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활의 다양한 골칫거리 가운데 외면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바로 폐기물, 쓰레기일 것이다. 소비할 때야 쾌감을 느끼지만, 소비욕에 비례해 발생하는 폐기물은 거들떠보기도 싫은 존재임에 틀림없다. 시민들이야 종량제 봉투에 담아 길거리로 내놓으면 끝이지만, 시민의 복지를 살펴야 하는 지방자지단체들은 이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을 찾는 데 여간 애를 먹는 것이 아니다. 매립지는 매립지대로, 자원 회수 시설인 폐기물 소각장은 소각장대로 지역 주민의 거센 민원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시설 부지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독일에서는 생활 폐기물,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해 모든 폐기물을 수거 즉시 바로 매립하거나 해양에 버리는 투기가 금지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쓰레기를 어찌한단 말인가? 독일은 역발상으로 골칫덩어리 쓰레기를 복덩어리로 만들었다. 선진 기술을 이용해 폐기물을 자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인구 350만명으로, 독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베를린은 2014년 한 해 동안 1인당 59㎏, 시 전체로 보면 총 13만2000여t의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했다. 시영 청소회사인 BSR는 이 쓰레기 전량을 바이오가스 발효 시설의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2013년 6월부터 운영한 이 바이오가스 시설에 들어간 음식물 쓰레기는 21일 동안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쳐 연간 약 2000t의 바이오가스로 변환된다. 천연가스와 비교해 메탄 함량에 차이가 없는 이 음식물 폐기물이 만들어준 바이오가스는 베를린 시의 도시가스 공급 업체에 판매되거나 시영 청소회사가 운영하는 천연가스 청소차 150대의 연료로 사용된다. 이를 통해 연간 250만ℓ의 경유를 절약할 수 있다.

ⓒEPA독일 아이젠휘텐스타트 PET-CO 리사이클링 공장에서 한 직원이 페트병을 분해해 재활용 물질을 생산하는 기계를 작동하고 있다.

우리처럼 강력한 종량제를 시행하지 않는 베를린 시에서는 2014년 기준 1인당 248㎏의 생활 폐기물을 배출했다. 시 전체로는 85만여t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디젤 차량을 포함한 청소차 총 250대가 베를린 시 곳곳을 누비며 수거해온 이 생활 폐기물은 독일 자원순환경제법(Kreislauf wirtschafts-Gesetz)에 따라 에너지원으로 활용된 뒤 매립이 가능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소각열을 이용하는 것이다. 베를린에서 발생한 생활 폐기물 중 절반 이상인 52만t은 서베를린 루레벤에 위치한 열병합 발전시설로 보내진다. 1967년부터 사용했던 구식 소각로를 대신해 2012년 1억5000만 유로를 들여 최신식 시설로 교체되어 운전 중이다. 폐기물을 태운 소각로의 온도는 1000℃까지 올라가고, 이 열은 열병합 발전기를 돌리기에 충분한 140만t의 물을 증기로 변환시킨다. 이렇게 얻어지는 연간 188GWh의 전력과 534GWh의 열은 베를린 전체 가정의 약 5%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수거 즉시 곧바로 땅에 묻거나 바다에 투기했다면 2차, 3차 오염을 일으켰을 골칫덩어리가 화석연료의 의존을 줄여주고, 그 덕분에 연간 약 20만t의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는 효자 노릇을 하는 것이다.

베를린 시내에 이런 폐기물 자원화 시설이 운영 중인데도 민원이 없는 이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베를린을 비롯한 독일 전체의 폐기물 열병합 발전시설은 최신 기술의 도움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각 가정에서 수거된 생활 폐기물이 청소차에 실려 소각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분리나 건조와 같은 전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래서 플라스틱과 수분 함량이 높은 폐기물을 태울 때 발생하는 독성 물질인 다이옥신을 비롯해 다양한 대기오염 물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소각장에 설치된 첨단 정화장치 덕분에 배기가스 오염 수준이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친다. 2015년 5월 베를린 시 관보에 실린 루레벤 폐기물 열병합발전소의 배기가스 검사 결과는 독일 오염방지법(BImSchV)이 정해놓은 기준에 비해 다이옥신 1.1%, 염화수소 52.3%, 이산화황 33.9% 배출에 불과했다. 그나마 기준치에 근접하게 발생한 것이 이산화질소인데, 1일 평균 100mg/N㎥인 기준치의 85.8% 수준이었다. 먼지는 기준치가 10mg/N㎥ 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내뿜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Trenntstadt Berlin2014년 9월20일 베를린 환경축제에서 비닐봉지 30만 개를 이용해 9㎞를 연결하는 퍼포먼스로 세계에서 가장 긴 밧줄을 만들었다.

청소 노동자는 ‘폐기물 녹색 에너지’ 생산자

결국 민원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은 것은 시영 청소회사의 시설 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전체 소각시설 부지와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배기가스 정화시설에 쏟아부은 덕분이다. 대기 중으로 날아갈 수 있는 배기가스는 정화장치로 걸러내고, 소각로에 남은 중금속이나 독성물질은 따로 수거해서 안전하게 매립하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2014년의 경우, 연간 52만t을 소각해 에너지를 얻은 루레벤 시설에서 소각 후 남은 것은 상당 부분 건축 자재로 이용 가능한 재 11만t, 독성물질 1만1000t, 그리고 재활용 가능한 금속 1만2000t 뿐이었다. 만일 베를린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곧바로 전량 매립했다면, 에너지 회수를 제외하더라도 엄청난 폐기물 부피 때문에 조만간 또 다른 매립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을 것이다. 루레벤 소각시설은 에너지 생산뿐 아니라 매립의 부담을 20분의 1 수준으로 낮춰주었다.

쓰레기를 대하는 독일인의 시각 차이 때문일까? 청소 노동자들에 대한 복지 지원도 눈에 띈다. 내가 경험했던 한국의 청소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냉대와는 전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독일에서도 정말 어쩌다 발생하는 시민들의 불편한 시선이 있긴 하다. 회사는 청소 노동자들이 입을 정신적 상처를 줄여주기 위해 ‘박스 스톱’ 이라는 심리치료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청소 노동자들은 역할극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시민들과의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여유 있고 자신 있게 대응할지를 익히게 된다. 독일에서는 청소 노동자들을 쓰레기를 치우는 단순 노동자라기보다는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는, ‘폐기물 녹색 에너지’를 만드는 생산자로 인식한다.

기자명 베를린·염광희 (싱크탱크 코덱 연구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