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7차 대회는 김정은 위원장의 위상 정립과 지도부 재편이 중요한 목적이었다.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은 노동당 제1비서라는 김정일 시대 당직을 벗고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김일성 시대의 당직으로 갈아탔다. 이제 남은 것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라는 김정일 시대 국가 직책을 벗어버리는 것이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8월에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 나름의 해법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직 역시 김일성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김일성 시대 헌법상 최고 국가지도기관이었던 중앙인민위원회를 부활시켜 김정은이 위원장을 맡는 방안이다. 당시 김일성은 중앙인민위원회의 수반인 국가주석이었다. 국가주석 밑에 부주석과 위원장 등의 직제가 있었다. 그런데 1998년 헌법 개정에서 김 주석을 ‘영원한 주석’이라 명명했기 때문에 김정은이 가질 수 있는 자리는 중앙인민위원회 위원장이 유력하다. 4대까지 세습이 이뤄질 경우 부주석으로 올라갈 여지는 있다.

ⓒ평양 조선중앙TV김정은 위원장이 5월30일 북한과 중국의 농구 친선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1998년 헌법 개정에서 중앙인민위원회를 폐지하는 대신 국방위원회가 국가를 통솔하고 최고인민회의에 상임위원회 직제를 두어 대외관계를 맡도록 이원화했다. 국방위원회는 김정일 권력 승계가 시작된 1972년 헌법 개정 때 중앙인민위원회의 한 부서로 만들어진 후 점차 권한이 확대되었다. 그러다 결국 중앙인민위원회를 대체하기에 이르렀다. 중앙인민위원회가 복원되면 국방위원회는 비상설 기구로 축소되고 김영남이 맡았던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당 권력구도 안에서도 매우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당 대회에서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에 복귀한 최룡해가 노동당 핵심 기구인 조직지도부 부장을 맡게 됐다는 것이다. 당 조직지도부 부장은 노동당뿐 아니라 내각과 군 중간간부 이상의 인사권과 검열권을 틀어쥐는 막강한 위치다. 김정일 위원장은 2011년 12월 사망할 때까지 조직지도부장을 겸했고, 김 위원장 사망 후 잠시 여동생인 김경희가 그 자리를 맡았다. 2013년 12월 김경희의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뒤에는 김 위원장의 장녀 김설송이 맡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김설송이 조직지도부장을 최룡해에게 넘겨주고 당 재정경리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최룡해는 혁명 2세대의 대표주자이자 김정일 위원장이 죽기 전 유언으로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전격 발탁됐다. 그는 김정은 후견인을 맡을 정도로 김씨 가문과 막역하다. 그런 그가 전반적인 조직관리를 맡고, 이번에 김설송은 통치자금을 비롯한 국가재정 전반을 틀어쥔 것이다. 최룡해는 조직지도부장 선임을 계기로 김정은 시대 명실상부한 2인자가 됐다. 또한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김설송의 공식 직책 중 하나가 이번에 드러났다는 점에서 향후 그녀의 움직임 역시 주목된다.

기자명 남문희 대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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