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움직임이 혼란스럽다. 4월 초에 잇따른 유화 제스처를 보내다가 4.15를 전후해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물체의 발사 시도 및 5차 핵실험을 암시하는 움직임을 연이어 노출하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이 지난 3월 이후 진행돼온 북중간 협의와 어떤 관계가 있을지 주목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한 지 한 달째인 4월3일, 북한 국방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비난하면서도 “일방적인 제재보다 안정 유지가 급선무이고 무모한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 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을 겨냥해 협상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사흘 뒤인 4월6일에는 북한의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조선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위해 노력해온 공화국’ 제목의 논평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 밑에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나가려는 공화국의 원칙적 입장은 변함이 없다.”

ⓒ평양 조선중앙통신평양 미래과학자거리 전경. 중국은 최근 동평양화력발전소에 신규 발전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의 국방위 대변인 담화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면 〈조선중앙통신〉 논평은 남측에 대한 대화 제스처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지난 1월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2월) 등으로 긴장 상황을 계속 이어오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유화 발언을 내놓은 셈이다.

그러다가 지난 4월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태양절에 중거리 미사일인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사했다가 실패한 뒤 만회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5월7일의 7차 당대외까지의 기간에 무수단의 추가 발사 내지는 5차 핵실험을 통해 구겨진 체면을 회복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북중간의 그동안의 협의나 북한이 4.15에서 5.7 사이 기간 해외인사를 적극 초청하는 등 유화적인 이미지로의 전환을 모색해온 그동안의 물밑 움직임과의 충돌이다. 4월15일을 기해 다수의 해외 인사 초청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전세계 노벨상 수상자 5명이 4월말에서 당대회 직전까지 평양 방문을 위해 최근 베이징에서 수속을 밟고 있다. 또한 미국의 기업인들의 모임인 재미실업인협회 역시 방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초부터 한 달여간 북중간에는 긴장 국면 해소를 위한 실무협의가 계속돼 왔다. 최근 그 내용의 일부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3월27일자 〈아시아투데이〉는 베이징 발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중국은 북이 핵을 동결하면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신의주 국제경제특구 개발과 평양-신의주 간 고속도로 건설 관련 경협을 북측에 제시했고, 현재 양측이 협상 중이다.”

3월 한 달간 진행된 북·중 협의의 내용은?

이 내용은 그동안 〈시사IN〉의 취재 및 보도와도 일치한다. 〈시사IN〉은 지난 2월23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을 방문, 미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카드로 북한의 핵 동결 및 비확산 선언을 제안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왕이 방미 직후인 3월 초부터 중국 단둥을 무대로 북·중 양국의 실무회담이 한 달간 계속돼온 정황도 포착했다. 

이 회담에는 양측의 외교·상무 담당자들은 물론 북측의 신의주 특구 및 철도 도로 담당자들까지 참석했다고 한다. 북한이 핵 동결을 선언하면 중국이 내놓을 ‘선물’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그 ‘선물’은 신의주 국제경제특구 및 황금평 위화도 특구 개발, 신의주-평양 간 고속도로, 평양-원산 간 고속도로 등의 개발이다. 

ⓒAP Photo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월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양국 간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심지어 북·중 간의 내부 쟁점 사항도 일부 흘러나왔다. 중국 측은 개발 사업의 주체로 중국 기업을 세우려 하지만, 북한 측은 중국의 자본에 자국의 기술과 인력을 결합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어쨌든 3월 말 북측 실무진이 협상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간 뒤 얼마 안 되어 북측의 유화 제스처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북·중 협상과 관련된 또 다른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앞서 인용한 해외 대북 전문가는 당시 북측 관계자들로부터 “우리의 요구 사항을 모두 중국에 전달했다. 중국도 노력 중이다. 답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북측이 제기한 가장 중대한 요구는 ‘중국이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중재하라’는 것이다. 일부 북한 매체의 경우, 북측이 1996년 4자회담(남북한과 미국·중국이 참여)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의 모델로 삼고 있다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중국은 당연히 북한이 먼저 핵 동결을 선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소식통은 중국이 이미 북한에 큰 선물을 제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평양시 낙랑거리에 소재한 동평양화력발전소에 40만㎾급의 신규 발전기를 제공했다는 것. 동평양화력발전소는 1985년 러시아의 발전설비 지원을 계기로 1992년부터 평양화력발전소와 함께 평양시에 난방용 에너지를 공급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시설 노후화로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 중국이 제공했다는 40만㎾급 발전기는 동평양발전소의 최대 발전량 50만㎾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 정도면 평양 시민의 난방은 물론이고 최근 몇 년 사이 새로 건설된 20층 이상 고층 아파트의 전기 수요도 모두 충당할 수 있다. 현재 발전설비가 들어가서 작업 중이고 5월 당 대회에 맞춰 완공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중국 측이 그동안 외자를 유치하지 못해서 답보 상태인 북한의 경제개발구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북·중 접경 지역에 위치한 북한의 경제개발구는 사실상 중국의 투자 없이는 가동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곳이 바로 원산 특구다. 2013년 북한은 금강산과 원산을 묶어 국제관광특구 조성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싱가포르가 150억 달러 정도를 들여 갈마비행장을 없애고 원산국제공항을 새로 짓는 등 관광특구 조성에 앞장서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북한과의 협의에서 원산 시내의 특구 개발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규모로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양측 간에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중국의 대북 지원은 북한이 핵동결 및 비확산을 선언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한 것이다. 북한의 핵 동결과 비확산 선언을 북핵 문제 해결의 우선적 과제로 여기는 것은 미국 국무부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가 국제사회의 급선무로 부상하게 된 배경에, 지난해 7월 이란 핵 문제 타결 이후 북한 핵이 이란으로 흘러들어갈 것을 우려한 이스라엘 및 유대계 세력의 강력한 로비가 있었다는 것 역시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북한은 4월 초의 유화 제스쳐 이후 4.15를 전후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체면치레를 위해 무수단을 재발사하고 5차 핵실험의 버튼을 누르게 될 경우 지금까지의 협상 성과를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핵실험을 한번 더해서 핵무기 위력을 높인다 한들 7차 당대회 이후 경제개발을 하는 데는 하등 도움될 것이 없을 것이다.

기자명 남문희 대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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