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사드(THAAD) 배치를 공식화함에 따라 한·중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표명했고 사드 배치와 관련한 작업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중국의 이와 같은 격한 반대는 한국 내 사드 배치가 자국의 대외 전략과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기인한다. 중국은 사드가 대륙간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설계돼 북한의 미사일 요격에는 실효성이 적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결국 한국의 사드 배치는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을 빌미로 중국의 핵과 재래식 무기의 억지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로 본다. 다시 말해,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한 아시아·태평양 회귀 전략의 일환으로 글로벌 차원의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의 국가 싱크탱크인 국방과학기술정보센터 전문가들의 분석은 이렇다. 미국은 최근 자국 본토 및 동맹국에 지상·해상·공중·우주 등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구축해 통합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사드 시스템은 중간단계 요격 시스템인 지상발사형 중간단계 미사일방어체계(GMD), 종말단계의 패트리엇(PAC-3) 시스템과 함께 지상 미사일방어 시스템의 주요 구성 요소이다.

중국은 사드 시스템의 미사일 요격 능력보다는 기술 정보 수집 능력을 더욱 우려한다. 중국 공군장비연구원 장원창(張文昌) 원장에 따르면, 사드 시스템의 AN/TPY-2 X밴드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2000㎞에 달해, 한국 내 사드 배치가 현실화하면 중국 내륙의 미사일 실험과 로켓 발사 활동이 미국의 감시에 전면적으로 노출된다. 이뿐만 아니라 AN/TPY-2 레이더는 미군 우주기지의 적외선 조기경보 시스템과 연동돼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조기경보 시스템 운영이 가능하다. 이는 미국의 지상발사형 중간단계 미사일방어체계(GMD)의 요격 능력을 대폭 높여준다고 본다. 한편 ‘제1도련(오키나와-타이완-남중국해를 연결한 지역)’ 내 미국 해군기지의 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서는, 사드는 이지스함 발사형의 SM3 요격미사일 및 패트리엇(PAC-3)과 연동돼 중간단계 저층, 종말단계 고층과 저층의 미사일방어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 결과 중국은 미군기지와 미국 항공모함 전단에 대한 미사일 억지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Xinhua7월8일 중국 해군의 구축함 윤청호가 하이난 도와 시사군도 사이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로 미국의 핵공격에 대응할 대미 핵 보복 능력이나 미래에 가능할 ‘대(對)타이완 통일전쟁’ 수행 시 미군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 Area-Denial)’ 능력이 상당히 무력해지리라 본다. 동시에 중국은 자국의 항공우주 활동에 대한 미국의 일상적 감시로 이 분야 안보가 크게 위협받을 것을 우려한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보기에 한국 내 사드 배치는 글로벌과 지역 차원에서 주요 강대국 간 전략균형을 파괴하고,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패권주의와 독단주의를 한층 심화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그동안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 부장을 포함한 중국 지도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정부에 사드 배치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의 적극적인 외교 노력에도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에 중국 정부와 민심은 큰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7월11일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은 미국의 사드 배치에 동의함으로써 사실상 스스로 이 지역의 전략적 균형이 파괴되는 비상 국면에 휘말려들어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뿐 아니라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사드 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는 의견을 공식 표명했다. 이에 더해 앞서 언급한 사드에 대한 중국의 인식, 최근 지역안보 이슈에서 보여준 중국의 행보를 종합해볼 때, 향후 중국이 취할 조치는 한국의 안보에 심각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Xinhua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사드 배치에 강한 반대를 표명했다.

정치·경제·사회 영역까지 뻗칠 중국의 ‘보복’

앞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조치들은 중국이 이미 밝힌 바와 같이 군사적 전략균형 유지에 초점을 둘 것이고, 이러한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전례 없는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천안함 사건 당시 미국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이나 일본 순시선의 중국 어민 나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중국의 조치는 관련 사건의 해결에 국한된 것이어서 국면 전환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반면 사드의 경우 배치 취소나 시스템 철수 이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데다 한국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 시점에서 중국의 조치는 일단은 ‘억지’와 외교적 담판을 통한 문제 해결을 포기하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기존 지역 안보 이슈 해결 과정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외교나 국방 영역 외에도 정치·경제·사회 제반 영역에서 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드 배치와 관련된 지역의 기관·기업·인물에 대한 직접적 제재, 한·중 간 경제교류와 협력에 대한 비협조, 한국 기업의 대중 투자 제약이나 주요 대중 수출품에 대한 비관세 장벽 설치, 주요 외교 일정의 취소나 중단, 북·중 고위급 교류의 활성화와 경제교류 강화, 중·러 연합군의 군사적 시위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이 밖에 사회교류 영역에서 반한(反韓) 분위기의 방관이나 조성을 통해 중국 관광객의 한국 여행이나 중국 내 한류 확산을 차단하려 할 수 있다. 중국의 이러한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국제법과 기존 국제적 합의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형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형식은 국제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내용은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큰 셈이다.

나아가 만일 중국이 외교적 협상을 통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거나 남중국해 문제를 비롯한 미국의 대중 압박을 정면 돌파하려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택할 경우, 중국은 한·중 관계의 근본을 뒤흔드는 더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럴 때 중국은 군사적 전략 균형 유지 이상의 목적 달성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단행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조치에는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사드와 연관된 전략 목표물에 대한 직접 타격 준비가 기본적으로 포함될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에서는 이이제이(以夷制夷) 관점에서 북한과의 군사협력 강화와 북한에 대한 군사지원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다. 결국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은 북핵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고, 경제 등 비전통 안보 위협까지 가져올 수도 있다. 게다가 군사 강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과 같은 더욱 심각한 안보 위협까지 초래할 수 있다.

기자명 변한수 (국제안보문제 전문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