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사회를 ‘고령화사회’라 하고, 14% 이상인 사회를 ‘고령사회’라고 한다. 일본은 1994년에 고령화율이 이미 14%를 넘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16년 5월 현재 고령화율은 27.1%로 ‘초고령사회’다.

고령화 여파가 현저하게 미치는 곳은 사회보장제도의 영역이다. 연금은 물론 의료나 요양보험료의 증가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요즘 일본 언론은 단신 고령자 가구 증가에 따른 사회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NHK 스페셜 제작팀이 고령사회의 문제를 심층 보도해왔다. 이 방송에서 다양한 조어를 만들어냈는데, 이를 따라가 보면 고령사회 일본의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다.

먼저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은 말인 고독사다. NHK 스페셜은 고독사에서부터 출발한다. 고독사는 고령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14년 현재 일본의 65세 이상 가구는 2357만 가구로 일본 전체의 약 절반인 46.7%를 차지하며, 그중에서도 단신 가구는 596만 가구(25.3%)에 이른다. 혼자 사는 고령자는 1980년 88만명에서 2014년에는 596만명으로 급증했다. 이 596만명의 혼자 사는 고령자들 중에는 멀리 친척이 있다고 해도 자녀나 조카가 아니라 똑같이 나이가 많은 사촌밖에 없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친척끼리 안부를 확인하는 일도 쉽지 않은 형편이라 고독사가 늘고 있다.

ⓒKYODO

특히 남성의 경우가 심각하다. 2014년 내각부가 낸 〈고령사회백서〉에 따르면 혼자 사는 고령 남성일수록 사람들과의 교류가 적고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고령 남성만이 아니라 40~60대 남성도 고독사가 많은데, 그 이유는 남성의 인간관계가 여성보다 느슨하거나 희박하기 때문이다.

2005년 9월 〈아파트 단지 어느 방에서 혼자〉라는 NHK 스페셜이 방영되었다. 방송 무대는 1960~70년대 고도 경제성장기 내 집 마련의 선망지 1위로 열풍이 불던 뉴타운이었다. 몇십 년 전에는 젊은 사람들로 북적이던 이 뉴타운에 지금은 혼자 사는 중년 남성과 고령자가 많다. 이들은 이웃과 교류가 없어서 병으로 쓰러져 혼자 죽더라도 며칠, 몇 주, 길게는 몇 달이 지나서야 시신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방송은 고독사의 이면에 경제 양극화나 열악한 고용 문제,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연금 문제, 고령자가 고령자 혹은 장애인 가족을 수발해야 하는 문제 등 현대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온갖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무연고 사회와 노후 파산 문제를 다룬 NHK 스페셜 시리즈의 한 장면(맨 위부터).

‘고독사’ 다음으로 NHK 스페셜 제작팀이 주목한 것은 무연고 사회다. 시리즈 제1편으로 2010년 1월 방송된 〈무연고 사회-‘무연고 죽음’ 3만2000명의 충격〉은 시신을 찾아가지 않아 지자체가 화장하거나 매장을 하는 ‘무연고 죽음’이 급증한 실태를 전했다. 9월에 방송된 〈사라진 고령자 ‘무연고 사회’의 어둠〉은 주민등록상에는 79세 장녀와 동거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113세의 한 여성이 실제로는 80세쯤부터 행방불명 상태라는 것을 밝혔다. 방송에 나온 또 한 가족은 아버지의 연금으로 생활을 꾸리던 장녀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에도 연금 등을 불법으로 계속 받고 있었다. 오랜 경제침체 탓에 중·장년층의 실직이 늘어나고, 자식 세대의 생활 기반이 무너지면서 부모의 연금에 기대어 사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무연고 사회’ 시리즈는 사라진 고령자의 배후에 존재하는 가족이 해체되어 사회로부터 고립된 사람들의 모습과 부모의 연금이 아니면 생활을 할 수 없는 경제난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무연고 사회에서 혼자 사는 고령자는 고립되어도 가족이 있는 경우 어느 정도 살아갈 기반이 있다고 여겨지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방송 제목에 쓰인 조어 ‘무연고 사회’는 2010년 유행어 톱10에 뽑힐 정도로 반향이 컸다. 많은 사람들이 무연고 죽음을 자기 일처럼 받아들였다.

노후 파산에 몰린 독거 고령자만 300만명

2013년부터 NHK는 고령자 빈곤 문제를 파고들었다. 2010년 방송된 무연고 고령자들을 취재하던 NHK 스페셜 제작팀은, 무연고 고령자들이 병든 후 죽음을 맞이할 장소가 없어 병원에서 요양시설 여기저기로 떠돌고 있는 현실을 만났다. 제작팀은 이를 계기로 표류하는 고령자들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고립된 고령자들은 비참한 인생의 말로를 겪을 뿐만 아니라 생전에도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점을 취재했다.

이 취재 결과는 2013년 1월 〈노인 표류 사회〉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이후 2014년 9월 〈노인 표류 사회-노후 파산의 현실〉이 방영되었다. 맥주 회사에서 23년간 근무하다가 40대 후반 독립해 음식점을 경영했던 A씨(83)는 연금으로 월 10만 엔을 받는데, 월세 6만 엔을 내고 나면 4만 엔이 남는다. 하루 500엔도 안 되는 돈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간다. 가난이 부끄러워서 지인들과도 연락을 끊은 지 오래다. 80대 B씨는 월 6만 엔의 연금으로는 항암치료를 받을 수가 없어서 저금해놓은 돈에서 매달 3만 엔씩 찾아 쓴다. 그 저금도 5년이면 바닥이 날 상황이다. 이 시리즈는 2015년 8월 〈부모자식 함께 스러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와 2016년 4월 〈노인 표류 사회-단카이(団塊) 세대에게 슬그머니 다가오는 노후 파산〉으로 이어졌다.

자신의 연금만으로는 살 수 없어서 노후 파산에 몰린, 혼자 사는 고령자는 약 3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는 노후 파산에 몰린 고령자를 구제하기 위해 세금과 보험료 면제나 감액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저출산·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연금 수급액을 더 낮추려고 한다. 초고령사회가 된 일본에서 혼자 사는 고령자가 느는 가운데 노후에 파산하는 이가 급증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NHK 스페셜 제작팀은 10여 년에 걸친 밀착 취재를 통해 고령자들이 처한 절박한 현실이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고령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공론화했다. 정권의 나팔수라는 비난을 듣는 NHK이지만, 스페셜 제작팀은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자 문제를 파헤쳐 사회적 의제를 설정해 언론으로서 해야 할 소임을 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고령자가 된다. 그래서 함께 고령자의 고립과 빈곤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방송 취지에 많은 일본 사람들이 공감했다. 연금 등 사회보장의 토대를 형성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던 시대에는 홀로 사는 고령자가 드물었다. 하지만 이미 일본 사회에서 가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사회보장제도와 정책은 유효기간이 끝났다.

기자명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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