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김숨 지음, 현대문학 펴냄 1991년 8월14일 광복 46주년을 하루 앞두고 국내 거주자로서는 최초로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증언했다. 그 이후 반세기 동안 감춰져 있던 ‘위안부’ 생존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군 강제 위안부 피해자는 최소 8만명에서 최대 2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는 238명. 이는 1991년 이전에 국내외에서 작고했거나,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위안부’가 빠진 수다. 2016년 8월 현재, 40명만이 생존해 있다. ‘피해를 증언할 수 있는 할머니가 아무도 남지 않는 시기가 올 것이다. 소설을 통해 경각심을 가지게 하고 싶었고 그것이 문학의 도리라 생각했다.’ 저자는 300여 개에 이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실제 증언을 재구성했다. 〈한 명〉은 ‘위안부’ 생존자가 단 한 명뿐인 어느 날을 시점으로 했다. 주인공은 일본군에 의해 육신을 난도질당한 이후,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공식적인 ‘위안부’ 생존자가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금껏 숨긴 자신의 존재를 밝힐 용기를 낸다.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양재영 외 지음, 푸른숲 펴냄 사전적인 뜻만 보자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괜찮은 단어다. 낙후된 지역에 외부인이 몰려들면서 고급스럽게 변해간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살던 사람들이 낙후된 지역을 그럴싸하게 만들자, 얼마 못 가 돈 많은 외부인에 의해 쫓겨나는 처지가 되었다. 서울 홍대 앞, 서촌, 종로3가, 가로수길, 구로공단, 창신동, 해방촌 등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처절한 젠트리피케이션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는 문화학자·사회학자·거리학자 등 필자 여덟 명이 길게는 3년, 짧게는 6개월 동안 각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연구한 저작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당사자가 된 각계각층의 사람들도 인터뷰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형 도시개발이 도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엮어냈다. 저자들이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안정감의 상실, 혼란, 무력감, 허무주의 등 감정적 괴로움을 호소했다. 이 책에서 다루는 현장은 누구나 한 번쯤 가봤을 곳이기에 책을 읽는 내내 애틋하고 쓸쓸하다.

 

텍스트의 포도밭 이반 일리치 지음, 정영목 옮김, 현암사 펴냄

12세기 수도사는 입으로 소리를 내 글을 읽고 귀로 그 소리를 포착했다. 심장박동에 따라 몸을 움직이며 기억했고 다시 생각할 때는 입안에 넣어 씹는 것과 관련지었다. 많은 지식과 가벼운 읽을거리로 가득한 인터넷 공간을 비판하며 오늘날 ‘읽기’가 무엇인지 통찰을 보여준다.

 

 

 

쓰기의 말들 은유 지음, 유유 펴냄 저자는 그간 글을 쓸 때 등을 밀어주던 작가들이 ‘쓰기’에 관해 해준 말을 모았다. 니체, 조지 오웰, 신영복, 김훈 등의 ‘쓰기’에 관한 말들은 서른다섯 살에 자유기고가로 ‘데뷔’한 저자를 만든 말이자, 동시에 ‘안 쓰는’ 사람을 위한 마중물이다.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바라는 책.

 

 

헬조선 삼년상 김윤철 지음, 이매진 펴냄 정치학자인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박근혜 정부 3년을 되돌아봤다. 그 결과, 시민들은 이 ‘헬조선’에서 삼년상(喪)을 치르듯 지난 3년을 살아왔다. 그러나 단지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함께 생각하고(相), 서로 존중하는(尙) 새로운 정치를 상상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메시지다.

 

 

여행을 믿는다 이재영 지음, 클 펴냄 엄마와 딸이 길 위에서 만난 순간을 수다 떨듯 풀어낸 여행기. 각각 다른 네 번의 여정을 통해 훌쩍 커나가는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감동을 전한다. 또 ‘어떻게 해야 좋은 엄마가 될까’를 넘어서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아이와 걸으며 돌아본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