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박원순 공작문건은 청와대 보고용”

‘박원순 제압 문건’이 진짜인 15가지 이유

검찰, 새로운 증거 나왔으니 다시 수사해야

 

2013년 10월7일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박원순 시장 제압 문건’에 대해 각하 처분을 했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르면, 각하는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는 불기소 처분에 포함된다. 불기소 처분에는 다섯 종류가 있다. 기소유예, 혐의 없음, 죄가 안 됨, 공소권 없음, 각하다. 각하는 수사를 개시할 만한 구체적 사유나 정황이 충분하지 않을 때 내리는 처분이다. 당시 수사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무혐의 처분이 아니다. 당시 수사팀은 각하 처분을 하면서, 고발 내용의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았다. 문건만 가지고는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각하를 한 이유는 불기소 이유통지서에 쓰여 있다. “국정원이 아니라고 밝혔고, 원세훈 등 일부 피의자도 아는 바가 없다고 진술했고, 다른 국정원 문건과 비교해 문서감정을 실시한 결과 동일하지 않다고 분석됐고, 진선미 의원이 익명의 제보자에게 받아서 국정원 작성 문건으로 보기 어렵다.”

문건 진위에 대한 검찰 수사는 쉽지 않았다. 국정원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서다. 문건에 이름이 적시된 이들도 검찰 수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추○○, 함○○, 조○○ 모두 소환 조사를 하지 못했다. 이 문건 수사뿐 아니라 댓글이나 트위터 수사에도 국정원은 검찰 수사에 맞섰다. 2013년 4월 검찰 특별수사팀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영장에는 이른바 슈퍼컴퓨터로 불리는 국정원 메인 서버도 포함됐다. 하지만 당시 남재준 원장이 수색에 반대했다.

ⓒ시사IN 이명익윤석열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특별수사팀 팀장은 국정원의 수사 방해에 대해 비판했다.

당시 검찰은 국정원 문건인지 제대로 수사 안 해

당시 검찰 수사팀은 댓글과 트위터 수사에 전력을 쏟았다. 2013년 9월 채동욱 검찰총장까지 물러나면서 윤석열 수사팀은 외풍에 맞서야 할 상황이었다. 알려졌다시피 댓글에서 트위터 수사로 넘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윤석열 팀장이 직을 걸면서 수사팀이 자체적으로 돌파했다. 그런 정황을 감안하면, 박원순 문건 수사는 당시 수사팀에게는 ‘곁가지’였던 셈이다. 본질은 댓글과 트위터 수사였다. 당시 수사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도 국정원 문건으로 의심했지만 수사에 여력이 없었다. 당시 댓글이나 트위터를 수사하기에도 벅찬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은 트위터팀 소속으로 체포된 국정원 직원들에게 진술 거부를 지시하기도 했다.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사항을 증언하거나 진술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2항을 근거로 진술을 허가하지 않았다. 남 원장은 국정원이 선임한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서 진술을 하면 국정원직원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체포된 직원들에게 주지시켰다. 하지만 당시 윤석열 수사팀은 아침 출근길에 3명을 긴급체포한 뒤 심리전단 트위터팀 운용에 관한 구체적인 진술을 받아내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박원순 문건 외에도 ‘좌익효수’ 등 사건도 당시 수사팀에 떨어졌지만, 좌익효수로 알려진 유 아무개 직원 수사도 본건 수사 때문에 전념하지 못했다.

박원순 문건과 관련해 당시 민주당 고발을 대리했던 이광철 변호사는 “당시 검찰 수사팀은 윗선에서도 방해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댓글에만 집중하기에도 버거웠다는 건 나름 이해가 된다. 그래도 엉성하게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 불기소 처분은 판결처럼 기판력이 있는 게 아니기에,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또다시 고소·고발을 해 수사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국정원이 마치 검찰의 각하 처분을 근거로 국정원 문건이 아니라고 보도자료를 냈는데, 새로이 중요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 고소·고발을 하면 다시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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