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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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나라는 왜 사드에 발끈할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에 중국과 러시아가 발끈했다. 탐지 거리가 약 2000㎞에 달하는 사드의 X밴드 레이더를 한국에 배치하면 중국 베이징 인근에 있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 기지, 상하이 인근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기지, 사거리 1800㎞의 신형 둥펑(DF)-21 탄도미사일이 배치된 다롄이 가시권에 들어온다. 중국의 탄도미사일은 미국 본토와 하와이·괌·오키나와까지 사정권에 두는데 사드 레이더에 노출되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러시아도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즉각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러시아와 미국은 10여 년 전부터 유럽 MD(미사일 방어체계)로 인해 갈등을 겪어왔다. 루마니아와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에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하는 논의가 끝난 단계라 러시아는 사드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유럽 MD가 이란의 미사일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러시아는 믿지 않는다. 이번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서도 북한을 겨냥한다고 믿지 않는다. 서쪽은 동유럽에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가 진을 치고, 동쪽으로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가 러시아를 둘러싸는 형국이다.

ⓒEPA2010년 폴란드에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 러시아는 유럽 MD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사드의 고성능 X밴드 레이더가 한국에 배치되면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같다. 이명박 정부 때 미국은 백령도에 X밴드 레이더 배치를 요구하기도 했으나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당시 한국 정부 입장 때문에 무산되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2000년대 초반 미국이 미사일 방어 구축 계획을 발표할 때부터 경계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갖고 있는 핵 억지력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중국·러시아 대 미국이 벌이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둘러싼 갈등은 한국이 외교력을 발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한국과 미국은 2006년 1월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합의했다. 주한 미군이 한반도 전쟁뿐 아니라 언제든 한반도 인접국의 전장에도 투입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중국과 러시아 처지에서는 이런 분위기에서 한반도의 사드 배치가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공포의 창(탄도미사일)과 방패(미사일 방어체계) 간 갈등에 한반도만 볼모로 잡혀 있다.

기자명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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