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를 주도하는 플랫폼은 대체로 10년마다 바뀌었다. 1980년대는 MS-DOS, 1990년대는 윈도, 2000년대는 월드와이드웹(www), 2010년대는 스마트폰이 주역이다. 플랫폼의 등장과 폭발적 성장-성숙-쇠퇴 혹은 영향력 약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이클은 지난 수십 년간 거의 예외 없이 맞아떨어졌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시점을 아이폰4와 그 대항마인 갤럭시S 출시로 잡았을 때,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IT 플랫폼이 주도권을 잡게 될 시기는 대략 2020년이다. 다음에 등장할 IT 플랫폼이 무엇일지 예상하고 대응할 수 있다면 비즈니스도 주도할 수 있다. 물론 기존 거인들도 쉽게 주도권을 내주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한다.

페이스북·구글·아마존·애플·마이크로소프트·IBM·텐센트 등 IT 업계 거인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다. 하나씩 떼놓고 보면 플랫폼의 형태가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두 가지를 연결해서 보면 답이 나온다. 이들이 지향하는 지점은 바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개인 비서 ‘디지털 어시스턴스’다.

ⓒAFP5월18일 구글IO 2016에서 마리오 케이로스 구글 부사장이 디지털 어시스턴스 서비스인 구글 홈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아마존은 스마트홈 기기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블루투스 스피커인 ‘에코’를 출시해 디지털 어시스턴스 분야 선점에 나섰다. 에코에는 음성인식 기술 ‘알렉사’가 탑재되어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를 통해 가정 내 다양한 기기들과 연동되며, 음성 지시만으로 온도·습도·수도·가스를 제어하고 가전제품을 구동할 수 있다. 피자나 과일·의류 등 상품을 주문할 수도 있고, 음악을 재생하거나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틀어줄 수도 있다. 날씨나 미세먼지 농도를 물으면 바로 알려준다. 영락없는 디지털 비서다. 2년 전 처음 출시된 에코는 이미 300만 대 이상 팔려나갔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IT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구글도 가전기업인 네스트 등을 인수하고 딥마인드 등 인공지능 회사를 마구 사들였다. 5월18일에는 구글 개발자 행사인 구글IO 2016에서 관련 서비스를 쏟아냈다. 사물인터넷을 적극 활용한 디지털 어시스턴스 서비스인 ‘구글 홈’을 연말에 출시하기로 했다. 구글은 ‘알로’라는 이름의 채팅 서비스도 출시했는데,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자동으로 분석해서 전후 맥락에 맞는 답장을 추천해주는 ‘스마트 리플라이’ 기능이 들어 있다. ‘구글 홈’과 ‘알로’ 혹은 자율주행차가 연계되면, 음성으로 주변을 제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채팅을 통한 제어가 가능해진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챗봇(chatbot:대화+로봇)’의 좋은 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음성 비서 ‘코타나’,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애플은 4년 전 시리를 공개한 이래 줄곧 펴오던 폐쇄적인 정책에서 탈피해, 6월에 열릴 개발자 행사를 통해 시리 플랫폼의 개발키트(SDK)를 외부 개발자에게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마존이나 구글의 디지털 어시스턴스 생태계 구축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

페이스북은 4월에 열린 개발자 행사 F8에서, 자사의 메신저 플랫폼인 페이스북 메신저에 인공지능 비서를 탑재해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조회, 주문 및 확인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쇼피파이’와 제휴해 상품 추천, 조회 및 주문을 할 수 있게 하고, 레스토랑 자리 예약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 외에도 인공지능 일기예보 서비스인 폰초(Poncho)를 탑재하고, TV 뉴스 채널 ‘CNN’ 등과 제휴해 뉴스 등 주요 정보를 채팅을 통해 알려줄 계획이다.

IT는 이제 모든 비즈니스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디지털 비서의 시대는 오히려 이케아나 퍼시스 같은 가구업체가 주도할 수도 있고, 창호나 수도관·닥트·인테리어 업체 등이 혁신의 중심에 설 수도 있다. 혹은 신생 업체가 갑자기 등장해 세상을 주름잡을 수도 있다. 1970년대 후반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1990년대 후반의 구글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기자명 이종대 (옐로데이터웍스 전략담당)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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