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특집


사드 ‘출구전략’을 알아보자

전문가들이 내놓은 ‘사드 위기’ 5단계 해법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대안은?

성주 선비가 20년 만에 서울에 온 까닭

 

사드 배치로 뒤엉킨 동북아 정세를 풀 묘안 가운데 하나로 ‘코리아 프로세스’를 주목할 만하다. 이부영 (준)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은 지난 5월27일 제주국제포럼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대안으로 코리아 프로세스를 제안했다.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행보’에 가려 이 제안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드 배치 선언 이후 출구전략의 하나로 주목할 만하다. 코리아 프로세스는 단기·중기 전략을 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남북대화 복원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서신 교환 재개·확대 △6·15, 10·4 남북 공동선언 합의사항 이행 △이미 합의한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사업의 신속한 이행 등을 담고 있다. △서울과 평양에 남북대표부 설치 △미국과 일본의 대북관계 정상화 적극 찬성 △북핵 폐기 및 평화협정과 연계한 한·미 동맹의 재조정 △북한·러시아 당국과 시베리아 철도 및 한반도 종단철도 연결사업 논의 △중국·러시아 합작 산둥 가스파이프라인의 한국 연결 논의 등이 중·장기 과정에 담겼다. 이부영 위원장을 만나 ‘코리아 프로세스’ 작동 가능성을 물었다.

 

ⓒ시사IN 조남진‘코리아 프로세스’를 제안한 이부영 위원장.

미국은 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 했을까.

여러 전문가들 지적대로 중·러의 핵 기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유럽에서도 지난날 벨기에·프랑스·이탈리아 쪽에 배치했던 레이더 탐지 기지를 사드로 바꿔서 리투아니아·폴란드  그리고 루마니아에 배치했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본, 그리고 괌, 하와이, 알래스카에 있는데, 한국에 두면 500~600㎞ 전진 배치하는 꼴이 된다. 중·러는 유사시 제1의 타격 목표가 사드가 배치된 지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기만 하면 한국의 안위 따위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미 당국의 사드 배치 발표가 너무 졸속으로 이뤄졌다.

미국 내에서 군부를 비롯한 강경파가 한국 내부의 극우·군부 세력과 더불어 박근혜 정부를 밀어붙였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너무 쉽게 강경파에게 밀린 것 같다. 한국 안에서도 외교부나 일부 군부 세력은 반대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라도 논의와 토론을 깊이 있게 진행하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사드 배치 찬반 논쟁이 거세게 일 것이다. 우리 사회 갈등과 분열의 요인이 될 것이다. 또 사드 배치로 신냉전 구조가 한반도를 내리누르면 탈냉전 시대 우리가 유지해온 무역·수출, 그리고 복지국가 건설 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최근 ‘코리아 프로세스’를 강조했다.

과거 정부 대북정책은 북한의 조기 붕괴를 전제로 했다. 그런 차원에서 대북정책을 폈던 사람들 가운데 반성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서독처럼 장기적 안목으로 대북정책을 쓰지 못한 것이 결국 핵 개발의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반성만 해서는 안 된다. 반성을 계기로 다시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북한이 비록 지금 핵무장을 했더라도, 핵 폐기를 위해 장기적 구도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이 앞장서서 미국과 일본을 설득해 인도적 지원부터 시작해야 한다.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남북 대화를 재개하며, 미국·일본과 북한 간의 대화를 중재해야 한다. 유엔 제재도 가능한 한 빨리 풀도록 한국이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북한도 지난 5·7 당 대회를 마치고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해 대화 분위기 이끌어야 한다. 북한은 핵 활동의 현상 동결로 화답하고 한·미는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으로 맞장구를 쳐야 한다. 이런 것이 사드 배치의 기본 조건을 없애는 일이다. 더 나아가 일본 아베 총리의 개헌 명분을 없애는 길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대화를 재개할 수 있을까.

정부가 사드 배치를 선언했지만 지금 이와 관련한 목소리가 크지 않다. 외교부나 군 내부 일각에서도 사드 배치에 회의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재계나 대기업 쪽은 말할 것도 없고 중소기업들도 한결같이 후폭풍을 걱정한다. 경제적 실익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선 중국의 경제제재 가능성에 대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데, 역지사지해보자. 중국 처지에선 전략핵 균형이 무너지는 문제다.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너무 군 출신과 법조계 인사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들은 현재의 냉전 구조를 강화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인적 개편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 주변에 쓴소리를 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드를 계기로 1980년대 유럽에서 일어났던 평화운동과 같은 동력이 시민사회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성주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번에 “성주뿐 아니라 한반도 어디에도 안 된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감동했다. 역시 김창숙 선생을 배출한 동네답다(성주 선비가 20년 만에 서울에 온 까닭 참조). 찬반으로 나뉘어 공방을 벌이는 건 대단히 협소한 접근이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남북대화에 나설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민운동 차원에서 먼저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이나 개성공단 재개,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오바마 대통령도 쿠바·이란 문제까지 해결했는데 이렇게 끝내서는 안 된다. 임기 말이더라도 북·미 회담을 재개해야 한다. 미국에도 북·미 회담은 탈출구가 될 것이다. 이걸 코엑시트(Ko-exit), 코리아-엑시트라고 불러도 되겠다. 왜냐하면 미국도 북한을 무시하는 정책으로 일관해온 결과 적지 않은 예산을 쓰고 있다. 군사훈련을 자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리아 프로세스를 통한 남북대화나 남북정상회담은 사드 기지의 배치 명분도 없애고, 일본의 평화헌법 개헌 명분도 없애는 좋은 대안일 수 있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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