주, 바다 위에서 쏴서 맞힌다는 것이다. 거부 억지에 비해 체벌 억지는 비용이 덜 든다. 거부 억지는 상대를 막기 위해 항상 뭔가를 깔아놔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고 주객이 전도된다. 지금 미국이 그렇다. 현실적으로 미국 MD는 중국의 마사일 개발로 인해 중대한 도전에 봉착한 게 사실이다.

비용은 주한미군이 부담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설치 비용이나 운영비, 미군 인건비 등 직접 비용은 당장 안 들어간다 해도 간접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기존 성주포대에 설치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안 든다고 하는데, 사드 기지는 제한구역도 확대해야 하고 더 넓은 용지가 필요하다. 이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종말단계 레이더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지난 4월8일 중국 난징 관구 전사령관이 참석한 비공개 행사에서 중국의 무기 개발 관련 학자가 시뮬레이션한 지도를 보여줬다(아래 지도 참조). 당시는 성주가 확정되기 전이라 남한에 무작위로 배치했다고 가정하고 600㎞ 반경을 그어보니 산둥 반도, 상하이 등 연해 지역 미사일 기지가 다 들어갔다. 우리로 치면 국방과학연구소(ADD) 교수가 직접 설명해줬다. 종말단계라 해도 위협이 된다고 중국은 판단한다.

우리 이지스함 장착 레이더도 탐지거리가 1000㎞ 가까이 되지 않나?

중요한 얘긴데, 그건 한국 자산이고 한국을 적성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협으로 느끼지 않았다. 미국의 전략자산이 자기들 코앞까지 오는 것과 같을 수는 없다.

4월8일 중국의 무기 개발 전문가가 비공개 행사에서 보여준 종말단계 레이더의 시뮬레이션 지도.

사드 배치 이후 동북아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떻게 변할까?

한·미·일 군사 협력체가 이제 동맹처럼 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동맹 강화는 최첨단 방어체계인 MD 구축 과정에서 강화된다. 일본은 미·일 간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전투기, 미사일, 인공위성 등 전략자산을 자력으로 개발하면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보다 훨씬 정상 국가이다. 우리는 미사일을 개발하려면 미국에 물어봐야 하고 전투기는 100% 완제품으로 사오고 낮은 단계의 미사일 방어체계만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처지에서 보면 메인 파트너가 아니다. 그동안은 한·미 동맹의 기본 임무가 대북 억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좋았다. 그런데 MD행 기차를 타고 관계가 지속되면 우리 의도와 상관없는 군사적 결정을 해야 한다. 군사 정보 공유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 한국군의 군사 교리, 운영체계를 바꿔야 하는데 그러면 대북 억제보다 지역동맹으로 전환돼 미·일 동맹의 최전방에서 중국과 맞닥뜨려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바람직한 일인가.

우리가 중국과 충돌할 수도 있다?

중국도 당연히 한국에 배치된 전략자산을 파괴하거나 교란하기 위해서 이쪽을 겨냥하지 않겠나?

최근 일본 언론인이 쓴 글에서 지금까지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가 전선이었다면 한반도가 제3의 전선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이 구도로 진행된다면 현학적 표현이지만 우리는 강대국 국제정치를 소비해야 한다. 미국·중국·러시아는 핵무기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의 전략적 이익을 초월한다. 그들은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며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덜컥 끼어든 꼴이다. 일본은 확신범이지만 우리는 애매모호하다.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다. 이 와중에 한·일 간 독도를 둘러싼 영토 문제와 과거사 문제는 묻힐 것이다.

사드 배치 이후 남북관계와 한·중, 한·러 관계에서 안보 딜레마 상황에 빠지지 않을까?

남북관계는 이미 끝났다. 한·중 관계는 경제에 기반한 호혜적 전략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는데 사드 때문에 끝났다. 중국 시각에서 보면, 사드로 한국은 어차피 친미 국가라는 가설을 이번에 확인한 셈이다. 한·중 관계는 지속되겠지만 신뢰도는 매우 낮아질 것이다. 북·중 관계는 더 긴밀히 돌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중국하고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인데도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성 제재가 당장 발등의 불이다.

대충 7단계로 나눌 수 있다. 지금은 3단계 초입이라고 생각한다. 1단계는 외교적으로 문제 삼으며 대한민국 장관 망신 주기, 2단계는 비자 발급 제한이다. 이미 실행했다. 3단계는 유엔에서 대북 관련 공조를 방해하고 중국 내 한류 콘텐츠 유통을 제재한다. 여기까지는 비용이 들지 않는 제재다. 이건 모두 중앙 선전부에서 하는 여론전에 해당한다. 올해 10월10일 국경절 연휴에 중국 관광객 수가 지난해 대비 35~50% 전후로 줄면 인위적 제재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4단계는 비관세 제재다. 화장품·분유·우유·위생용품처럼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한국산 제품을 찍어서 시비를 걸면 어떻게 될까? 5단계는 중국 주재 한국 기업의 세무·환경·노사관계 문제 등을 그동안 관시(연줄 문화)로 해결했는데 관련법을 한국 기업에만 엄격하게 적용하면? 내년 사드 배치 전후로 국내 자본시장에 들어와 있는 차이나 머니의 철수가 본격화되는 6단계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자본시장에 18조원, 채권시장에 20조에서 25조원가량 차이나 머니가 들어와 있다. 6단계에서 서해상에서 실탄사격 훈련이 빈번해질 수 있다. 7단계는 여기까지 갈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수출입 통제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정부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사드는 일개 포대에 불과하고 MD체계가 아니라는 국방부 얘기에서 잘 드러나 있다. MD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지역적 파급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이라도 배치를 늦추는, 전략적 연기를 고려해야 한다. 철회는 다음 정부에서 하게 미루면 된다. 또한 중국의 체면을 살릴 수 있도록 북한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체계로 가자는 식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 경제적 파급이 크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막장 드라마처럼 하면 안 된다. 외교·안보 라인을 재정비해서 임기 말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김장수 주중 대사 등 군인 출신들부터 교체해야 한다. 기본은 남북관계다. 대통령 본인이 주장한 신뢰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이 상황에도 미국은 북한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한다. 우리도 쌀은 못 줘도 방역과 의학적 지원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녹취 도움·송지혜 기자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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