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앨버트 O. 허시먼 지음, 강명구 옮김, 나무연필 펴냄

불만을 표출하고 항의하면 무언가를 바꿀 수 있을까. 퇴보하는 기업·조직·국가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떠나거나(exit), 남아서 항의하거나(voice) 그도 아니면 충성을 다한다(loyalty). 저자는 이 세 가지 ‘길’이 실제 얼마나 다양하게 변용 가능한지, 또 의도와 달리 어떤 역효과를 낼 수 있는지 사려 깊게 살핀다.
교육이나 대중교통 같은 공공재의 경우 어설픈 경쟁 체제를 도입하기보다 항의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사회적으로 훨씬 유용한 방법이다. 침묵하면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공공악’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 한편으로는 보이콧이나 소비자 주권운동 같은 ‘항의’ 방식은 ‘이탈’에 비해 소란스럽고 새로운 영역으로 영향력의 범주를 넓히기도 하지만, 꼭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지적한다. “정치적으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시민과 안정적 민주주의 간의 관계는 우리가 흔히 믿어왔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허시먼은 이런 논의를 양당 체제에 적용시켜보기도 하는데, 흔히 양당 체제의 정당들이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중도 노선을 택하는 ‘전략’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백 사람의 십 년
펑지차이 지음, 박현숙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20세기 인류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은 무엇일까. 여러 사건을 꼽을 수 있겠지만, 중국의 문화대혁명(문혁)도 그 대열의 앞자리에 이름을 올려 마땅하다. 문혁이 일어난 10년 동안,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만으로도 3만4800명이 죽고 70만명 이상이 박해를 받았다. 2016년 중국은 문혁 50주년을 맞았다. 관찰자들은 중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문혁을 ‘털어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소설가이자 서예가로 문혁 후일담을 주제로 한 ‘상흔 문학운동’의 대표 작가인 저자는 100명의 보통 중국인들이 문혁 과정에서 겪었던 일들을 기록함으로써 문혁의 진상을 드러낸다. 그 자신 역시 문혁 당시 박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 “살아남은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그들에게 최선의 배상은 비극의 근원을 밝혀 그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다. 한 세대 사람들이 그렇게 가혹한 대가를 치렀다면, 마땅히 앞으로 그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받아야 한다. (중략) 만일 후대 사람들이 이로 인해 경각심을 갖게 된다면, 우리 세대가 겪었던 고난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큰 불행을 당하기는 했지만 가치 있는 삶을 산 것이리라.”

 

 

구원의 미술관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사계절 펴냄

‘현기증’ 나는 세상에서 그림은 살아갈 이유와 용기를 줄 수 있을까. 저자는 알브레히트 뒤러, 귀스타브 쿠르베, 에곤 실레 등의 그림에서 무엇을 보았던 걸까. 〈나는 여기에 있어,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책의 원제는 번역서 제목보다 뭉클하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푸른숲 펴냄

아름다운 살인은 가능한가. 저자는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에 버금가는 희대의 여성 사이코패스 릴리를 통해 살인의 당위를 만들어낸다. 릴리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어두운 욕망’을 실행하며 선과 악, 인간성에 대해 되묻는다. 윤리를 건드리고 터부를 끄집어내는 스릴러 소설.

 

 


 

그녀의 진정한 이름은 무엇인가
오카 마리 지음, 이재봉·사이키 가쓰히로 옮김, 현암사 펴냄

‘여성은 최후의 식민지’라는 말처럼 전 세계 어디에나 성차별은 존재한다. 성차별은 고유한 문화의 탈을 쓰고 존재하며, 어떤 차별이 더 ‘진보적’이거나 ‘문명적’이지는 않다. 저자는 제3세계 여성과의 소통에는 페미니즘과 탈식민주의라는 두 겹의 렌즈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얀 폭력 검은 저항
수전 캠벨 바톨레티 지음, 김충선 옮김, 돌베개 펴냄

‘쿠 클럭스 클랜(KKK)’의 이름에는 놀랍게도 아무런 뜻이 없다. 마치 ‘일베’가 그렇듯이 말이다. 용인된 차별은 하나의 질서가 된다. 책은 KKK가 어떻게 나치에 버금가는 최악의 증오 집단이 되었는지를 살피고, 부당한 폭력에 맞서다 희생된 흑인들의 삶을 주요하게 다룬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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