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여소야대에다 원내교섭 3당 체제로 시작했다. 20대 의원 300명이 타협의 정치를 펼칠지, 대결의 의정 활동을 반복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전체 의원의 44%를 차지하는 초선 의원 132명은 주목 대상이다. 이들은 20대 국회의 활력소다. 새로운 눈으로 여의도를 바라보고 행동할 수 있는 이들을 통해 20대 국회를 미리 그려봤다. 검찰·국방·경제·노동 각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여야 초선 의원을 만나 20대 국회의 개혁 과제를 들어봤다. ‘초선 의원이 진단하는 20대 국회 개혁 시리즈’ 세 번째 순서는 ‘경제 개혁’이다.

 

ⓒ시사IN 윤무영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왼쪽),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

김종석 의원은 홍익대 교수 출신으로 이른바 ‘시장주의 진영’의 대표적 경제학자다. 경제학 입문자의 필독 서적 가운데 하나인 〈맨큐의 경제학〉을 번역했다. 전경련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을 역임했으며, ‘올바른 시장경제와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신조로 삼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이다.
그는 원칙론적 시장주의자로서 규제개혁을 집중 연구해왔다. 1990년대 초부터 규제연구회, 규제개혁위원회 등 규제와 관련된 기구나 위원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했다. 이론과 현실 감각을 겸비한 보기 드문 정책통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공약본부장을 맡았다. ‘일자리를 통한 성장’을 기조로 삼은 새누리당 공약들은 대개 김 의원 손에서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2000년대 들어선 후 낙수효과 공식이 들어맞지 않기 시작했다. 성장의 과실이 대부분 기업으로, 그것도 몇몇 대기업의 곳간으로 들어갔다.”
최운열 의원이 지난해 8월 서강대 석좌교수직에서 퇴임할 당시, 고별 강연에서 털어놓은 이야기다. 양극화 심화와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책임을 느끼며 법인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연 제목은 ‘주류학자의 참회록’. 대기업과 시장효율성을 중시하는 ‘한국 주류 경제학계’의 대표적 학자였던 그가 평생 견지해온 지론을 변화된 현실 앞에서 일부 꺾은 것이다.
그러나 최운열 의원이 시장주의자에서 반시장주의자로 변신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민주에서는 ‘우경화’로 불릴 만한 발언들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나 노동개혁 관련 법안에 대한 의견들이 그렇다. 최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더민주의 경제정책을 사실상 지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성장률과 분배 시스템은 물론 고용제도도 지금 같은 형태로는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다는 신호가 계속 나온다. 오래전부터 구조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나, 말만 무성하고 실행된 것은 없다. 4·13 총선은 조선과 해운 부문 대기업들의 몰락이 확실해진 시기에 치러졌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이 국회에 들어갔다.

20대 국회는 경제구조 개혁으로 이어지는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시사IN〉은 6월8일, ‘경제통’ 출신 초선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을 만났다. 두 의원은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쳐온 노련한 학자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부터 듣고 싶다.

최운열(이하 최):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정도가 아니라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가계는 부채에 억눌리고 내수도 침체되었다. 기업들 역시 구조조정이 논의될 만큼 부실화되었다.

김종석(이하 김):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10여 년 전부터 지적해왔다. 성장 잠재력이 저하되어 거의 제로 성장 국면이다. 글로벌 경제까지 혼란에 빠지면서 조선과 해운 등 주요 산업을 선도하는 대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크게 악화되었다.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는 구조조정이다.

구조개혁으로 성장률을 다시 올리자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경제성장에 좀 비판적인 입장 아니었나.

:오해다. 성장의 방법론에서 새누리당과 다를 뿐이다.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약은 대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해서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이었다. 유효하지 않은 성장론이다. 대기업 투자의 활성화로 인한 이익이 중소기업과 서민 계층으로 넘쳐흐르는 낙수 효과가 사라졌다. 대기업의 투자가 부진한 이유는 돈이 없거나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다. 수요가 없어서다. 수요가 모자란 이유는 가계의 소득수준이 개선되지 않아서다. 궁극적으로 시민들의 소득을 높여야 수요와 투자가 증가할 수 있다.

구조개혁에 새누리당의 입장은?

