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셀리나 토드 지음, 서영표 옮김, 클 펴냄

이제는 고전이 된 E. P. 톰슨의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 후속편이라 할 만한 책이다. 저자는 1910년에서 2010년까지 엄청난 사회적·정치적 변화를 경험한 영국 노동계급 10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보통 사람들, 즉 민중의 계급적 체험을 복원한다. “계급은 삶의 양식 또는 불변하는 문화라기보다는 불평등한 힘에 의해 정의되는 관계이다. ‘이상적인’ 또는 ‘전통적인’ 노동계급은 존재할 수 없다. 대신 상황과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함께 묶이게 된 개인들이 있다. 〈민중〉에서 말하려는 것이 바로 그들의 이야기이다.”(18쪽)
저자는 대학생이 되고 난 뒤 10년 동안 ‘나의 가족 이야기’를 역사책에서 찾으려 했지만 성과를 보지 못했다. 마침내 그 역사를 스스로 써야 함을 깨달았다. 부유하지도 유명하지도 않은 한 가족의 역사를 되짚기 위해 시작한 일은, 〈민중〉이라는 책으로 엮여 평범한 다수의 사람들 이야기에 기초한 근대 영국 이야기가 되었다. 공식 기록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노동계급의 역사인 셈이다. 책에는 공장과 상점 노동자, 하인과 주부는 물론 이민자와 어린이까지 수많은 목소리가 등장한다.

 

 

혐오 발언
주디스 버틀러 지음, 유민석 옮김, 알렙 펴냄

“이해하기도 쉽지 않지만 오독하기도 쉬운 책(홍성수 교수).” 그러나 ‘혐오의 시대’에 필요한 책이 적절한 시점에 도착했다. 20년 전 저작이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혐오 발언 논쟁에 ‘개입’하는 책이다. ‘논쟁적 페미니스트’로 불리는 저자의 이번 책은 혐오 발언에 대한 국가 규제의 문제점, 혐오 발언에 대한 수신자들의 저항을 비롯해 본질적이고 철학적인 질문들을 다룬다.
버틀러는 혐오 발언에 대한 국가의 규제가 “발언을 ‘재의미 부여’하고 ‘재수행’함으로써 이런 발언에 도전하도록 일깨워질 자들을 침묵시키도록 작동할 수 있다”라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혐오 발언의 해악을 부정하는 걸까?
아니다. 다만, 저자는 혐오 발언이 “희극으로 혹은 저항의 도구”로 쓰일 수 있는 전복적인 재인용 가능성에 주목한다. 혐오 발언이 피해자들을 꼭 파괴하거나 침묵시키고 종속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혐오 발언의 ‘양가성’을 발견하고 논박해 나간다. 무엇보다 국가의 규제가 ‘자의적’이고 ‘편파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며, 역으로 소수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에서 유
오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살다’의 반대말은? 시인에 따르면 ‘죽다’가 아니라 ‘떨어지다’이다. 시인은 우리, 너, 나 같은 흔한 단어들로 서바이벌 규칙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의 이면을 드러낸다.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달콤한 언어유희 역시 한판 벌어진다. “오은의 시는 선행하는 그 어떤 길도 따르지 않는다(권혁웅).”

 

 

 


 

맨박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한빛비즈 펴냄

‘선한 남자’들은 자신이 여성혐오 문화에 어떻게 기여한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저자는 남자를 둘러싼 고정관념의 틀을 ‘맨박스(man box)’로 규정하고 이를 깨부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단초가 되었던 TED 강연(A Call To Men·남자들에게 고함)은 200만 뷰를 돌파했다.

 

 

 


 

아시아 신화 여행
강정식 외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원령공주〉는 홋카이도의 아이누 신화를 배경으로 했고, 〈신과 함께〉는 제주도 신화를 토대로 창작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신화’ 하면 그리스·로마 신화를 먼저 떠올린다. 이 책은 경기문화재단이 진행한 신화 강좌의 내용을 재구성해 엮은 책으로 아시아 신화 입문서라 할 만하다.

 

 

 


 

딸깍, 열어주다
성우제 지음, 강 펴냄

‘선생 복이 많은’ 저자에 따르면 누구나 마음속에 스승을 모시고 싶어 하고, 누구나 마음속에 스승을 모시고 산다. 저자가 자신의 인생에서 만난 스승 9명에 대해 쓴 책. 김훈·김화영·박이추·김준엽·김종성·황현산·강성욱·전신재·안병찬이라는 인물을 ‘우리의 스승’으로 만나는 또 다른 방법.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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