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이다. 지금부터 손바닥을 이용해 이 곡의 박자를 쳐보기 바란다. 드럼 비트를 잘 캐치하면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이제는 박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곡 전체를 감상할 시간이다. 7박 따위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려라. 이 곡이 뿜어내는 아우라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 정도면 충분하다. 주지하다시피, 음악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건 아무래도 짝수의 세계다. 발라드의 4박, 로큰롤의 8박, 펑크(funk)의 16박을 기반으로 우리의 무의식 속 음악 영토는 건설되었다. 그나마 친숙한 홀수라고 해봐야 3박자의 왈츠 정도다. 따라서 음악을 ‘깊게’ 듣지는 않는 일반 팬들에게 7박은 낯선 세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인간은 낯선 존재를 만나면 본능적으로 그것을 멀리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장담하건대 이 곡을 감상했다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7박의 세계는 결코 위험하지 않다. 도리어 7박이기에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이걸 즐길 줄 아는 이가 조금이라도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쓴다.

위에서 언급한 곡의 제목은 ‘퍼펙트 드림’이다. 못(Mot)이라는 밴드가 이 곡을 연주하고 노래했다. 못의 리더는 이이언이다. 원래 2인조였던 못의 멤버로서 그는 단 두 장의 앨범을 통해 하나의 현상으로 주목받았다. 2004년의 데뷔작 〈비선형〉으로 한국 대중음악상 ‘신인상’을 거머쥐고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포함된 것 등이 이에 대한 증거다. 2007년의 2집 〈이상한 계절〉도 1집 못지않은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민트페이퍼 밴드 못(Mot)이 3집 〈재의 기술〉을 내고 9년 만에 5인조로 컴백했다.

그런데 잠깐, 달력을 살펴보자. 2016년이다. 그러니까, 3집이자 신보인 〈재의 기술〉은 이이언의 솔로를 제외하면 무려 9년 만의 컴백인 셈이다. 3집은 일단 형식부터가 과거와는 궤를 달리한다. 2명이 5명으로 늘었고, 자연스레 작업 방식 자체가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못의 창조자는 어디까지나 단 한 명, 이이언이다. 그의 주도하에 완성된 〈재의 기술〉에 이른바 ‘정박’이라고는 1번곡이자 타이틀인 ‘헛되었어’뿐이다. 이 외에는 변박투성이에 가스펠·재즈·왈츠 등 온갖 장르를 끌어모아 관습과의 한판 싸움을 벌인다. 누군가가 표현했듯이 ‘레퍼런스를 찾기가 참 힘든 음악’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사실이 있다. 못의 음악이 ‘들린다’는 것이다. 그들은 결코 마냥 실험으로 내달리지 않는다. ‘퍼펙트 드림’이 증명하듯 거기에 멜로디를 심을 줄 알고, ‘당신의 절망을 바라는 나에게’에서는 가스펠을 빌려와 친숙함을 더한다. ‘메리고라운드’는 어떤가. 5박자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주의 깊게 듣지 않는다면 그것을 캐치하기 힘들 정도로 각각의 사운드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단 5분 만에 매진된 사흘간의 단독 공연

“거듭 말하지만 관습적이라도 좋은 것이 있으며,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도 강점이나 강한 매력은 있다.” 이이언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의견을 피력했던 바 있다. 그러니까, 그들의 음악은 관습에 대한 어떤 도전이지, 그것을 무조건 배제하겠다는 태도를 취하지는 않는다. ‘헛되었어’ 같은 ‘포텐’ 터지는 싱글이 탄생할 수 있고, 국내 최대의 음반점에서 아이돌 그룹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판매량 톱5 안에 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군가는 “선수들만 들으라고 만든 앨범”이라며 격하 아닌 격하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못이 일궈낸 결과는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예술에서의 진보가 대중과 나란히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중을 창조하는 데 있다면, 이이언과 못은 저 자신이 표현했듯 〈재의 기술〉을 통해 진보적인 뮤지션·밴드가 성취할 수 있는 어떤 최대치를 이뤄냈을 뿐이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 하루도 아니고 3일간 펼쳐지는 못의 단독 공연이 단 5분 만에 매진되었다고 한다. 〈재의 기술〉은 공연장에서 더욱 매혹적이라는 소문이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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