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EU 탈퇴’라 쓰고 ‘이민 반대’라고 읽는다

해가 진 영국 ‘증오 프로젝트’에 기대다

영국 총리 후보로 꼽히는 인종차별주의자

‘EU 탈퇴’ 세계 금융공황 올까

트럼프와 브렉시트는 쌍둥이?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된 6월24일, 한국 주식시장에서 47조여 원이 증발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가총액이 불과 하루 사이에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주가가 지나치게 오르거나 내릴 때 프로그램 매매의 호가 효력을 5분간 중지시키는 제도다. 같은 날,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미국 증시도 개장하자마자 다우존스 지수가 2.18%나 떨어지는 등 큰 폭의 하락세로 출발했다.

한편 사태의 ‘본거지’인 영국 파운드화 및 EU 유로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반면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는 폭등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영국과 EU에서 자금을 빼내 미국, 일본 등의 국채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불안한 나라에서 그나마 안전한 나라로 자금이 대폭 이동하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징후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EU 탈퇴론자들이 주장해온 것처럼 영국 경제가 앞으로 탄탄하게 굴러갈 것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영국이 실제로 EU에서 탈퇴하는 시기는 아무리 짧아도 2년 뒤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영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우선 영국의 수출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 지난해 가까스로 무역수지 흑자를 회복했다고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적자를 기록했다. EU라는 정치·경제 공동체 안에서 다른 회원국들과 마치 같은 나라의 다른 지역처럼 상품을 거래해왔는데도 그랬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수출이 크게 줄어들면서 불황이 더 심각해지고 경상수지 적자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연간 240억 파운드의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AP Photo뉴욕 증시가 6월24일(현지 시각) 하락으로 출발하자 뉴욕 증권거래소 직원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상황판을 보고 있다.

지금까지처럼 영국의 금융산업 등으로 외국 자금이 많이 들어온다면, 그 돈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커버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불황이 계속되는 데다, 브렉시트로 영국의 글로벌 금융허브 노릇이 여의치 않다면 어떻게 될까? 기대한 만큼의 외국 자금이 유입되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파운드화의 수요가 줄어들고 그 가치 역시 내려간다. 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높여 외국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파운드화의 가치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금리인상은 극약처방이다. 국내 투자가 줄고 부도 사태가 늘어나면서 영국 경제 전반의 체질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반대로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는 수단도 사용할 수 없다. 이미 기준금리가 0%에 가깝기 때문이다. EU 탈퇴로 불확실성이 증대한 상황에서, 제조업 투자가 증가하기도 힘들 터이다. 영국은 6·23 국민투표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대폭 증가시켜버린 것이다.

영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커져

영국 같은 거대 경제에 발생한 위기가 다른 나라로 전염되지 않을 수는 없다. 유럽 밖의 기업들은 영국에 설립한 자회사를 기반으로 유럽 시장에 접근해왔다. 금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영국과 유럽 대륙 간의 무역·투자 관계가 악화되면, 이런 기업·금융기관들의 수익성이 대폭 악화되면서, 불황이 ‘전염’된다.

또한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높일 것이다. 국채 수요가 늘어나면 그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률은 하락한다. 선진국 국채의 수익률이 떨어지면 해당국은 물론 다른 나라의 금융기관들의 대출금리도 내려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만큼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이는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세계적 불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글로벌 물가인상률, 경제성장률 등이 지금보다 더 낮아지면서 디플레이션에 이르는 경로다. 한편 달러화 표시 채무가 많은 이머징마켓 국가들은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인해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된다. 개도국 외환위기에 따른 세계 금융공황의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