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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그 이상의 대국


정재승 교수 “인공지능의 시대, 일자리 확 줄어든다”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카이스트)를 만났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까 질까보다는 좀 더 폭넓은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 신경과학자로서 인공지능 문제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동시에, 과학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꾸준히 고민해온 그가 적역이었다. ‘딥러닝’의 특징부터 인공지능의 충격에 직면한 우리 사회의 대응 방안까지 짚어봤다.

인공지능 이야기에 앞서, 지능이라는 게 뭔가?
목적을 수행하는, 인풋을 넣었을 때 아웃풋을 내는 모든 시스템이다. 사실 우리는 수많은 인공지능 시스템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예를 들면 자동차. 이걸 로봇하고 구별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정보를 얼마나 많이 처리하고 기능도 많고. 얘(자동차)가 뒤도 보고 앞도 보고 내비게이션도 다 있고. 굉장한 지능 시스템이다.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주장할 만한 지능은?
고등 지능 시스템, 혹은 전문가 시스템 같은 게 있다. 지금 그런 것도 인공지능으로 만들려 하는 거다. 판사가 하는 일은 법전과 상황을 인풋으로 넣어서 판결이라는 아웃풋을 내는 거다. 인공지능도 이론적으로는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잘 안 됐다. 밤에 했느냐 낮에 했느냐, 의도가 있느냐, 뭐 이런 걸 적절히 판단해야 하는데, 주어진 상황에서 뭐가 의미 있는 정보인지를 추리는 게 인공지능에게는 쉽지 않다.

딥러닝을 하면 가르쳐준 것만 하는 이상의 결과물을 내나?
그게 놀라운 거다. 우선 희한한 게, 딥러닝을 하면 데이터가 빅데이터 수준까지 가지 않아도 갑자기 학습능력이 확 늘어나고 그런다. 선형적으로 발전하는 게 아니다. 그 발견이 딥러닝을 보편화시키는 계기 중 하나였다.

ⓒ시사IN 조남진정재승 교수는 “몸이나 음악이나 예술로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하는 능력 등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없는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발전이 왜 비선형적인 건가?
그걸 모른다. 인간은 딥러닝 구조만 만들어놓고, 다음은 흘러가는 대로 두는 거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는 거다. 이런 예도 있다. 컴퓨터 게임 중에 ‘벽돌깨기 게임’을 하는 인공지능인데 몇천 판 되는 벽돌깨기 게임 플레이를 입력해서 학습을 시킨다. 그랬더니 공을 가장자리로 보내서 벽돌더미 위로 올려버린다. 그러면 공이 더미 위에서 안 내려오고 벽돌을 우수수 깨잖나? 효율적인 전략을 학습으로 찾아낸 거다. 놀라운 건 학습용으로 넣어준 판에는 그런 전략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까 전략 하나하나를 보고 배운 걸 넘어서 아예 게임의 원리를 이해한 것처럼 창조적으로 행동했다는 거다. 그래서 다들 무서워하는 게, 우리가 잘 모르는 곳에서 굉장히 지능적인 일이 벌어지니까.

인간보다 똑똑한 지능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느냐는 게 과학철학의 단골 주제더라.
그럴 땐 두꺼비집을 내려야지(웃음). 현재까지 인공지능은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을 보이는 것일 뿐, 스스로 과제를 결정한다거나 하는 건 못한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본질적인 통제력까지 맡기는 일도 거의 없다. 커다란 예외로 논란이 될 만한 게 스팸메일 시스템이다. 요즘은 인공지능이 알아서 스팸함으로 보내잖나? 이건 컨트롤을 맡긴 거다. 스팸메일 시스템은 의사결정권 자체를 넘겨준 드물고도 중요한 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의 가능한 과제라면, 그게 무엇이든 다 인간을 추월할 것이다. 일자리의 종류보다도 절대적인 숫자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지금 A라는 직업의 일자리가 10만명이 필요했다면, 앞으로는 3000명이 인공지능과 함께 그 일을 다 수행할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바뀔 거다. 인생에서 지적인 전성기라는 게 육체적 전성기만큼이나 제한되어 있다. 평균수명은 늘어나는데 은퇴 연령은 현저히 어려지는 상황이 온다. 은퇴 이후가 말도 안 되게 길어지는 거다. 혜택은 큰 자본이 거의 가져갈 거다. 인공지능을 전면 도입하고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고, 이런 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니까.

