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성주가 사드 배치 장소로 결정되었다. 예상과 달리 수도권과 평택, 오산 등 주요 미군기지가 ‘사드 우산’에서 벗어났다. 국방부 장관이 나서 사드를 북한의 무수단(화성 10호) 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까지 어떠한 미사일도 막아낼 ‘만능의 보검’으로 추어올렸다. 또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지켜준다고 홍보했다. 그랬던 사드가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는 지역에 배치된 것이다. 국방부의 말 돌리기와 말 바꾸기가 사드 사태의 심각성을 키웠다.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는 단거리(SRBM) 및 중거리(MRBM)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해외 주둔 미군기지와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체계(BMDS)의 핵심이다. 말 그대로 사드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어 수단이라면 한반도의 사드 배치는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군사적 효용성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사드가 필요할 만큼 실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있는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고 필자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사드로 북한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북한이 보유한 스커드 미사일은 한반도를, 노동 미사일은 일본과 오키나와, 무수단 미사일은 괌을 사정권으로 두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6월23일 무수단 미사일(화성 10호) 시험 발사 성공 후 기뻐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먼저 한반도를 사정권으로 하는 스커드 미사일을 사드로 막을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다름 아닌 미국이 작성한 보고서에 담겨 있다. 노동이나 무수단 미사일은? 사거리가 1000㎞ 이상인 노동이나 무수단 미사일은 일단 한반도 내 사용이 의문시된다. 노동이나 무수단 미사일로 북한이 한반도를 타격하려면 높이 솟구치게 해 사거리를 짧게 쏘아야 하는데, 이런 이야기는 ‘신화’에 가깝다.

물론 최근 북한이 무수단(화성 10호)을 그렇게 발사(고각 발사)했기 때문에 위협이 된다고 국방부는 주장할지 모른다. 현실성이 없기는 하지만 국방부의 그런 주장에 따라, 노동이나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 수도권이나 오산·평택의 미군기지를 공격했을 때 사드로 막을 수 있을까?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면 평택·오산·군산은 사실상 사드로 방어가 불가능하다. 실제 직선거리로는 사드의 유효 사거리인 200㎞ 내이지만 사드의 최소 요격 고도가 40㎞임을 고려할 때 미사일이 정면으로 날아올 경우 최대 150㎞, 각도가 조금 벗어나면 100㎞ 이내에 있어야 현실적으로 방어가 가능하다. 수도권이나 오산, 평택은 성주에서 모두 100㎞ 밖에 있다.

국방부는 지난 2월 한·미 간 논의가 시작된 이후 제대로 된 설명 한번 하지 않은 채 느닷없이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했다. 닷새 만에 성주를 배치 장소로 선정했다. 수도권 방어를 포기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성주를 선택한 배경은 무엇보다 군사적 효용성에 대한 그간의 의혹 때문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말하는, 중부 지역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 북한의 공격에 쉽게 노출된다는 우려는 그다지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수도권과 평택 이상의 중부권을 막겠다는 논리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정당화하기에는 북한 미사일 위협이 궁색하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군사분계선에서 50~100㎞밖에 떨어지지 않은 수도권과 오산·평택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는 탄도미사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의 가장 큰 위협은 방사포인데, 300㎜ 신형 방사포의 경우 평택·오산은 물론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도 사정권으로 두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6월23일 북한이 무수단(화성 10호)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장면.

타깃 정보 다 아는 상태에서 한 요격 실험이 전부

북한은 지난 3월 스커드 개량형을 사거리 500㎞로 발사하며 남쪽 항구를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스커드 개량형으로부터 부산·포항·김해공항·대구 등 전시 전쟁 지속능력을 위한 후방 증원 전력과 관련된 미군기지와 시설 방어를 내세워 사드 배치를 정당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즉, 사드의 제원상 요격 가능 범위에 포함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실존하는 후방 배치를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한·미 당국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드는 아직 개발 중인 무기체계로 여전히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 실제 요격률에 대한 신뢰가 검증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면서 지난 몇 개월간 군사적 효용성에 대해 검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말한 군사적 효용성이 무엇이며 어떤 방법으로 검증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미국에서조차 기만체(decoy:유도무기를 속이기 위한 가짜 미사일)에 대한 취약성 등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국방부 무기성능시험평가국 국장이 상원에서 사드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고, 지난 1월 미국 국방부 시험평가국이 내놓은 보고서에도 사드에 결함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국방부가 말하는 군사적 효용성이라는 것이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이 주장하는 11차례의 시험 성공이 아니길 바란다. 그리고 시뮬레이션도 그저 미군이나 록히드마틴이 준 데이터와 자료에 의존한 것이 아니었기를 빈다.

사실 록히드마틴 사가 자랑하는 11차례 성공은 정상적인 시험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군이 공개한 영상만 보더라도 실제 땅에서 발사된 지대지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아니라 수송기에서 낙하시킨 미사일을 요격했다. 실험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여건상 어쩔 수 없이 이러한 방식으로 실험했다 하더라도 공격 타깃의 정보를 미리 다 아는 상황에서 요격에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탄두를 직격(hit-to-kill)한 것인지 아니면 추진체가 그대로 있는 미사일 본체를 요격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11차례 실험뿐만 아니라 취소한 4회를 포함한 총 15차례 실험의 방법과 결과에 대한 기본 자료를 제공받아서 그것이 우리 환경에 적용 가능한지를 충분히 검토했는지도 불명확하다. 그저 미국 당국과 제작사의 말만 듣고 국방부 장관이 군사적 효용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준의 무기체계라고 이야기했다면 무기 로비스트와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현재 사드 배치 장소로 성주가 결정된 것이지, 성주에 이미 사드가 설치된 것은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록히드마틴 사의 11차례 실험은 성주의 사드 배치에 단지 참고사항일 뿐이다. 성주를 중심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은 무엇인지, 어디를 목표로 하는지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군사적 효용성은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이것도 막을 수 있고 저것도 막을 수 있다는 식의 무책임한 말을 남발할 때가 아니다. 한반도라는, 종심이 짧은 전장 환경에서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이 검증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국민을 이해시키지 못하면 사드는 그냥 텍사스 사막(미국 사드 부대가 위치한 포트블리스 미국 32육군항공미사일방어사령부 육군기지)에서 녹슬어야 할지도 모른다.

기자명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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