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프랑스 정부와 노동조합 사이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5월31일부터 철도를 비롯한 대중교통 노동조합이 파업에 가세했다. 노동총동맹(CGT)은 6월2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며 6월14일 아홉 번째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총 8개 정유공장 중 4곳은 여전히 가동 중단 상태이며, 프랑스 전력 생산의 핵심인 원자력발전소 노동자 역시 파업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현재 상황은 정부와 CGT 간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다.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에 프랑스인들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프랑스인 66%는 정부가 노동법 개정안을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프랑스 노동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무엇일까?

ⓒAFP5월25일 노동법 개정안에 반발해 정유공장 봉쇄에 나선 노동자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먼저 프랑스 정부는 노동시간을 결정할 때 기업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모든 사업장의 노동조건(노동시간, 임금, 후생복지 등)은 당연히 노동법 기준에 미달되어서는 안 된다. 그뿐 아니라 업종별(혹은 산별) 협약에 정해진 조건과 비교해 최소한 같거나 노동자에게 더 우호적이어야 한다. 즉 기업 단위에서 결정되는 협약 및 규약은 상급 단위에서 맺어진 협약을 준수하거나 그보다 노동자에게 나은 수준이어야 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이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개정안 제2항에 따르면 단일 기업 차원에서 체결된 협약이 업종별 협약에 우선하며, 또 업종별 협약은 기업 차원의 협약이 없을 경우에만 노동시간과 휴무에 관한 결정권을 갖게 했다. 5월26일 사회당 정부 초대 노동장관이었던 미셸 사팽 현 재무장관은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2항 내용은 수정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뉘엘 발스 국무총리는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러한 제안을 일축했다. 그는 “2항은 노동장관의 철학이 담긴 개정안의 핵심이다”라며 수정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공식 명칭은 ‘기업과 경제활동인구에게 새로운 자유와 보호를 제공하기 위한 법률안’이다. 단일 기업 단위의 결정권 강화, 즉 자율성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며, 이것이 새로운 ‘자유’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주 35시간 노동 체제의 해체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빈번하게 언급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또한 개정안은 경영상의 어려움(경제적 이유)에 따른 해고를 용이하게 하고, 그로 인한 잠재적 해고 비용을 낮추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프랑스 노동법전 제1233조 3항은 ‘경제적 해고(경영난으로 인한 해고)’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근로자의 개인적 문제에 해당되지 않는 사유, 즉 기업의 지속적인 경제적 어려움이나 기술적인 변화로 인해 일자리가 변형되거나 사라진 경우, 혹은 노동 계약상의 중대한 부분의 변경을 근로자가 거부한 경우 행해지는 해고’를 일컫는다. 다소 추상적인 규정 때문에 지금까지는 이에 대한 판단을 주로 노동법원 판사의 재량에 맡겼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경제적 해고의 근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그 범주를 넓혔다. ‘11인 미만 기업: 1분기, 11인 이상 50인 미만: 2분기(6개월), 50인 이상 300인 미만: 3분기, 300인 이상: 4분기(1년)’ 따위 기준으로, 기업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해당 기간 연속으로 매출 하락을 기록할 경우 경제적 해고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노동법원이 경제난에 의한 해고가 아닌 부당해고로 판정할 경우, 법적 해고 보상금 이외 최소 6개월분 임금(최저한도 기준)이라는 추가 해고비용을 기업이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기 전 개정안은 이 해고 보상금의 최고 한도액을 명시하려고 했으나 결국 삭제되었다. 예컨대 2013년 고용안정법, 2015년 경제장관법이 해고 절차 간소화에 그 목적을 두었다면, 이번 노동법 개정안은 사용자의 해고비용 부담을 낮추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AFP마뉘엘 발스(위) 프랑스 총리는 노동법 개정안을 수정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앞서 언급한 기업 단위의 단체 협상을 통해 주당 추가 노동시간(연장근로시간)이 확대되며, 그에 상응하는 임금은 지금보다 감소될 수 있다. 프랑스 법정 노동시간은 주 35시간. 이는 하루 평균 7시간을 의미하지만, 현행 노동법은 1일 노동시간을 10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다. 또한 주당 노동시간은 48시간까지 허용되기 때문에 가능한 추가 노동시간은 주당 13시간이며, 예외적인 경우와 노동감독국의 동의가 있다면 주당 60시간까지 허용된다. 하지만 12주 동안(연속) 주당 평균 4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제약을 두고 있다. 물론 이 44시간에도 예외 조항이 있어서, 산별 협약에 따라 46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 개정안은 애초 12주를 16주로 변경하고자 했으나, 이를 포기하고 기업 내 협약 혹은 산별 협약에 따라 주당 46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늘어난 추가 노동에 대한 임금 결정도 변경 대상이 된다. 현행법은 추가 노동의 첫 8시간에 대해서는 25%의 가산 임금을, 그 후에는 50%의 가산 임금을 책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업 단위 협정 혹은 산별 협정에 따라 10%까지 낮추는 것이 허용된다. 결국 문제는 기업 단위 협약과 산별 협약의 우선순위 문제로 되돌아간다. 현 개정안은 기업 단위 협정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없거나 약한 기업에서는 12주 동안 주당 평균 46시간의 노동을 요구할 수 있고, 이렇게 늘어난 추가 노동에 대한 임금가산율이 10%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연장 근로를 거부하는 근로자는 해고될 수도 있다.

