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중국은 반드시 사드에 대응할 것이다”

성주 사람들이 ‘투사’가 된 이유

 

8월3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경북 성주군청 앞마당으로 들어오자 주민들은 피켓을 흔들었다. ‘더불어 가고 싶음 사드 철회 앞장서요’ ‘정의당도 국민의당도 사드 반대,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어디?’ ‘김종인 대표 쫌~’. 이날 성주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은 김홍걸 전 국민통합위원장과 표창원·손혜원 의원 등이었다.

이어진 주민 간담회에서 한 주민은 “왜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삼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드 배치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표창원 의원은 “제 생각엔 더불어민주당이 겁쟁이가 돼 있다. 정부 발목 잡는 종북 좌빨이라고 욕먹을까 봐 불안해한다. 아마 우리 성주 군민들도 과거에는 우리를 그렇게 보셨을 것이다. (당에서도) 곧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답했다. 주민들 사이에서 “죄송합니다. 반성합니다”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성주 주민 한순남씨(46·사진)도 간담회에 참석했다. 7월26일 새누리당, 8월1일 국민의당 의원들이 성주를 방문했을 때도 그 자리에 있었다.

ⓒ시사IN 이명익한순남씨(46)

한씨는 손혜원 의원의 발언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진짜 우리 군 사람들의 어려움을 아는 것 같았어예.” 이날 손 의원은 “성주군 곳곳에 달린 ‘사드 배치 반대’ 플래카드들을 봤다. 이를 이용해 카드뉴스를 만들고 SNS 홍보전을 펼치겠다”라고 약속했다.

한순남씨는 성주 토박이다. 이곳에서 자라 결혼하고 또 세 아이를 키운다. 한씨가 아는 성주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다. “성주는 물난리나 폭설 같은 자연재해도 없어서 축복받은 땅이라고 했어예. 주민들은 눈만 뜨면 참외 농사 하러 가는 사람들이고.” 성주 사람들은 인사도 ‘참외’로 주고받았다. “길 가다가 서로 만나면 ‘오늘 참외 몇 박스 땄어요?’ ‘오늘 참외 시세 얼마나 받았어요?’ 이런 게 인사였어예.”

한씨는 사드 배치 반대 이후 고향 사람들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 조용하던 시골 사람들이 불같이 들고일어났다. 이 싸움의 동력은 ‘젊은 엄마들’이다. “여기가 촌동네니까 서로 다 아는 집이에요. 앞집·뒷집 벨 눌러서 촛불집회 같이 가자고 하는 거지예. ‘빨리 가입시더. 퍼뜩 안 나오면 사드 옵니더’ 카면서.” 한씨가 사는 빌라 주민들도 돈을 모아 사드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 ‘한반도 어느 곳에도 사드 배치 없다.’

파란 리본, 외부세력 구분용 아니다

성주에 사드가 배치된다고 공식 발표된 뒤 처음 며칠은 성주읍에서 1.5㎞ 떨어진 곳에 사드가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차츰 사드에 대해 알게 되면서 성주가 아니라 ‘우리나라’에 사드가 배치되는 걸 반대하게 됐다. “전쟁을 준비하면 전쟁이 오고, 평화를 준비하면 평화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더. 진짜 안보를 위해서라면 미국·중국과 대화를 하고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방법을 의논해야지예.”

한씨는 성주의 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한다. 부업으로 했던 화장품 방문판매는 거의 못하고 있다. “화장품 판매는 참 타격이 커요. 이 마당에 누가 화장품 살 생각을 하겠어예.” 시간 여유도 없다. 근무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일과는 사드 반대 활동으로 채워진다. 한씨는 치맥 페스티벌이 열리는 기간에 맞춰 대구에서 ‘백악관 10만인 청원 서명’을 받았다. 청원명은 ‘남한의 사드 배치 철회’다. 미국 백악관은 홈페이지에 청원 사이트를 설치해두고 있다. 여기 특정 안건이 등록된 뒤 30일 내로 10만명이 온라인으로 서명하면, 백악관은 이에 대한 공식 의견을 발표하도록 돼 있다. 시선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가장 흔한 반응은 무관심이다. “성주에 배치하지 않으면 어디에 배치하느냐”라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한씨는 그래서 더욱 열심히 파란 리본을 만든다. 파란 리본은 사드를 반대하고 한반도 평화를 염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부에서 보도한 것처럼 외부세력과 성주 주민을 구분하려는 용도가 아니다. 한씨는 파란 리본을 건넬 때, 이 간절함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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