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브라질에서는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하 룰라)의 수석장관 임용 사건 때문에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이 급진전되었다.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된 룰라 전 대통령을 수석장관으로 임용하려던 시도가 공개되면서부터다. 통화 내용은 아래와 같다(〈시사IN〉 제446호 ‘하우스 오브 브라질 절찬 상영 중’ 기사 참조).

호세프: 룰라, 말해줄 게 있어요.

룰라: 말해봐요.

호세프: 말하자면, 를 서류와 함께 보낼 텐데, 필요할 때 쓸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건 장관 임명이니까요, 알았죠?

룰라: 어허, OK. OK.

호세프: 그게 다예요. 그러니까 거기 기다려요. 가 갈 테니.

룰라: OK. 여기서 기다릴게요.

필요할 때 쓸 수 있다는 말은 곧 구속될 때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룰라의 장관 임명은 수사를 방해할 목적이라고 대통령 본인이 확인해준 꼴이 되었다.

ⓒ위민복 제공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했다고 알리는 브라질 텔레비전 뉴스 화면.

세르지우 모루 판사가 이 전화 내용을 공개했고, 전화 통화 마지막에 룰라는 호세프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Tchau, querida! (안녕, 자기야!)” 친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흔한 전화 메시지이기는 하다. 그러나 통화 내용이 공개된 후 이 말은 호세프 대통령 탄핵 지지파의 슬로건이 되었다.

룰라는 현재 수석장관이 된 것인가, 안 된 것인가? 4월20일 연방 대법원은 룰라의 수석장관 임용 유예 건에 대한 재판을 연기했다. 즉, 4월21일 기준으로 룰라는 장관이 되지 못했다. 설사 장관 임용을 대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이미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연방 하원의 탄핵 투표는 끝난 후였다. 즉, 룰라 장관의 대통령 지원은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제 개인 룰라의 지원만이 있을 뿐이다.

4월11일 연방 하원은 342대135로 재적 의원 3분의 2를 넘겨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연방 하원의 투표 직전, 또 하나의 오디오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테메르 부통령이 호세프 대통령 탄핵에 대비해 준비한 15분짜리 연설안이다. 이 연설은 “연방 하원이 큰 차이로 대통령 각하의 탄핵안 통과를 천명함으로써”로 시작한다.

호세프 대통령 측은 당연히 분노했다. 만약 연방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테메르 부통령은 사임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그러나 하원은 예상보다 쉽게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은 해당 녹음 파일에 대해 휴대전화에서 연습 삼아 녹음했으며, “우연히” 전달됐을 뿐이라고 간단하게 해명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4월21일 브라질의 기후변화 대처를 발표하기 위해 유엔으로 갔고, 테메르 부통령은 대통령 부재 시 대행을 위해 수도인 브라질리아로 향했다. 브라질 현지에서는 유엔에 간 호세프 대통령이 이번 탄핵 시도가 “쿠데타”이며 탄핵을 시도할 만한 행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통령·부통령·대법관 모두 ‘탄핵’ 대상

여론은 당연히 싸늘하다. 현지 여론조사 업체 다타폴랴(Datafolha)에 따르면 4월 초 호세프 탄핵 지지도가 61%였고, 연방 하원 투표의 지역구로 따지면 전 국민의 70%가 탄핵에 찬성했다. 기존 호세프 반대파였던 중산층 이상 남동부 백인계만이 호세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라는 의미다. 결국 핵심은 대공황 이래 최악이라고 하는 경제 실정이다.

이제 탄핵안은 상원으로 넘어갔다. 4월25일에 상원 내 탄핵특위가 설치될 예정이며, 탄핵특위에서는 단순 과반수를 기준으로 보고서 채택 여부를 투표한다. 채택될 경우 연방 대법원장을 의장으로 하는 정식 심의가 시작된다. 이때부터 호세프 대통령은 최대 180일까지 직무정지를 당하고 그 기간에 심의 절차가 마무리된다. 최종적으로는 상원의원 재적 3분의 2를 넘겨야 탄핵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통령 측은 사법부를 이용해 절차를 방해할 수도 있다. 탄핵될 경우에는 향후 8년간 선출직에 나오지 못한다.

ⓒAFP호세프 대통령(왼쪽)과 테메르 부통령(오른쪽) 모두 탄핵 위기에 처하면서 정치적 생명이 위태롭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테메르 부통령은 2018년까지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문제는 테메르 부통령에 대해서도 탄핵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대법원 명령이 4월5일에 있었다는 점이다. 명목은 호세프 대통령 탄핵 이유와 동일하다. 의회 승인 없는 예산의 불법 전용이다. 여론조사상으로는 테메르 부통령 탄핵 지지도도 58%에 이르지만, 오히려 법원 명령을 내린 마르쿠 아우렐리우 멜루 대법관에 대해 상원이 역공에 나섰다. 상원은 4월6일 멜루 대법관 탄핵 발의 절차를 시작했다.

아예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해야 하지 않을까? 호세프 대통령 측 일각에서 당장 대선을 다시 치르는 편이 낫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룰라는 일단 이 의견에 반대하고 있으며, 탄핵을 추진하는 야당 측은 당연히 반대다. 여론조사 추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때 무너졌던 룰라 지지 세력이 다시 결집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룰라(노동자당·PT)와 마리나 시우바(지속가능 네트워크당·Rede, 룰라 시절 환경장관을 지냈으며, 아마존 여전사 이미지로 PT보다 더 좌파다), 아에시우 네비스(브라질 사회민주당·PSDB, 지난 대선 때 호세프와 대결했다) 등 유력 정치인 가운데, 현재 룰라의 지지도가 소폭이지만 가장 높다.

현재의 브라질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선거법원(TSE)의 수사망도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국회의 탄핵 절차와는 별개로 진행 중이다. 여기서 불법 판결이 나올 경우에는 2014년 대선이 아예 무효가 되기 때문에 좋건 싫건 대선을 다시 해야 한다.

※ 이 기사에 포함된 모든 논평은 필자의 소속 기관과 무관한 개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기자명 위민복 (외교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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