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아들을 노린다. 여덟 살배기 알턴(제이든 리버허)이 표적이다. 알턴의 특별한 능력,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할 그 능력 때문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아빠 로이(마이클 섀넌)는 다급하다. 아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혼자서는 도저히 못할 일. 다행히 친구 루카스(조엘 에저턴)가 로이를 돕겠다고 나섰다.

알턴의 신비한 ‘능력’에 자신들의 삶을 통째로 의탁하려는 종교집단이 첫 번째 추격자. 알턴의 특별한 능력을 파헤치고 분석하려는 FBI가 두 번째 추격자. 하나의 추격을 피하는 것도 힘든데 둘의 추격을 동시에 따돌리느라 점점 힘에 부치는 로이.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알턴을 그들 손에 넘겨줄 순 없다. 자기 목숨을 빼앗기는 한이 있어도 아이를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아빠라는 사람들은, 아마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테이크 쉘터〉(2011)와 〈머드〉(2012)에 이어 이번에도 자기 영화의 각본을 직접 쓴 감독 제프 니컬스는 “아빠의 마음으로 〈미드나잇 스페셜〉의 시나리오를 썼다”라고 고백한다. 세 살배기 아들을 키우며 느낀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영화에 옮겨 담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아빠의 마음으로 쓴 시나리오’인 까닭에, 초능력자 꼬마가 등장해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암시하는 SF 영화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섬세하고 사려 깊은 가족 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

‘남과 다른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의 이야기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미드나잇 스페셜〉을 본 뒤 많은 해외 언론과 평단이 존 카펜터의 〈스타맨〉(1984)을 떠올렸다. 〈E.T.〉(1982)나 〈미지와의 조우〉(1977)와 비교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제프 니컬스 감독 본인도 “어릴 때 본 1980년대 SF 영화를 참고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드나잇 스페셜〉을 본 뒤 내가 떠올린 영화는 좀 달랐다. 이 영화가 1980년대 SF 영화의 외양을 빌리고는 있지만, 그 안을 채운 이야기만은 내가 각별히 아끼는 최근의 어떤 영화에 닿아 있다고 느꼈다. 그것은 바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늑대아이〉(2012). ‘부모의 마음으로 쓴 시나리오’인 까닭에, 늑대인간이 등장하는 일종의 괴수 영화이면서도, 기어이 관객을 펑펑 울게 만든 매우 섬세하고 사려 깊은 가족 드라마다.

〈늑대아이〉 개봉 당시 이 지면에 쓴 마지막 문단을 옮겨본다. “일단 보시면 압니다. 이게 꼭 늑대아이를 키우는 부모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모든 엄마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아이들이 홀로 설 수 있게 돕는 시간을 힘들어하다가 막상 홀로 선 아이들이 엄마 품을 떠나는 순간엔 외로워지는, 그 기묘한 상실감과 뿌듯함의 정서까지도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시사IN〉 제260호 ‘〈늑대아이〉, 그 경이롭고 놀라운 이야기’ 참조)

감히 말하건대, 〈미드나잇 스페셜〉을 보고 나면 또한 알게 될 것이다. 이게 꼭 초능력자 꼬마를 키우는 부모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남과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아이가 부모 품을 떠나는 순간 찾아오는, 상실감이면서 동시에 성취감이기도 한 그 복잡한 심정까지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될 것이다.

평범한 아이였으면 겪지 않을 일, 평범하지 않은 아이를 키우려면 감당해야만 하는 일. 그런 일들의 모든 고단함과 깊은 외로움을 위로하는 이 영화의 라스트 신은 참으로 아름답고 애틋하다. 아쉽게도 극장 개봉 없이 바로 IPTV로 넘어간 미개봉 화제작.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당신의 ‘미드나잇’을 가장 ‘스페셜’하게 채워줄 112분.

기자명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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