온건 성향 노동조합과 정부의 ‘밀월’

또한 노동법 개정안은 노골적으로 노노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상대적으로 강경한 노선을 취하는 노동총동맹(CGT)과 노동자의 힘(FO)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은 기업 단위 협상에서 협약이 체결되기 위한 조건에 관한 조항이다. 현행법은 ‘기업 단위 협상에서 체결된 협약이 승인받기 위해서는 서명한 노동조합의 지지도가 합계 최소 30% 이상이어야 하며, 합계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노동조합의 반대가 없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합계 최소 50% 이상의 지지도를 받은 노동조합의 서명이 있어야 하며, 50%에 미치지 못한다면, 서명에 동참한 노동조합의 지지도가 30% 이상일 경우 직원 총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5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는 노동조합들의 거부권이 사실상 무력해지며, 그 대신 직원들의 총투표를 통해 협약 체결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상대적 강성 노조인 CGT와 FO가 이 조항을 달갑지 않게 보는 이유이다. 반면 온건 성향의 프랑스 제2 노동조합 프랑스민주노동동맹(CFDT)의 경우 이에 대해 호의적이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 3월14일 발표한 개정안에 ‘해고보상금의 최고한도액 도입 폐지’ 등 자신들이 제시한 몇 가지 수정 요구를 대폭 반영하자 CFDT는 노동법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다. 결국 이번 개정안을 정부와 노동조합의 관계라는 틀 속에서 들여다보면, 프랑스 제1 노동조합인 CGT를 고립시키고, CFDT를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삼겠다는 밑그림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물론 현 노동법 개정안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노동에 불리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를 통과하며 수정된 개정안에는 2017년 1월1일부터 5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시행해야 할 ‘단절의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 전자기기를 이용한 업무의 연장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정부로서는 지엽적인 부분에서 근로자의 후생복지를 강화하는 한편 노동의 유연성을 확대하고, 사용자의 노동비용을 감소시켜 고용을 늘리겠다는 심산이다.

2012년 5월 당선된 올랑드 대통령은 임기 초기부터 고용 문제를 국정의 제1 과제로 내세우며, 사회적 대화(노사협상)를 주문했다.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으며, 이를 위해 꾸준히 법을 개정했다. 기업에는 고용 창출을 위한 경제적 유인책을 끊임없이 제공했다. 그러나 실업률 곡선은 꺾이지 않았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실업률이 오르지도 않았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이다.

기자명 김상배 (파리1대학 경제학 박사과정)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