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미·중·러·북의 치열한 ‘사드 셈법’

북한 미사일 피하려다 십자포화 맞을라

한국의 변명이 안 통하는 이유

 

중국이나 러시아는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위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는 우리 정부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사드의 X밴드 레이더를 중국 쪽이 아니라 북한 쪽으로 고정할 것이라고 국방부는 해명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 측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에 따르면, 백두산 너머에 중국이 매우 민감해하는 미사일 기지가 있다. 유사시 미국의 타이완 개입을 저지하기 위한 둥펑(東風·DF)-21D 미사일과 둥펑-26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이 미사일은 세계 최초 대함 탄도미사일(ASBM)로 미국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다. 미국 해군연구소에 따르면, 이 미사일이 이론대로 작동한다면 사정거리 1500~2700㎞ 범위로 타이완에 접근하는 미국 항공모함을 격침시킬 수 있는, 미국에는 치명적인 무기다. 중국 동쪽 해안의 미사일 기지들은 미국의 위성망에 노출돼 있지만 이 기지는 백두산에 엄폐돼 발사 시점에 원점을 파악하지 못하면 현재의 무기 체계로는 막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X밴드 레이더 기지가 한국에 배치되면 발사 원점을 파악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전쟁의 승패가 갈릴 수 있는 문제다.

또한 중국에서 미국 본토로 날아가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경우 지구가 곡면이기 때문에 알래스카에 있는 조기경계 레이더로는 조기 포착이 어렵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가능하다.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MIT 교수가 2015년 〈한겨레〉에 제공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중국 ICBM을 발사 단계에서 3000㎞ 상공에 도달할 때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게 가능했다. 이 실시간 정보를 알래스카 조기경계 레이더로 전송할 경우 요격 확률을 상당 수준 끌어올릴 수 있다. 미·중 간의 전략 균형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AP Photo지난해 9월3일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기념 행사에 ‘둥펑-21D’ 미사일 탑재 차량이 등장했다.

아산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대미 장거리 핵미사일 전력의 균형이 파괴되고 △전역 미사일 무력화 또는 제1 도련(오키나와-타이완-남중국해를 연결한 지역) 방어를 위한 반접근·지역거부(A2AD:Anti-Access Area-Denial) 전력 무력화 △중국의 종심 감시 △한·미·일 군사 블록의 등장 등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까지 반발하는 까닭

러시아는 2012년 북극해의 석유 자원을 개발해 동남아까지 수송하기 위해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의 군사력을 대폭 신장해왔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로 그 동향을 탐지해 미·일 동맹에 전달할 경우 군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러시아 전략미사일아카데미 교수인 바실리 라타 중장에 따르면, 한국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는 ‘러시아로부터 날아오는 모든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동북아 차원이나 글로벌 차원의 전략 환경에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2015년 루마니아에 SM3 요격 미사일 기지를 도입해 남유럽 미사일방어(MD)를 구축한 미국이 2013년 4월 괌, 2014년 12월 교토를 거쳐 이제 한국에 사드를 도입해 동북아 MD까지 완성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또 2018년까지 폴란드에 비슷한 체제를 도입해 동유럽 MD를 완성할 계획이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중단거리 핵미사일은 한국의 사드 배치 지역을 최우선으로 겨냥할 것이다. 북한 미사일 막겠다고 사드를 배치했는데, 그보다 더 무서운 중국과 러시아의 핵미사일이 한국을 겨냥하게 생겼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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