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대학생 장민호씨는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자유경제원이 주최하는 ‘제1회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 소식이었다. 그 자리에서 ‘우남찬가’를 지었다. 각 행의 첫 글자만 세로로 읽으면 ‘한반도분열 친일인사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 폭파 국민버린도망자 망명정부건국 보도연맹학살’이라는 비판적 내용이 담긴 ‘세로 드립’ 시였다. 경찰의 무혐의 판단이 난 직후인 8월9일, 장씨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공모전에는 왜 참여했나?

공과 과를 같이 보려고 노력했다. 이승만은 똑똑하고 처세술이 대단한 인물이었지만 반면 권력욕도 상당했다.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희생이 따랐다. 개인적으로 이승만을 평가한다면, 과가 대단히 많은 인물이다. 공과 과가 있고 그 점을 문학적으로 표현하려던 것뿐이다. 세로로 읽으면 조롱 수준이지만, 가로로 읽으면 ‘용비어천가’다. 극과 극으로 표현한 건데, 이 정도면 균형 있게 담아낸 것이라고 본다.

자유경제원이 민사소송도 걸었는데.

법적인 절차를 모르는 데다 고소를 당했다는 심리적 압박이 있었다. 민사소송도 판결이 나는 데 1∼2년은 걸린다고 하니 우선 마음 편히 먹으려고 한다. 전액 배상 판결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때쯤 되면 대학 졸업하고 취업을 했을 테니, 판결이 난다면 배상할 것이다. 인생 경험하는 셈 치는 거다.

자유경제원 측과의 법적 조정이 결렬됐다.

자유경제원 입장을 이해해보면, 이승만이라는 인물을 ‘폄훼’했다기보다 자기네 행사를 방해한 데 화가 난 게 아닐까 싶다. 내가 나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만큼 그들도 자신이 원하는 행사를 열 자유가 있다. 이승만을 찬양하는 건 자유경제원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다만, 자유경제원에서 내건 합의 조건에는 사과문이 포함되어 있었다. 시를 쓰고 출품한 데 대해 내가 잘못한 건 없었다. 옳은 건 옳은 거고 아닌 건 아닌 거 아닌가. 잘못하지 않은 데 대해 굽히고 싶지는 않았다. 자유경제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위대한 인물로 평가하는 보수적 집단이다. 이승만의 공과 과에 대해서 명확히 의견을 나누고 싶었다.

ⓒ시사IN 루리웹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꼰 시 ‘우남찬가’(맨 위). 장민호씨가 인터넷에 인증한 입선 상장(위).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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