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쟁>김성한 지음산천재 펴냄

김성한의 〈7년 전쟁〉은 몹시 ‘삐딱한’ 임진왜란 소설이다. 전쟁 이야기보다 조선·일본·명나라 사이에 전개된 정치 게임의 묘사가 훨씬 놀랍고 웃기며 짜릿하다. 역사 대하소설이지만 장중하다기보다는 블랙코미디 같다. 등장인물들은 역사소설에 전형적인 근엄한 말투 대신 자신의 격정과 분노를 시정잡배들의 언어로 툭툭 뱉어낸다. 당대 최고 지식인 김성한은 1950~ 1960년대에 엄청난 수준의 단편소설들을 쏟아냈던 작가다. 〈암야행〉 〈개구리〉 〈오분간〉 〈바비도〉…. 특유의 비판의식과 냉소주의로 킬킬거리며 권력에 저항하고, 허약한 민중과 비겁한 지식인들을 매섭게 비웃어준다. 다만 만년(2010년 타계)에 이르러서 김성한은 생각이 바뀐 듯하다. 사실상 유작인 〈진시황제〉를 읽다 많이 놀랐다. 주인공이 ‘권력(진시황이 지나치게 긍정적 인물로 묘사된다)’이고, 지식인들은 초기작보다 훨씬 못난 ‘버러지’로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전 소설들엔 비현실적이지만 ‘괜찮은 지식인’들이 가끔씩이나마 등장했다.

〈7년 전쟁〉은 1980년대 중·후반에 6년 동안이나 〈동아일보〉에 연재된 뒤 책으로 나왔으나 절판되어버렸다. 나는 2000년대 후반에야 우연히 행림출판에서 출간된 1권을 읽고 반했다. 인터넷 중고 서점을 미친 듯이 검색해서 어문각판 2, 3권을 겨우 구했지만 그다음부터는 불가능했다. 2012년 산천재에서 5권 세트로 나왔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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