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이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우남찬가’를 낸 수상자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8월7일 경찰은 “주최 측이 심사 단계에서 장민호씨(24)의 시를 충분히 탈락시킬 수 있었으므로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이로써 이승만 시 공모전은 자유경제원의 ‘헛발질’로 끝났다.

자유경제원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발전을 위한 경제 교육, 정책 홍보, 기업 이미지 개선 등을 목적으로 1997년 세워졌다. 하지만 최근 활동 내용을 보면 한국 사회의 이념적 갈등을 부추기는 데 앞장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야당, 공영방송, 노동계를 싸잡아 친북·좌편향이라고 공격하며 ‘색깔몰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유경제원의 타깃은 교육방송(EBS)이다. 자유경제원은 EBS 간판 프로그램인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편을 문제 삼고 나섰다. <다큐프라임>이 지난 5월, 민주주의는 자원 배분을 위한 이데올로기라는 내용을 방송하며 놈 촘스키, 토마 피케티, 아담 쉐보르스키, 존 던, 리처드 프리먼, 샹탈 무페 등 세계적 석학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사진 대부분은 전경련 간부나 연구소 출신

자유경제원은 6월9일, ‘교육방송의 민주주의 왜곡 실태 분석’ 토론회를 열고 “이념 편향적 방송”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6월16일 EBS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민주주의를 자원 배분하는 도구처럼 그리고 있다. 좌편향적 시각에서 민주주의를 해석했으며, 방송에 출연한 해외 석학 대부분이 좌파 성향 학자다”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8월22일 ‘공영방송,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토론회를 열고 ‘EBS의 독립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출신의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도 가세했다. 전 의원은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연작 방송에서 인터뷰 대상이 된 교수들과 내용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심각하게 왜곡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9번으로 당선된 전 의원은 ‘국정화 교과서의 전도사’로 앞장서왔다. 전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경제·문학·윤리·사회 교과서도 국정화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그녀를 ‘영웅’이라고 추어올려, 일찌감치 유력한 비례대표 후보로 떠오른 바 있다.

ⓒ자유경제원 5월25일 서울 여의도의 자유경제원 건물에서 ‘이승만은 산타였다-우리에게 준 7가지 선물’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자유경제원은 매일 서울 마포구 마포동에 있는 자체 세미나실에서 토론회나 강연회를 연다. ‘이승만은 산타였다-우리에게 준 7가지 선물’ ‘누가 전태일을 이용하는가’ ‘민주의 탈을 쓴 억지와 선동-과잉 민주주의를 말하다’ ‘인천상륙작전, 왜 봐야 하나’ 같은 주제다. 지난 4월 ‘자유경제원 개원 19주년 기념 토론회’ 현장에서는 ‘천민 민주주의는 극복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는 천민이 지배하는 세상이고, 천민이 주인 된 세상이 민주주의다. 그래서 역으로, 민주주의가 지탱되려면 귀족(nobility)이 그 척추를 이루어야 한다” “아인슈타인도, 스티븐 호킹도 다 한 표다. 백치 아다다, 벙어리 삼룡이도 다 한 표다. 이게 정상이냐” 따위 내용이 발표되기도 했다.

자유경제원이 이처럼 눈치 안 보는 ‘소신 행보’를 걸을 수 있는 데는 안정적인 자금 사정도 한몫한다. 자유경제원의 운영 자금은 대부분 전경련과 그 회원사가 설립 때 낸 출연금의 이자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3년간 한 해 평균 20억원에 이른다. 자유경제원 전신은 전경련 산하단체인 한국경제연구원 부설 자유기업센터다. 1997년 전경련 회장단의 추인으로 자유기업센터가 재단으로 분리되었다. 이어 2000년 전경련과 형식상 분리되면서 이름을 자유기업원으로 바꿨고, 2012년에는 자유경제원으로 개명했다.

자유경제원의 이사진과 핵심 인사의 면모를 들여다보면 11명 가운데 7명이 전경련 간부를 지내거나, 전경련 회원사인 대기업 산하 연구소 출신이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자유경제원 이사를, 이용우 전경련 본부장이 자유경제원 감사를 맡고 있다. 자유경제원의 주요 간부들 역시 전경련과 그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출신이다. 현진권 원장은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을 맡았다가 2014년 4월 자유경제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승노 부원장 역시 한국경제연구원 출신이다. 자유경제원의 인사와 예산은 사실상 전경련이 주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자유경제원 홍보 담당자는 “예산에 대해서 확인해줄 수 없다. 전경련과 다른 독립적 비영리 재단법인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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