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300명의 평균연령은 55.5세다. 역대 국회에서 20대 국회가 가장 평균연령이 높다. 19대 국회에 비해 2030대 의원 수가 3분의 1로 줄었다. 20대는 0명, 30대는 3명이다. 청년 의원 몰락은 정당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청년 정치인을 키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시사IN〉 제451호 ‘청년을 위한 정치는 없다’ 기사 참조).

한국과 달리 유럽은 정당의 역사만큼 청년 정당 조직의 역사도 깊다. 빠르면 10대 후반부터 청년 조직에서 활동하며 정치 경력을 쌓는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간호보조 일을 하는 레아 키엘숄름 씨(22)는 2015년 6월18일 덴마크 총선에서 서부 유틀란트의 남부 헤르닝 선거구의 적녹연맹당 후보로 출마했다. 키엘숄름 씨는 2011년부터 사회주의청년전선(SUF)이라는 청년 정치조직에서 활동해오다, 2014년 적녹연맹당의 출마 권유를 받았다. SUF는 적녹연맹당 산하 조직이 아닌 독립적인 청년 정치조직으로, 적녹연맹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협력 협정을 맺고 있다. 적녹연맹당은 덴마크에서 국회의원 임기를 재선까지만 허용한다. 4년씩 최대 8년만 의원을 할 수 있는 ‘로테이션 룰’을 가진 유일한 정당이다. 이에 따라 당은 곧 공석이 될 자리를 재능 있는 당원이 채울 수 있도록 미리 준비시킨다. 키엘숄름 씨가 여기 해당됐다. 그녀는 “40대 이상인 지역당 사람들이 나에게 재능이 있다며 의회 선거를 준비해보라고 했다. 당을 위해 매우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출마했는데, 정치에 대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나에게 정치는 전쟁이고, 나는 싸우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라고 말했다.

ⓒ레아 키엘숄름 제공2015년 6월 덴마크 총선에서 레아 키엘숄름 적녹연맹당 후보(오른쪽)가 유세를 하고 있다.

키엘숄름 씨는 탈세 방지, 공공교육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849표를 얻었다. 개표 결과 남부 헤르닝에서 3위에 머물러 의회에 진출하지는 못했다. 덴마크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인데, 2015년 총선에서 적녹연맹당은 27만4463표로 14석을 얻어 원내 4위 정당이 되었다. 그녀는 “청년 조직은 크고 중요한 회의에 반드시 초대되며, 청년들의 출마를 독려하는 데 많은 정성을 기울인다. 특히 SUF는 적녹연맹당의 하부 조직이 아니라 완전히 독립적인 단체이기 때문에 자유롭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덴마크 청년협의회(DUF) 조사에 따르면 덴마크 청년(만 16~25세)의 71%는 정치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만 25세 이상 인구 가운데 57%가 정치 활동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고 했는데, 이보다 더 높다. 만 25세 이하 젊은 층의 정치조직(학생 조직·노동조합·환경단체 포함) 참여율은 2004년에 이미 51%를 넘었고 8년 뒤인 2012년에는 1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한 최연소 국회의원은 22세 틸다 보르크 의원으로 ‘극우파’ 덴마크 국민당 소속이다. 제1 야당인 사회민주당의 새 대표 메테 프레데릭슨 역시 39세로, ‘한국 기준’으로는 청년 정치인이다.

ⓒAP Photo덴마크의 제1 야당 사회민주당의 메테 프레데릭슨 대표.

독일 기민당에는 당내 청년 조직이 키운 차세대 리더가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 경쟁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옌스 스판 독일 재무차관(36)이다. 스판 차관은 30대 중반에 연방 선거에서 4선에 성공한 ‘중진’ 의원이다. 15세 때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당의 연합 청년 조직인 영 유니온(JU)에 가입했고, 17세 때 기독민주당에 가입했다. 19세부터 JU 보르큰 지역위원장과 지역 의회에서 활동을 시작해 스물두 살에 연방 의원이 되었다.

