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EU 탈퇴’라 쓰고 ‘이민 반대’라고 읽는다

해가 진 영국 ‘증오 프로젝트’에 기대다

영국 총리 후보로 꼽히는 인종차별주의자

‘EU 탈퇴’ 세계 금융공황 올까

트럼프와 브렉시트는 쌍둥이?

 

금발의 비만인 백인 남성. 텔레비전 출연으로 유명해졌고, 그 인지도를 바탕으로 정치인이 되었다. 하지만 언론은 그를 거짓말쟁이·인종차별주의자·성차별주의자·호모포비아·광대·극우파라고 부른다. 미국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얘기가 아니다. 영국 브렉시트(EU 탈퇴) 찬반 국민투표에서 찬성 진영을 이끈 보수당 보리스 존슨 의원이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운명을 건 브렉시트 투표 결과는 영국 언론 〈가디언〉이 6월24일 홈페이지에 올린 두 영국 정치인의 캐리커처로 요약할 수 있다. 얼굴을 찡그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EU 잔류’ 쪽에 서 있고, 옆에는 의기양양하게 손가락으로 승리의 ‘브이’를 그리고 있는 보리스 존슨이 ‘EU 탈퇴’ 쪽에 서 있다. 투표 결과는 ‘탈퇴’였다.

차별 발언으로 끊임없이 구설에 올라

두 정치인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렸다. 캐머런 총리는 6월24일 오전 8시(현지 시각) 총리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10월의 보수당 전당대회부터 새 총리가 맡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집권당인 보수당 대표로 뽑힌 사람이 그대로 총리직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존슨 의원은 가장 유력한 새 총리 후보다.

ⓒREUTER영국 도박업체들은 보리스 존슨 의원(오른쪽)이 다음 총리가 될 확률이 50% 이상이라는 데 ‘베팅’했다.

정치에 본격 입문하기 전, 보리스 존슨 의원은 〈타임스〉 〈데일리 텔레그래프〉 〈스펙테이터〉 등 영국 신문에서 정치 칼럼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1998년부터는 〈당신을 위한 뉴스(Have I Got News For You)〉라는 텔레비전 쇼에 고정 출연자로 등장해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유명해졌다. 2001년 총선에서는 전통적인 보수당 지역의 후보로 나와서 당선했다. 당시 보리스 존슨의 보수당 후보 지명에 대해 당내에서 논쟁이 일었는데, 반대파들은 그가 진지한 정치에는 관심이 없으며 보수당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당선은 물론 2005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2008년에는 의원직을 사퇴하고 런던 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했다. 그는 재선에도 성공해 8년간 런던 시장을 지냈다.

그러나 그는 독설과 차별 발언으로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다. 그는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을 모욕하고 유럽의 식민주의를 옹호했다. “여성이 대학에 가는 것은 오직 좋은 신랑감을 얻기 위해서다” “보수당에 투표하면 당신 아내의 가슴 크기를 더 키울 수 있다” 따위. 이런 발언에도 자신은 성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2015년 12월 한 칼럼에서 인간이 지구온난화를 초래했다는 건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브렉시트 투표 유세에서도 EU에게서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브뤼셀의 유모(EU 본부가 브뤼셀에 있다는 점을 빗댄 것)가 바나나의 모양까지 자기들 뜻대로 결정하고 있다”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영국 언론은 보수당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10월까지 다른 강력한 후보가 떠오르지 않는 이상, 보리스 존슨 의원이 경쟁 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유수의 도박업체들도 일제히 보리스 존슨 의원이 다음 총리가 될 확률이 50% 이상이라는 데 ‘베팅’했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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