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이찬근 지음부키 펴냄

익숙한 풍경이다. 8월2일 금융위원회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육성하겠다며,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명분은 몇 년째 비슷하다. 증권사 간 M&A나 증자를 통해 덩치를 키워 세계 속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금융위의 발표 직후 책장에서 먼지 쌓인 이 책을 꺼냈다. 부제는 ‘금융의 탄생에서 현재의 세계 금융 지형까지’. 이 책은 비전공자가 금융에 접근하기에 가장 좋은 길잡이 중 하나다. 쉽고 상세하며 흥미진진하다. 교양서가 가져야 할 미덕을 가득 채워넣었다.

초대형 투자은행에 대한 논쟁은 새삼스럽지 않다. 자산 규모 100조원이 넘는 미국 투자은행의 예를 들며, 한국은 고작해야 4조원 남짓한 증권사뿐이라고 한탄하는 이들이 논쟁을 주도한다. 이 책은 메가뱅크 예찬론자들이 그토록 ‘지향’하는 미국식 투자은행이 어떤 국지적 배경에서 탄생했는지 쉽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역사를 훑다 보니 투자은행 파트의 종착점은 자연스럽게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로 모여든다.

투자은행 육성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또한 핀테크 광풍에 금융시장 전반이 극심한 혼란을 겪을 것이다. 익숙한 시스템이 뿌리째 흔들릴 때 가장 좋은 대응책은, 역사를 들여다보고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그 시스템조차 시대상과 임기응변의 결합물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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