:우리는 ‘일자리 중심 성장론’을 주장해왔다. 최 의원 말씀은 소득을 늘려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인데, 사실은 성장해야 소득이 늘어난다. 분배 없는 성장은 무의미하지만 성장 없는 분배는 불가능하다. 성장률이 제로인 상태에서 분배론은 계층 간 갈등만 부추긴다.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성장론을 ‘대기업만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다. 대기업을 억누르고 중소기업을 육성한다고 투자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투자 여력과 기술력, 시장을 가진 대기업이 나서야 한국 경제의 투자 증진이 가능하다. 다만 우리 경제가 지난 20여 년 동안 수출-대기업-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시스템이 크게 마모되었다. 그래서 미래 성장동력과 일자리는 내수-중소기업-서비스업 영역에서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입장이다.

ⓒ연합뉴스 조선·해운 부문 노동시장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이에 대한 해법도 여야의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 총선에서 양당 모두 미래 신성장 산업 육성을 공약했다.

:친환경 에너지, 탄소섬유, 바이오 생명공학, 3D 프린트, 친환경 자동차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산업들을 집중 육성하려면 구조조정을 나쁘게만 볼 필요가 없다. 기존 산업에 묶여 있는 인력이나 자금을 새로운 산업으로 이동시켜야 경제구조를 고도화할 수 있다. 다만 누가 필요한 자본을 대느냐가 문제다. 신성장 산업의 경우, 성공 여부가 매우 불투명하다. 즉 리스크가 크다. 성공하면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은행이 이런 고수익-고리스크 산업의 육성에 필요한 돈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이것이 문제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기 때문에 위험한 산업엔 투자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선진국에서는 자본시장에서 (증권 거래를 통해) 고수익-고리스크 산업에 자금을 조달해줬다. 한국 역시 자본시장을 활성화해야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다.

:벤처 창업자들의 아이디어가 자본과 만나는 길이 봉쇄되어 있다. 대기업이 아이디어나 기술을 매입한 뒤 대규모 프로젝트에 활용해 기술 진보를 달성하고, 벤처 창업자는 큰돈을 버는 선순환이 나타나지 않는다. 한국 대기업들은 국내 중소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삼성이 인공지능 사업을 추진할 때 국내 기업이 아니라 영국이나 미국 기업을 인수한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는 원래 영국 회사였다. 미국 구글이 인수해서 지금처럼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처럼 벤처 부문의 창조적 아이디어에 대기업을 참여시켜 항공우주든 인공지능이든 대형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는 연결고리가 한국엔 없다.

마침 대기업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난 대선 당시 가장 큰 이슈가 경제민주화였다. 지난 총선 공약을 보면 새누리당에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사라진 듯하다.

:정부·여당 관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했던 경제민주화가 달성됐다고 본다. 지난 선거 당시 민심을 살펴보니 대기업 규제 강화보다 차별과 격차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동안 대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며 투자 규제를 강화해왔는데, 일자리가 생기지도 않았고 소득이 늘어나지도 않았다. 국민이 원하는 건 대기업 때리기가 아니라 민생이다. 대기업이 잘못하는 일은 많다. ‘갑질’에다 지배력 남용과 내부 거래까지…. 그런데 이런 부분들은 이미 불법화되어 있다. 새로운 법을 만들기보다 있는 법부터 촘촘하게 실행하자.

:공정한 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경제민주화가 마치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지속 가능하려면 (공정 경쟁이 가능한) 환경이 필요하다. 대기업 지배구조도 제대로 정비하자. 현재의 대주주(재벌 가문)가 계속 경영해야, 해당 업체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주주의 국적과 관계없이 해당 기업의 본사가 한국에 있고 한국에서 경영하고 한국에 세금을 내면 된다.

