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가기
송제숙 지음, 황성원 옮김, 동녘 펴냄

구매든 임차든 ‘자기만의 방’을 갖는 일의 어려움은 젠더와 무관해 보인다. 그러나 ‘비혼’ ‘여성’이라면 집 구하기는 한층 더 어려워진다. 우선 ‘젠더화된 기대’가 다르다. “결혼시장에서 흠잡힐 일 없도록”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억압당하기 십상이다. 보증금을 구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임금을 받고 승진의 기회도 많다. 여성의 고등교육률이 남성과 비등해진 이후에도 전일제 일자리 참여는 남성에 비해 상당히 낮다. 이를 ‘비정규 직업시장의 여성화’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은행 대출상품의 다양화에도 불구하고 ‘잘나가는 일자리’를 가져본 적 없는 대개의 비혼 여성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비혼 여성의 입지는 하찮은 무엇으로 전락해버렸다. 하지만 이들이 ‘피해자’인 것만은 아니다. 저자는 비혼 여성 35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담론화되지 않았던 서사를 발굴해낸다.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면서 개인적 자유를 중시하는 이들의 잠재성에 주목한다. “혁명을 단번의 사건이 아닌 지속 가능한 일상의 실천으로 옮길 잠재력을 지닌 집단”으로 분석했다.

 

 

번아웃 키즈
미하엘 슐테-마르크보르트 지음, 정지현 옮김, 문학동네 펴냄

번아웃(burnout). 성인 정신의학 쪽에서는 여러 사례가 있었지만 청소년에게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증상이었다. 10대 심리질환 분야의 권위자인 저자는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우울 증상의 통상적인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는 증상을 가진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이들을 주목하게 됐다. “더는 못 견디겠어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사는 의미가 없어요” 저자는 이들에게 ‘번아웃 키즈’라 이름 붙였다. 제대로 명명되어야 해결책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부모의 전폭적 이해와 지지를 받으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저자는 “즐거운 스트레스도 스트레스를 준다”라고 말한다. 미술과 음악과 운동 역시 아이들에게는 ‘지속적인 일정’으로 추가되는 셈이며 그만큼 지쳐간다. 저자는 번아웃의 원인을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통해 분석해 나간다. 경제화 논리를 비난하고 악마화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기에 마지막 장에 이르러 치료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아이들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또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은지, 우리는 논쟁을 벌어야 한다. (…) 우리는 아이들의 정신적 상태와 미래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눌변
김찬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엄청난 말을 쏟아내고 사방팔방 퍼져나간다. 눌(訥)은 말을 더듬는다는 의미다. 저자는 이를 상황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실행에 옮기기 전에 숙고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한다. 인터넷의 위력이 날로 커지는 세상에서 ‘눌언’의 미덕을 보여주는 책.

 

 


 

여행의 심리학
김명철 지음, 어크로스 펴냄

당신은 어떤 여행자인가? 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와 여행의 궁합을 연구하는 심리학의 한 갈래가 있다. ‘여행심리학’이라는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이름으로 불린다. 500여 일에 걸쳐 12개국을 여행한 심리학자가 심리학과 여행학,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더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막대가 하나
다카노 후미코 지음, 정은서 옮김, 북스토리 펴냄

‘만화가들의 만화가’로 만화가들 사이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다카노 후미코의 작품집이 국내 처음으로 정식 발매됐다. 1987~1994년 발표된 단편 여섯 편을 모았다. 작가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오래전 작품임에도 우아함과 세련됨을 잃지 않았다.

 

 


 

권력이 묻고 이미지가 답하다
이은기 지음, 아트북스 펴냄

오감 중 정보 파악 능력이 가장 높은 감각은 시각이다. 시각 매체는 영웅을 만들고, 심판자를 만들고, 이를 대중의 의식에 각인시키는 구실을 해왔다. 텔레비전·영화·사진 등이 나오기 전에는 광장의 동상이나 교회의 벽화가 그 역할을 했다. 미술 속에 숨겨진 정치성을 좇았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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