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특집


사드 ‘출구전략’을 알아보자

전문가들이 내놓은 ‘사드 위기’ 5단계 해법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대안은?

성주 선비가 20년 만에 서울에 온 까닭

 

7월27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자치센터 앞, 삼베 도포를 입고 갓을 쓴 노인 128명이 청와대를 향해 부복(俯伏)했다. 갓에는 ‘사드배치 결사반대’라는 문구가 쓰인 파란 띠를 둘렀다. 송정근 성주향교 전교는 대통령에게 올리는 상소문을 읽어나갔다.

“저희들은 경북의 서남단에 위치한 작은 고을인 성주에 거주하고 있는 유림단체 회원입니다. 클린 성주(星州)를 위하여 제2의 새마을운동을 펼치며 오순도순 정답게 생업에 종사하며 평화롭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사드를 성주에 설치한다는 결정을 발표하였습니다. 국가안보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면서까지 일방적인 결정은 묵과할 수 없습니다.”

ⓒ시사IN 조남진

배인곤씨(사진)는 이날 서울에 온 성주 선비 128명 중 한 명이다. 배씨는 발목에 행전을 매고, 한복 위에 두루마기를 입은 뒤, 갓을 쓰고 아침 7시 관광버스에 올랐다. 도포는 상소문을 낭독하는 기자회견 전에 덧입었다. “이렇게 해야 법도대로 복색을 갖추는 거지예.” 이날 성주 유림들은 청와대 민원실을 방문해 상소문을 접수하고 국회에는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전달했다.

배씨가 서울에 온 건 20년 만이다. 폭염 속에서도 먼 길을 떠난 이유는 “관향(貫鄕)” 성주를 지키기 위해서다. “성주가 본(本)인 성씨가 30여 개나 됩니더. 우리나라에 이런 고장은 나주하꼬 성주밖에 없어예. 이런 고을에 사드를, 미군기지를 배치한다꼬 하는 게 세상천지에 말이 됩니꺼.” 배인곤씨도 성주를 본으로 하는 성산 배씨이다. 그는 세종대왕 시절 집현전 직제학을 지냈던 배윤의 후손으로 직제학공파 18대손이다.

배씨가 사는 성주군 대가면은 독립운동가 심산 김창숙 선생의 생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조선의 마지막 선비’라 불리는 심산은 일본 경찰에 체포됐을 때 “일본의 법률을 부인한다”라며 변호사의 변론을 거부했던 일화로 유명하다. 배씨는 김창숙 선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성주 향교가 가장 빈약한 이유가 뭔지 압니꺼. 원래는 성주 향교에 재물과 땅이 어마어마했어예. 심산 김창숙 선생이 일제 때 다 팔았습니더. 독립운동 자금을 대려고요. 그래서 성주 유림들이 아직까지도 가장 막강하고 존경받는 유림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거예요. 우리 성주 유림들이 만만치가 않아요.”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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