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반비 펴냄

1999년 4월20일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리볼드는 총과 폭탄으로 무장하고 콜럼바인 고등학교로 갔다. 두 사람은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살해하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인 저자 수 클리볼드는 그 후 16년의 시간을 “알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데 바쳤다”. 단 하루도 격한 죄책감에 휩싸이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었다. 엄마로서 딜런에게 잘못한 것과 딜런이 남긴 파괴, 둘 다에 대해.
수 클리볼드의 가족은 사건 이후에도 살던 곳에서 계속 살고 있다. 수의 가족은 살해 위협을 포함한 다양한 협박을 받았지만, 그래도 지역공동체에서 추방당하지는 않았다. 또한 지역공동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 가족을 지원했다.
이 책을 쓴 것은 가해자를 위한 변명이나 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해자의 가족으로 살면서 배운 것들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내 이야기를 공개하는 일이 힘겹더라도 피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치철학 1·2
곽준혁 지음, 민음사 펴냄

기존 제도를 수정하려 하거나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론적 탐구는 필수다.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해 정치철학은 철학이나 윤리학과는 다른 성찰을 요구한다. 정치철학은 이른바 ‘정치적인 것의 본질’을 다루기 때문이다. ‘정치와 도덕은 화해 가능한가? 지배가 없는 권력은 가능한가?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하나? 사적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좋은 시민이 좋은 사람일까?….’ 저자는 이 같은 주제를 씨줄로, 사상가 45명을 날줄로 엮어나간다. 이들은 각자 저마다의 문제의식을 갖고 광장으로 나선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믿는 가치를 지키려 노력했고, 현실에서 부딪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절규했다. 그리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1권에서는 그리스 로마와 중세를, 2권에서는 르네상스와 근현대를 다룬다.
우리가 고대인들의 정치 감각까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테면 브렉시트 사태가 야기한 직접 민주주의의 한계와 정치인들의 선동 문제는 고대 그리스 정치인 페리클레스와 로마 공화주의자들의 ‘설득’ 개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 남해의봄날 펴냄

일본 도쿄의 책방 거리 진보초에는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유명한 노인, 85세의 ‘시바타 신’이 있다. 서점은 무엇이고, 책을 판다는 건 무엇일까. 전설의 책방지기를 3년간 인터뷰해 묶은 책. 이 책을 읽은 후에 〈도쿄의 서점〉(나무수, 2013)을 들고 일본으로 서점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침묵의 책
세라 메이틀런드 지음, 홍선영 옮김, 마디 펴냄

침묵을 다룬 책이 500쪽 분량이라니, 역설적으로 침묵이 단지 ‘말의 부재’만을 뜻하는 단어는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각종 소음에 중독된 세상에서 침묵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밀도 높은 고독인 침묵이 불러오는 어둠과 기쁨, 침묵의 문화사, 침묵의 매력을 탐험한다.

 

 


 

국가, 유학, 지식인
조경란 지음, 책세상 펴냄

오늘날 중국을 보는 한국의 시각은 숭중(崇中) 혹은 혐중(嫌中)에 치우쳐 있다. 저자는 두 시각에 모두 동의하지 않으며, 총체적으로 중국의 가장 민감한 주제들을 다뤄나간다. 21세기 대국을 꿈꾸는 중국이 사상적으로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한다.

 

 


 

고통에 반대하며
프리모 레비 지음, 심하은·채세진 옮김, 북인더갭 펴냄

“레비가 쓴 모든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타임스〉).” 저자의 작품 대부분이 아우슈비츠에서의 삶을 바탕으로 삼은 반면, 이 책은 저자의 개인사와 성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책들과 구별된다. 딱정벌레부터 우주비행까지 저자의 방대하고 개인적인 관심사를 엿볼 수 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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