스판 의원은 2014년 기민당 최고위원직에 도전해 53세 보건장관 헤르만 그뢰헤와 경쟁했다. 그는 당시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정치인은 더 젊은 세대가 그들의 부모·조부모와 똑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고 말하며 청년의 대변자를 자처했다. 그는 결국 최고위원에 임명됐다. 2015년 재무차관이 된 후에는 연금 개혁 문제에서 ‘세대 간 형평성’을 강조했다.

탄탄한 청년 조직 있지만 ‘고령화’는 고민거리

기민당과 기사당뿐 아니라 사회민주당(SPD), 녹색당 등 다른 독일 원내 정당도 활발한 청년 조직을 운영한다. 함부르크에 사는 야나 씨(21)는 “녹색당의 청년 조직 그린 유겐트(GJ) 활동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각 정당의 청년 조직 활동은 굉장히 헌신적이고 현실 정치와 깊은 연관이 있다. 어떨 때는 좀 과격하기도 한데, 주로 도시나 마을 단위 지역에서 젊은 층의 목소리를 당내로 전한다”라고 말했다. 독일 기민당, 사민당, 좌파당의 청년 조직은 만 14세 이상 35세 이하면 당적이 없어도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GJ는 만 28세가 되면 자동으로 회원 자격이 정지된다.

ⓒAP Photo옌스 스판 독일 재무차관.

독일 정당은 탄탄한 청년 조직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전반적인 고령화로 젊은 유권자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독일 신문 〈도이치 벨레〉는 “30년 전만 해도 사회민주당원 3명 중 1명이 35세 이하였으나 지금은 10분의 1도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2013년 총선에서 기민당에 투표한 유권자의 43%는 60세 이상 유권자였다. 35세 이하 청년 유권자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원내 거대 정당 중 오직 녹색당만이 지지자 중 청년 비율이 25%에 달했다. 스판이 기민당 최고위원직에 도전하며 “당은 2021년에 무엇을 할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내가 기민당 안에서 이끌고 싶은 논의다”라고 말한 배경이다.

6월23일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정하는 국민투표를 할 예정인 영국은 유럽 가운데 25세 이하 젊은 층 투표율이 낮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2015년 총선 기획 보도에 따르면, 주요 정당의 청년 당원은 장기간 감소해왔다. 〈가디언〉은 “이들(청년) 세대는 흑인·게이·페미니스트·무신론자·노동자 계급·무슬림·트랜스젠더·아시아인·장애인·스코틀랜드인 등 다중의 정체성으로 자신을 규정한다. 이는 사회운동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개인주의자들’이 특정한 기성 정당에 소속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보도했다.

주류 정치권과 언론의 의제 설정에 청년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이유로 지목됐다. 〈가디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럽 정치권을 휩쓴 ‘난민 문제’는 25세 이하 청년들의 사회문제별 관심 순위에서 17위에 그쳤다. 1위는 불안한 임금과 높은 집값이었다.

영국의 청년들은 낮은 참여율 때문에 오히려 다가오는 유럽연합 탈퇴 투표에서 ‘스윙보터’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YouGov)’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하는 25세 이하 청년층은 53%, 찬성은 29%다. 하지만 51%만이 ‘확실히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25세 이하 청년층의 30%는 투표인 명부에 등록조차 안 되어 있다. 급기야 택시 앱 우버가 청년 투표 독려 단체 ‘바이트 더 발롯’과 함께 모든 사용자에게 투표 독려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우버가 도착하길 기다리는 3분 동안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요? 투표를 위해 등록하는 건 어때요?” 데이트 앱 틴더, SNS 앱 페이스북, 온라인미디어 버즈피드도 트위터에서 젊은 층의 토론과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유권자개혁사회의 조사에 따르면 25세 이하 청년층 중에서 유럽연합 탈퇴 문제에 ‘매우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1%에 불과했다. 65세 이상 47%가 ‘매우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것과 온도차가 컸다.

청년 당원이 감소하고 투표율도 하향 추세이기는 하지만, 영국 정당 역시 청년 의원을 배출한다. 20대 의원이 13명이고, 30대 의원은 86명에 이른다.

※이 기사는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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