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5일부터 8월21일(현지 시각)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하계 올림픽이 열린다.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각국 선수들의 참가 여부가 관심사다.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신종플루와 치쿤구니아 열병 탓에 한때 올림픽 연기 요청이 있었다. 또 경기장 부실 공사 논란과 끝나지 않는 지하철 공사 때문에 과연 올림픽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올림픽 연기론은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발단은 당연히 지카 바이러스다. 2015년 말부터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 태아 공포가 확산됐다. 이집트 숲모기가 전파하는 지카 바이러스는 브라질을 넘어 전 미주 대륙과 다른 나라에까지 퍼졌다. 성인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감염 여부조차 알지 못한 채 병이 나을 가능이 크다. 문제는 임신부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소두증 태아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올림픽 개최지를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다. 전례도 거론됐다. 2015년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에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주최지가 모로코에서 적도기니로 변경되었다. 그보다 앞서 2003년에는 사스(SARS)가 유행하면서 당시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여자 월드컵이 미국으로 옮겨 개최됐다. 이런 전례를 들어 브라질 올림픽도 연기하거나 개최지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EPA급여를 제때 지급받지 못한 브라질 경찰과 소방관들이 공항에서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시위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그런 주장을 일축했다. 브라질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에 현지 저녁 날씨는 추운 동절기에 해당한다. 기온이 낮으면 지카 바이러스의 매개체인 이집트 숲모기의 활동량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브라질 국민들도 올해 들어서는 지카 바이러스 공포에 무뎌진 분위기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의 과학적 근거나 현지 분위기에도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공포는 가시지 않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여자축구 선수인 호프 솔로는 지카 바이러스에 대비한 자신의 모습을 트위터에 직접 올렸다. 여자 선수들뿐 아니라 일부 남자 선수들도 올림픽 참가를 주저했다. 실제로 더스틴 존슨, 로리 매킬로이 등 남자 골프 선수 10여 명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을 들어 올림픽 불참을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 반론도 나온다. 높은 상금이 걸린 골프대회(존 디어 클래식)가 정확히 올림픽이 열리는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지카 바이러스를 핑계로 상금이 걸린 대회에 참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동절기인 브라질 올림픽 참가자나 여행자들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low)’고 발표하기도 했다.

치쿤구니아 열병도 지카 바이러스나 뎅기열처럼 모기가 전파한다. 치쿤구니아 열병은 주로 브라질 북동부 지역에서 발병하고 있으며 지카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백신이나 치료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치쿤구니아 열병도 지카처럼 산모와 태아 사이에 전염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성인의 경우 별 탈 없이 지나갈 수 있다.

ⓒ호프 솔로 트위터 갈무리미국의 여자축구 선수 호프 솔로의 지카 바이러스 대비 모습.

지카 바이러스나 치쿤구니아 열병보다 올림픽 개최에 더 위협적인 요소가 있다. 바로 치안이다. 영화 〈시티 오브 갓〉에서 보듯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치안 상황은 확실히 좋지 않다. 치안을 책임진 경찰의 사기도 바닥이다. 경찰의 급여 지급이 지연된 탓이다. 2015년에 비해 살인 사건과 노상강도 사건이 크게 증가했다. 올림픽 대목을 노리는 범죄자들이 대거 리우데자네이루로 이동 중이라는 소문도 있다. 제일 위험천만한 곳은 리우 국제공항과 올림픽 파크를 잇는 고속도로다. 파벨라(빈민촌을 지칭)로 둘러싸인 이 고속도로상에서 무장강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독일 방송사(ARD 및 GDF) 장비(컨테이너 2대 분량)가 통째로 털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브라질의 한 사격 선수가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경찰 옷을 입은 강도단의 총에 맞은 사건도 있었고, 스페인 선수들과 오스트레일리아 선수들도 숙소 부근에서 권총 강도를 당했다. 매 시간 13건씩 절도행위가 일어난다. 브라질 정부도 치안의 심각성을 잘 안다. 그래서 국방부 소속 연방군과 법무부 소속 공공치안처, 군경과 민경(브라질은 경찰이 이원화되어 있다) 등 무장병력 8만5000명을 올림픽을 위해 배치했다. 그러나 급여 지급 문제로 6월 말에는 경찰이 파업을 벌이고 7월 중순에는 공공치안처가 시위를 벌였다.

치안은 엉망, 재정은 바닥, 준비는 엉성

경제위기에 빠진 브라질은 2015년 성장률이 -3.8%였고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브라질 각 주의 재정 상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주정부 공무원 급여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을 정도다. 리우데자네이루 주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정부는 이미 재정 문제로 재난 상태를 선포하고 긴급자금 지원을 연방정부에 요청했다(재정 상태가 재난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적 논쟁이 있었다).

연방정부는 올림픽 준비를 명분으로 리우데자네이루 주에 긴급 보조금 30억 헤알(약 1조원)을 투입했다. 투입된 자금의 주 사용처는 경찰에 대한 급여 지급과 지하철 공사비였다. 올림픽을 위해 건설된 지하철 4호선은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완공하기는 했지만 시험주행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행할 계획이다.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IS 테러도 브라질 정부의 골칫거리다. IS가 밝힌 반(反)IS 연합국에 일단 브라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글로벌 이벤트는 IS를 선전하기에도 좋은 기회이며 반IS 연합국들이 대거 참가한다. 이미 여러 차례 테러를 당한 프랑스는 브라질 정부에 자국 선수단과 공관에 대한 특별보안을 요청해놓았다.

브라질 정부도 7월 말 선제적인 예비단속을 벌였다. 브라질 전국에서 테러 대비를 강화하고 IS에 호의적인 용의자들을 검거한 것이다. 해외 테러 용의자에게 올림픽 출입증 발부를 하지 않도록 브라질올림픽조직위원회에 권고했다. 하지만 빈틈은 많다. 올림픽 보안 계약을 맺은 보안회사가 지금도 올림픽 때 근무할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 회사 자체가 많은 경험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어딘가 익숙한 우려이고 익숙한 광경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도 그랬다. 그때도 월드컵을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거웠다. 상파울루 축구경기장도 완공되지 않은 채 경기를 강행했다. 월드컵을 위해 건설한다는 도로와 다리, 철도 일부는 지금도 완공되지 않았다.

결론을 말하면, 2014년 월드컵 대회가 그랬듯 2016년 브라질 올림픽도 예정대로 시작되고 끝날 것이다. 시설 미비로 불편함은 있겠지만 각국 대표팀은 그런 불편함을 참고 경기를 치를 것이다. 다만 다른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남미 대륙에서 처음 개최되는 리우 올림픽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을 것이다. 브라질 여론조사 기관인 다타폴랴(Datafolha)에 따르면 브라질 국민 가운데 50%는 올림픽 개최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올림픽이 브라질에 이익이 되기보다는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여론이 63%나 되었다. 특히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주민들이 다른 지역보다 올림픽에 대해 더 비관적이었다.

기자명 위민복 (외교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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