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세력은 165석을 확보했다. 헌법개정안을 국회 발의할 수 있는 조건인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62석을 넘어섰다. 중의원 3분의 2를 차지한 정부·여당은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7월10일 선거 개표 방송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후보 당락을 전하던 민영 방송사들이 일제히 개헌을 지지하는 ‘일본회의’를 다룬 것이다. 시청자들은 한눈에 아베 총리를 비롯한 주요 장관들이 일본회의 산하의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나 신사본청 산하의 ‘신도(神道)정치연맹 국회의원 간담회’에 소속되어 있고, 이들을 지원하는 일본회의가 각 지역구에서 자민당 후보 선거를 도우며 신사본청과 함께 헌법 개정 국민운동을 전개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투표가 다 끝난 뒤에 웬 뒷북이냐’는 비난이 거셌다. 이번 선거에서 방송사들은 개헌 등 선거 쟁점 보도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마이니치 신문〉이 2013년 참의원 선거에 비해 선거 관련 방송 시간이 30%나 줄었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EPA7월10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개헌 세력이 의회에서 개헌 조건을 충족시켰지만, 실제 개헌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개헌 세력은 먼저 중의원 100명 이상과 참의원 50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 헌법개정안 원안 발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개헌을 목표로 뭉친 세력들이 각자 내거는 ‘개헌’의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자민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다. 아베 총리는 현행 헌법은 “미 점령군이 8일 만에 만들어 강요한 물건”이라며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니가키 사다카즈 간사장이나 기시다 후미오 외무장관은 현행 헌법정신은 지켜야 한다는 견해이다. 공명당은 ‘평화헌법’의 핵심 조문인 제9조“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구히 포기한다”를 개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반대하고, 환경권을 신설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직 당내 합의 전이다. 극우 정당 오사카 유신회도 아베 총리와 달리 9조 개헌은 시기상조이며 ‘긴급사태 조항’(재난·테러·타국의 무력 공격이 발생하면 총리가 입법권을 갖는 조항)도 신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대신 무상교육과 헌법재판소 신설을 주장한다.

“국민의 신임을 얻었다”라는 아베의 착각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아베 총리는 목표로 한 여당 과반 의석 획득에 성공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인 듯하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투표율은 선거구 54.7%, 비례대표 54.69%로 역대 네 번째로 낮았다. 또한 자민당은 주요 격전지에서 대패했다. 특히 자민당 소속 현직 각료 2명의 낙선은 타격이 크다. 오키나와에서 시마지리 아이코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장관이 낙선했다. 20년 만에 오키나와를 지역구로 하는 자민당 의원이 사라졌다. 후쿠시마 현에 출마한 이와키 미쓰히데 법무장관도 야당의 단일 후보에게 패했다. 자민당은 표밭이던 동북 지역 6곳 중 5곳과 홋카이도 3곳 중 2곳을 잃었다.

참의원 선거와 같은 날 치러진 가고시마 현 지사 선거에서도 유일하게 가동 중인 센다이 핵발전소의 가동 중지를 공약으로 내건 무소속 미타조노 사토시 후보가 당선되었다. 아베 총리는 “국민들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라고 말했지만, 미군기지, 재해복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핵발전소 등 현안을 안고 있는 지역민들은 아베 정권에 등을 돌린 셈이다. 이런 민심 역시 개헌으로 향하려는 아베 총리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기자명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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