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특별하게 4장의 앨범(혹은 싱글)에 대해 쓰려 한다. 하나라도 놓치긴 너무 아까워서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몸매’ 뛰어넘은 전효성의 〈물들다:Colored〉

주말에 전효성이 주로 어른들이 많이 보는 가요 프로그램에 등장한 걸 봤다. 그리 놀랍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을 40대 이상이 듣는다고 하더라도, 크게 이질적이지 않았을 까닭이다. 그중에서도 첫 곡 ‘팔로 미(Follow Me)’와 첫 싱글로 공개된 ‘나를 찾아줘’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타이틀만큼이나 박진감 넘치는 ‘팔로 미’에서는 록적인 비트를 만날 수 있는데, 그 어느 때보다 전효성의 보컬에서 자신감이 묻어나는 게 느껴진다. ‘나를 찾아줘’도 마찬가지다. 일렉트로 비트와 최면적인 반복을 통해 설득력을 강화하고, 여기에 상승하는 구조를 더해 듣는 이들에게 시원한 쾌감을 전달한다. 이 외에 평범한 발라드 이상을 넘지 못한 ‘디어 문(Dear Moon)’ 정도를 제외하면 〈물들다:Colored〉는 들을 만한 구석이 꽤 많은 음반이다. 전효성이 말한 대로 “음악이 아닌 몸매만 언급하는 기사가 못내 아쉬운”, 인상적인 솔로작.

 

ⓒ연합뉴스전효성의 ‘팔로 미’에는 록적인 비트가 담겼다.

물개박수 나오는 단편선과 선원들 ‘연애’

단 두 곡뿐이지만, 이 곡, 꼭 듣기 바란다. 연애의 설렘과 허무, 그 간극을 통과하는 피할 수 없는 불안에 대해 노래하는 이 곡이야말로 ‘압도적’이라는 찬사가 정확하게 들어맞는 경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정말이지, 불안하고 복잡하고 때로는 사람을 좌절케 하다가도 환희에 차게 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거듭 되풀이해 감상해도 물개박수가 절로 나온다. 이 압도적인 곡의 압권은 2분40초에 위치한다. 김사월의 보컬이 나오는 바로 그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신경증을 앓고 있는 듯한 바이올린 연주가 끝난 뒤, 모든 악기가 리듬 다이를 바탕으로 3분30초부터 몰아치는 파트도 굉장하다. 이 곡, 오랫동안 아껴 들을 생각이다. 함께 수록된 리믹스 버전도 원곡 못지않게 훌륭하다.

환상의 매치, 조원선&진실의 ‘미스매치’

맞다. 그 조원선이 맞다. 음색 하나로 사람의 기분을 들었다 놨다 한다는 롤러코스터 출신의 조원선. 짧은 도입부가 끝나면 우리는 조원선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는데, 이거 참, 단숨에 듣는 이의 집중력을 쫙 올려주는 이런 유의 보컬은 결코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목소리 뭐지?” 싶은 것이다. 조원선 보컬의 핵심은 설명할 수 없는 허무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만남보다는 이별을 노래할 때 더욱 치명적이다. 영리한 타블로가 이걸 모르고 이 곡의 노랫말을 적었을 리 없다(고 확신하는데 100%는 아니다). 작곡은 진실이 했다. 이 지면을 통해 내가 마르고 닳도록 칭찬했던 밴드 ‘라이프 앤 타임’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이다. 정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미스매치(Mismatch)’를 노래하는 이 셋의 매치는 가히 환상적이다. 한 곡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투덜대는 독후감들이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

청중을 안드로메다로, M83 ‘Go!’

영화 〈웜 바디스〉에서 주인공의 샤워 신에 흘러나왔던 음악을 기억하는가? 그 곡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M83의 ‘미드나이트 시티(Midnight City)’였다. 이 곡에서 M83은 환상적인 색소폰 연주를 도입해 듣는 이들을 환희의 경지로 몰고 갔는데, 이번에는 기타의 거장 스티브 바이를 초빙해 듣는 이들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는 연주를 중간에 삽입했다. 그는 언제나 이런 식이다. 외길로 달리는 것을 거부하고 각종 질료를 적극 끌어들여 풍성하면서도 다채로운 사운드스케이프(음악적 파노라마)를 완성한다. 이 곡에서도 신시사이저를 기반으로 하되 필요한 곳에 리얼 연주와 사람의 목소리를 비장의 무기처럼 찔러넣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도 소개하자마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들으면 내 ‘홍대병’이 도질 수 있으니, 부디 비밀로 해주기 바란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