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과연 5차 핵실험을 강행할까? 지난 3월3일 유엔안보리의 대북 결의 2270호 채택과 3월7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에 맞선 북한의 대응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안보리 대북 결의 발표가 있던 3월3일 김정은 제1비서가 신형방사포 시험발사장에서 “실전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도록 항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라고 큰소리친 이래 3월9일 핵탄두 소형화 주장, 3월15일 탄도미사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모의실험 공개 등 핵·미사일 능력을 거듭 과시해왔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지난 1월6일의 4차 핵실험과 2월7일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또 한 차례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난무한다. 시기와 관련해서도 4월15일의 태양절 전후 또는 7차 당대회가 예정된 5월7일 직전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면 과장되어 보이는 북한의 주장과 선언 내용을 분석해보면 북한이 현재 어떤 대목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즉 3월3일의 핵탄두 준비 발언부터 핵 소형화 주장 및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능력 시험 공개 등에서 분명한 것은 한국이나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수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즉 소형화된 핵탄두의 장착 능력 및 대기권 재진입과 원하는 시간에 폭발시키는 기폭 능력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3월18일 발사한 사정거리 800㎞의 노동미사일이나 사정거리 3000㎞급의 무수단 미사일 등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준중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핵탄두를 장착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핵물질을 빼고 기폭장치만 갖춘 모의 핵탄두를 장착하고도 소형 핵탄두 장착 능력을 과시할 수는 있다고 한다.

ⓒ평양 조선중앙통신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3월9일 핵탄두 소형화를 주장했다. 김 비서 앞쪽은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

문제는 제5차 핵실험에 대한 유혹이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4차 핵실험이 지하 200m 이하에서 이뤄졌기 때문이긴 하지만 폭발 강도가 진도 5.2에 그친 것에 대해 북한 내부에 조급증이 있는 것 같다. 미국이나 국제사회로부터 수소폭탄으로 인정받으려면 진도 10 이상은 돼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즉 5차 핵실험을 통해 진도 10 이상의 폭발 강도를 보여줌으로써 수폭 능력 보유 여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비를 잠재우겠다는 조급증이 북한 내부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해버리면 현재의 ‘핵 블러핑(엄포)’을 통해 얻고자 하는 협상 이익이 사라질 뿐 아니라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5차 핵실험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조건부다. 북한의 핵 위협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한국과 미국이나 내용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북·중, 북·러 관계에 밝은 또 다른 전문가는 “북한의 핵 위협에는 안보리 대북 결의 이후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불만과 견제의 뜻이 함축돼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적당한 선에서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미국에 협조하면서 북한에 과도한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핵동결을 끌어낼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뿐

안보리 결의 2270호의 핵심은 북한의 광물수출 규제다. 금이나 티타늄, 희토류 등은 전면 중단, 석탄과 철광석은 핵·미사일 개발용이 아니면 허용된다. 그런데 이 경우 칼자루를 쥐는 쪽은 중국이다. 무엇을 핵·미사일 개발용이라 할지 판단하는 것에서부터 수량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하기 나름이다. 중국의 실제 대북 지원은 알려진 것처럼 많지 않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중국이 단둥을 중심으로 한 북·중 국경 무역을 통제할 경우 북한 시장이 교란되어 북한 내부가 어려워질 수 있다. 북한도 이미 대외무역과 시장경제 체제로 이행하고 있어서 실질적 위협이 된다. 중국으로서는 1960년대 초 북·중 국경 협상 당시 합의한 이래 양국 간에 지켜온 ‘평화롭고 열려 있는 국경’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북한은 또한 러시아의 동향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시리아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협력 배경에 미국이 크림반도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 측에 일정한 양보를 했다는 점, 궁극적으로는 대북 문제에서 러시아의 협조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라는 점을 북한이 놓칠 리 없다. 구체적으로는 나진·선봉을 중심으로 한 북·러 협력 사업이나 철도 현대화 등의 기존 약속을 지키라는 압박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연합뉴스3월8일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대교에 북한으로 향하는 화물트럭들이 보인다.

그러나 더 직접적으로는 현재 북·중 간에 이뤄지고 있는 막후 협상과의 관계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핵동결 및 비확산’ 선언과 이에 상응하는 중국의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현재 북한과 중국 간에 막후교섭이 벌어지고 있는데, 중국은 3월 말까지를 협상 시한으로 정해놓고 어떻게 하든 북한의 결심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라서다. 북한이 이에 응할 경우에 대한 보상책 역시 나와 있고 서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힘겨루기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협상이 잘 이뤄져 5월로 예정된 북한의 7차 당대회 이전에 김정은 비서가 중국을 방문하고 7차 당대회에서 핵동결 선언을 하는 것이 중국이 원하는 시나리오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23일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설명한 중국 측 복안이기도 하다.

주목할 것은 북한의 핵동결 및 비확산 문제의 중요성이 그동안의 일반론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최근 급부상해왔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이란 핵문제가 해결된 직후 ‘이란이 핵개발을 중단해도 북한이 이란에 핵물질을 판매하면 도로아미타불’이라는 현실 인식이 몇몇 핵심 국가들 사이에 공유되면서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북한의 핵폐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걸리기 때문에 그에 앞서 동결과 확산 방지, 이를 위한 6자회담 재개의 중요성이 새롭게 떠오르게 됐다.

현재 북한 핵동결을 끌어낼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뿐이다. 협상은 미국이 하더라도 북한을 설득 내지 압박해 협상장에 끌고 나올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 등 서방 핫머니의 위안화 공격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에 시달리고 있어서 마음이 급하다. 북·중 관계의 오랜 역사나 미래를 생각해서는 ‘평화롭고 열려 있는 국경’이라는 양국 간의 오랜 합의를 어겨서는 안 되지만 북한이 계속 고집을 부리면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5차 핵실험설은 북한 나름의 맞불 카드일 수는 있다. 그러나 결코 써서는 안 될 카드다.

기자명 남문희 대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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