:소유 경영인(한국의 재벌처럼 대주주가 직접 경영권을 장악하는 경우)과 전문 경영인 가운데 누가 더 우수한지에 대한 논란은 정답이 없다. 항간에서는 ‘1% 지분으로 100% 경영권을 가지는 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주식회사 제도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잭 웰치의 경우, GE에 자신의 지분이 거의 없는데도 10년 이상 최고 경영자 자리에 있었다. 이처럼 ‘지분이 몇%냐’ 같은 문제가 아니라 대주주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서 횡령,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 불법행위를 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업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구조에 여론과 정치권이 관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당력을 노동시장 개혁 법안에 집중시켜왔다. 더민주는 어떤가.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권이나 정부가 진솔하지 못하고 용기도 없었다. 정부·여당은 고용 유연성만 강조하니까 노동자 단체가 반발한다. 야권은 고용안정성만 강조하는데 이 또한 문제다. 기업의 경우, 상황이 나빠지면 시설과 인력을 줄여야 생존할 수 있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면서 해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경기가 불황일 때 근로자들을 마구 해고해서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지금 한국의 근로자가 모두 1930만명인데, 노조로 조직된 근로자는 10%인 200만명 정도다. (정부와 정치권은) 조직된 근로자에 대해서는 신경을 많이 쓴다. 임금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못한다. 그런데 임금을 그대로 두고 고용만 안정화시키면 기업이 유지될 수 있을까? 지금부터는 이런 문제를 건드려야 한다. 조직된 200만 근로자의 권익뿐 아니라 나머지 1700만 근로자의 고통과 아픔에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시스템이 마모되어 헛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조개혁 혹은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그 첫 단추는 무엇이어야 할까. 그동안 돈 풀고 재정지출 늘리고 금리를 낮춰도 효과가 없었다. 결국 고용제도를 유연하게 개혁해야 한다. 만약 고용과 임금의 유연성이 확보된다면, 기업은 가급적 해고보다 임금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연합뉴스 더민주 관계자들이 제20대 국회 첫 의원총회에서 부실채권을 소각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에서는 ‘한국형 양적완화’를 공약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제도로 이해하고 있는데.

:구조조정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정부 예산, 국채 발행, 그리고 한국은행이 통화를 발행해서 빌려주는 방안이다. 지금 정부엔 재정 여력이 없다. 한편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다면 세 가지 방법 중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줄일 수 있는 양적완화가 가장 낫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갈 자금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 기업이 2014년 현재 3500개다. 분명한 원칙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국책 금융기관들이 왜 부실 채권을 집중적으로 갖게 되었는지, 이런 과정에서 대주주나 경영자, 채권은행의 방만한 행위는 없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그다음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조달할지 등을 생각하는 것이 낫다.

:구조조정은, 시간을 끌수록 필요 자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구조조정엔 신속성과 충분성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원인 규명한 뒤 구조조정하면 늦다. 불이 났으면 일단 끄고 나서 누가 불을 질렀는지 찾아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에서는 새누리와 더민주의 의견이 갈린다. 더민주는 상환 불가능한 채권에 대해 사실상 탕감해주는 방식을 내놓았는데.

:‘살아 있는 여신’을 탕감하자는 것은 아니다. 은행들은 회수 불능으로 판단한 채권에 대해 대손 처리를 해놓고 나서도 그것을 아주 싸게, 그러니까 5% 정도로 사금융 같은 곳에 팔아버린다. 그 채권을 산 업체는 채무자를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괴롭혀서 회수한다. 이미 대손처리된 채권에 대해서만 해당 채무자들을 자유롭게 해주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발법)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료 등 공공 서비스 부문을 민영화하자는 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최 의원도 서발법에 의료 부문을 포함시키자고 주장한 바 있다.

:영리 의료법인에 찬성하는 것처럼 비쳐져서 굉장히 난처했다. 미국의 경우, 돈 없으면 병원에 갈 수 없는 의료 시스템이다. 그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의료 민영화라면 앞장서서 반대할 것이다. 다만 한국은 암이나 심장병 수술 등에서 세계 최고다. 만약 한국이 싱가포르처럼 이런 수술에 외국 환자를 100만명 정도 유치할 수 있다면 일자리를 16만 개 창출 가능하다. 의료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이런 부문을 활성화하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새누리당이 총선 이전부터 핵심 과제로 추진해온 것이 서발법과 노동개혁법이었다. 그리고 서발법 자체엔, 의료의 ‘의’자도 안 나온다. 서발법은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 대상이 의료 부문일지 교육 부문일지는, 또 다른 각론(법)에서 정할 문제다. 한국의 의료 공공성은, 의료법에 확고히 규정되어 있다.

:다만 기획재정부가 관장한다면, 결국 시장 논리로 밀어붙여서 의료 공공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일리가 있다고 본다.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모색해보겠다.

최근 두 분이 함께 국회 내에 규제 심사기구를 만들어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자고 제안했다.

:의원들은 가급적 법안 발의를 많이 할 필요를 느낀다. 언론에서 의원들을 법안 발의와 통과 건수 등 계량적 지표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관료들도 규제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규제는 관료의 힘이다. 이렇게 의원과 관료의 이해가 일치하면서 의원 입법이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규제를 하나 풀면, 다른 규제가 10~20개씩 생긴다. 그래서 국회 내에서도 입법안들에 대해 영향평가 등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법안을 낼 때 예산검토서를 붙이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입법부에서 해당 법안의 규제 영향까지 평가하자는 이야기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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