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벨기에는 ‘유럽 IS전사 양성소’?


아랍어도 모르는 ‘유럽 IS 전사’

 

유럽 출신 IS 전사들 사이에 ‘테러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프랑스에서는 파리 19구역을 중심으로 ‘19네트워크’라는 조직이 〈샤를리 에브도〉 총격 테러를 벌였다. 이번에 브뤼셀 공항 테러가 벌어진 벨기에에도 ‘샤리아4벨기에’(벨기에를 위한 샤리아)라는 네트워크가 있었다. 이들 네트워크는 주로 지역과 모스크를 중심으로 생겨난다. 단 한 사람이 시리아에서 IS 전사 훈련을 받고 왔더라도 이 사람을 중심으로 친구나 가족 등의 새로운 테러 네트워크가 탄생한다.

유럽 및 이라크의 정보 관리들과 그동안 IS 조직망을 추적해온 프랑스 국회의원 등 복수의 보안 관계자들은 IS가 서방국가를 공격하기 위해 전사들을 훈련시키는 특별 캠프를 시리아 내에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테러 네트워크를 조직할 수 있는 유럽 출신 IS 전사가 400~600명이라고 추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정보관리는 “2014년에는 IS 조직원 일부가 2주가량 훈련받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특별부대가 만들어졌고 훈련기간도 더 길다”라고 말했다. 훈련을 받은 뒤 각자의 고향으로 귀국한 전사들이 독일 ·영국·이탈리아·덴마크·스웨덴 등지에서 각자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AP PhotoIS 전사들 사이에는 ‘테러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파리와 벨기에 테러의 주범인 살라 압데슬람, 나짐 라크라위, 이브라힘 엘바크라위(왼쪽부터).

유럽의 IS 전사들은 보통의 유럽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아랍어도 거의 모른다. IS 전사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코란조차 읽지 못할 정도다. 지난해 필자가 방문한 몰렌베이크의 젊은이들은 보통의 벨기에 젊은이와 다르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유럽식 생활방식에 따라 자랐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 공부를 열심히 해도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 따라 혹은 모스크의 아는 형을 따라 급진주의를 알게 되고 ‘자신의 뿌리’를 찾는다는 명분하에 시리아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시리아로 간 아들을 찾는 엄마들’이라는 모임의 모로코 출신 라디아 씨(43)는 “아들이 2년 전 시리아로 가서 IS 전사가 되었다. 아들은 자신이 벨기에 사람인 줄 알고 컸는데 사회가 자기를 모로코 사람이라고 한다며 울었다. 차라리 모스크에도 데려가고 모로코 사람으로 키울걸, 하는 후회가 든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IS 조직원 2만2000명의 가입신청서를 입수했다고 밝힌 영국 〈스카이 뉴스〉는 이 명단을 바탕으로 자살폭탄 공격을 자원한 IS 조직원이 123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프랑스·독일·스페인·튀니지·이집트 등 다양한 국가 출신으로 IS 명단에 ‘순교자’로 적혀 있다. 이들이 언제 어디서 폭탄을 들고 나타날지 모른다.

기자명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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