생산성 자체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그 성과가 소수에 집중될 거라는 우려가 많다.
요즘 기본소득 논의하는 게 그런 맥락에서는 일리가 있다. 시간이 갈수록 노동으로 구매력이 생길 수가 없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이 인간의 일이 될 텐데, 굉장히 좁을 거다.

인간의 영역은 어떤 일이 남을까?
기자를 예로 들자. 기사 쓰는 로봇의 등장으로 기자가 사라질 거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단편적이다. 기자가 하는 일은 기사를 쓰는 것만이 아니라, 의제를 찾고, 발로 뛰면서 취재를 하고, 그래서 해야 할 이야기를 설정하고 이런 거잖나? 의제 설정이나 취재를 인공지능이 하게 될 시기는 꽤 멀 것 같다. 그렇게 생산된 자료를 갖고 기사를 쓰는 거야 인공지능도 할 수 있겠지만.

과제 설정 자체를 업으로 삼으란 말인가?
그렇다. 인간의 뇌가 어떻게 과제 설정과 관련된 일을 하는지 아직 잘 모른다. 모르니까 학습하라고 넣어주기도 힘들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을 하고, 대답해야 할 질문을 스스로 찾고, 그런 건 또 다른 차원이다. 그런 날은 올지 안 올지도 아직 알 수 없다.

화이트칼라는 10년 뒤 무슨 영향을 받을까?
숫자와 언어를 사용해서 분석으로 밥벌이했던 사람들은 좀 위험하다. 이를테면 금융 분석업무는 사람 수가 확 줄어들 거다. 인공지능하고 경쟁하면 이기기 어렵다.

숫자를 해석하고 연산하고 이런 거보다 좀 무정형의, 특정되지 않은 능력이 필요한가?
맞다. 그래서 지금처럼 교육하면 안 된다. 큰일 난다. 우리 학교 시스템이 숫자와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만 테스트한다. 그거 잘하는 애가 좋은 대학 가고 좋은 데 취직하고. 그런데 그 능력은 곧 고스란히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거다. 반대로 대체될 수 없는 능력은 예를 들면 몸이나 음악이나 예술로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 질문에 답을 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하는 능력이다.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창조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라도 숫자에 강해야 하지 않나?
그건 맞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니까, 그걸 넘어서야 한다. 지금 우리 교육은 숫자에 강하게 만드는 걸로 끝나는데, 숫자를 갖고 놀게 해줘야 한다. 다채로운 경험을 자꾸 머릿속에 넣어줘야 하는데 지금은 똑같은 경험을 미리 빨리 정확히 넣어주는 걸로 경쟁하고 있다. 얼마 안 가 가치가 사라질 걸로 온 나라가 경쟁한다.

그러려면 초·중·고 교육 시스템부터 대학과 기업의 선발체계까지, 사실상 국가 전략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하는 문제다.
그렇게 접근해야 살 수 있다. 그런데 그걸 고민해야 할 자리에 있는 분들이 옛날식 교육을 받았던 분들이고, 그 교육을 받아서 가장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런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안 바뀐다. 의사결정권자가 그런데.

무정형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체계를 만드는 게 쉽지가 않다. 계량화가 어려우니.
회사 안에서만 봐도 그렇다. 디자인, 스타일, 스토리텔링, 이런 게 갈수록 중요해진다. 소비자의 경험과 감성을 잡아내는. 그런데 품질 좋고 가격 싸고, 이런 측정 가능한 영역에 있는 사람들하고 토론하면 대개 진다. 거기는 수치로 나와 있고 무정형 영역은 숫자가 없고. 또 회사 안에서의 권력도 보통 측정 가능한 영역이 더 세고. 사실 의사결정권자들한테 ‘당신네들 능력이 곧 의미가 없어진다’ 이걸 받아들이라는 얘기를 하는 셈이니,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돌파구가 있을까?
뭔가 충격적인 계기가 필요하긴 할 거다. 역시 이세돌 9단이 져야 하나(웃음).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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