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경제학>
김윤지 지음
어크로스 펴냄

영화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불황 산업이라는 게 통설이다. 다른 레저 활동에 비해 돈이 덜 드는 오락 수단이라 경기가 안 좋을 때 극장을 찾는 이가 더 많을 것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1929년 대공황 시절 미국의 영화 관람객 수가 크게 늘었다는 점을 근거로 삼기도 한다. 누군가는 <부산행>이 1000만 관객을 넘어선 것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른다. ‘불황엔 역시 영화지’라면서.

그런데 미국 경제학자들이 연구를 해보았더니, 아니란다. 소득이 줄어들면 영화 관람객도 줄어든단다. 또한 경기 전망을 낙관할 때 영화 관람이 많아진다. 영화 산업이 불황보다는 경기 호전과 더 밀접하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그러니 데이터로만 보면 ‘불황엔 영화’라는 통설은 헛소리에 가깝다. <박스오피스 경제학>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이 책은 ‘감(感)’을 중요시하는 문화산업의 세계를 ‘숫자’를 들고서 탐험한다. 경제 담당 기자를 하다가 지금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문화 콘텐츠 산업을 연구하는 저자의 글은 잘 읽힌다. 대작 영화와 붙는다면 개봉 전이 나을까 후가 나을까. 책 광고비를 유명 소설가의 신간에 투입하는 게 나을까 신진 작가의 작품에 들이는 게 나을까. 흥미로운 질문이 많다. 저자는 해외 경제학자의 연구 결과를 동원해 이 질문들에 답한다. 근거가 되는 외국 논문도 사전을 찾아가며 읽고 싶을 정도로 글의 전개가 재미있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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