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미·중·러·북의 치열한 ‘사드 셈법’

북한 미사일 피하려다 십자포화 맞을라

한국의 변명이 안 통하는 이유

 

한·미 당국은 줄곧 북한 핵과 미사일로부터 한국 정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래서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 방어에 적합한 곳에 배치될 것이라고 점쳐졌다. 사드의 효용을 둘러싼 많은 논란 역시 바로 이 점, 수도권 방어 효과에서 비롯했다. 북한의 장사정포와 스커드 미사일 같은 단거리 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수도권 방어에 과연 사드가 효용성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국방부의 초기 대응 논리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에 핵을 장착해 쏠 경우 기존 패트리엇 미사일은 요격고도가 낮아 수도권이 핵 낙진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드 미사일은 요격고도가 높아 북한 영내에서 요격이 가능해 북한이 오히려 핵 피해를 당하게 된다며 배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일본해상자위대 제공일본 해상자위대의 ‘아타고’급 이지스함.

이 논리는 스커드 미사일의 비행고도가 사드의 요격 범위인 40~150㎞ 이하라는 점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런데 2014년 3월 북한의 노동 미사일 발사 실험이 사드 배치론자들의 논리에 힘을 보태줬다. 북한이 노동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한 것이다. 노동 미사일을 정상으로 발사하면 사정거리가 1300㎞로 일본 열도와 오키나와 등의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그런데 발사 각도를 높일 경우 사거리가 짧아져 수도권도 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장사정포처럼 수도권을 공격할 수 있는 다른 무기들이 얼마든지 있는 북한이, 일부러 노동 미사일을 높이 쏘아 올려 공격할 가능성은 낮다. 그래도 고각 발사 실험 자체가 사드 배치론자들에게는 구원의 손길이었다. 이때도 사드가 수도권 방어용이라는 대전제는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한·미 당국이 사드 배치 지역으로 삼은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리는 수도권 방어와는 전혀 무관하다. ‘한·미 동맹과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고 한·미 양국이 발표문에서 밝힌 대목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는 사드가 부산 일대의 후방 증원 기지뿐 아니라 괌과 주일 미군기지까지 방어 범위를 설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이 6월22일 발사에 성공한 무수단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3000~4000㎞이다. 유사시 한반도로 증파되는 괌의 미군기지도 사정권 안에 든다. 무수단 발사 성공이 사드 배치를 앞당기게 된 계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그렇다면 성주에 배치될 사드의 주요 타깃이 분명해진다. 괌으로 날아가는 무수단을 직접 요격할 수는 없지만, 성주에 배치될 레이더로 사실상 발사 단계에서 포착이 가능하다. 성주에 탐지거리 600여㎞인 종말단계 요격용 레이더 모드(TM)를 운영하더라도, 해상의 이지스함과 우주 정찰위성 등과 함께 가동되면, 얼마든지 전방 전개 요격용 레이더(FBR) 구실을 할 수 있다. 실제 요격은 미국이나 일본의 이지스함에 통보함으로써 그쪽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즉 한국에 배치될 사드의 실제 효용은 요격 미사일이 아니라 사드 무기의 최대 장점이라 할 X밴드 레이더의 배치에 있다. 이 경우 X밴드 레이더의 탐지 목표는 북한을 넘어 중국의 동북 지역과 러시아 극동까지 얼마든지 넘나들 개연성을 갖는다. 바로 한반도 차원을 넘어 동북아와 글로벌 차원의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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