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왕이-케리의 또 다른 카드?


성능은 불확실한데 가격은 확실히 1조 이상

 

이웃 나라는 왜 사드에 발끈할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 논의가 쟁점이 된 건 2013년 9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 사령관의 발언이 시작이었다. 그가 갑자기 “북한이 중거리 노동미사일의 발사 고각을 높여 남한을 타격한다”라며 ‘고고도(40~150㎞) 방어’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본국에 사드 배치를 요청했다” “이미 부지 조사까지 완료했다”라는 돌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시 주한 미군에서 근무한 한 익명의 관계자는 “사실 사드의 실체도 잘 모를 때이며 당시엔 아직 사드의 다발성 시험이 성공하지 못한 단계여서 무척 의아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2013년 10월16일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은 예정에도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드와 SM-3에 대해 “도입을 결정하지 않았고 고려하지도 않는다”라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해프닝 수준이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올해 사드는 한반도 정세의 최대 현안이 되었다. 그간 우리 정부의 입장은 ‘(미국의) 요청이 없었고, 협상도 없었으며, 검토 또한 된 바 없다’로 일관되었다. 그러나 지난 1월13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대국민 담화에서 사드 배치 협의를 공식화했다. 이는 1월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수소탄 실험) 직후에 나온 조치다. 이어 열린 긴급 대책회의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한민구 국방부 장관,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 사령관도 참석했다. 2년6개월 전 스캐퍼로티의 ‘뜬금없던’ 발언이 현실화한 것이다.

ⓒ연합뉴스2014년 9월 의장행사에 참석한 한민구 국방장관(오른쪽)과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 사령관(가운데).

미국 의회가 조사를 의뢰하고 미국 국방부의 도움을 받아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작성해 지난 1월21일 공개한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2025’ 보고서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한국은) 미국의 경험으로 볼 때 미사일 요격 체계를 개발하고 배치하는 데 ‘수십 년의 노력’이 요구되니 미국이 이미 개발한 사드 체계로 북한 미사일 위협에 하루라도 빨리 대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지금의 흐름으로 보면 이런 조사가 지난해 이미 이뤄졌고 한·미 양국은 물밑에서 논의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드 제조사인 록히드마틴 임원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 초까지 7차례나 방한했고, 이와 관련한 발언도 나왔다. 록히드마틴의 마이클 트로츠키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 공식·비공식으로 사드 배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논의는 초기 단계다”라고 밝혔다. 국내 언론들이 사실 확인에 나서자 록히드마틴 사는 바로 다음 날 “양국 정부 간의 논의를 알지 못한다”라며 부인했지만, 사드를 판매하는 최고 책임자가 그것도 기자회견을 통해 한 발언이 그냥 나왔을 리 만무하다. 워싱턴의 한 군수 전문가는 “아마도 다중 포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무기 파는 회사 입장에서는 홍보가 중요하다. 반면 군사 무기를 수입하는 나라 처지에서는 여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홍보와 여론 안심시키기를 동시에 하는 마케팅 전략이었을 것이다.”

ⓒ연합뉴스존 틸럴리 전 주한 미군 사령관(위)은 록히드마틴 소속으로 ‘사드 도입’을 돕기도 했다.

록히드마틴에 12조원 이상 지불해야 할 처지

록히드마틴이 2010~2015년 한국과 맺은 무기 도입 계약은 40여 건으로, 대형수송기 도입 사업(약 4300억원)과 야간표적 식별장치 2차 사업(약 1850억원) 등 79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F-35 40대 도입 사업으로 내년부터 2021년까지 7조3419억원을 가져간다. 차기 이지스 구축함 광개토-Ⅲ(Batch-Ⅱ)에 탑재할 이지스 전투 체계 사업이 1조5000억원에, 1조8000억원의 KF-16 개량 사업도 록히드마틴이 맡았다. 얼추 계산해보면 향후 한국 정부는 록히드마틴에 12조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사드를 도입할 경우 1개 포대 배치에 최소 1조원이 더 들어간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는 이들의 수입을 보장하는 가장 큰 요인이 남북 관계의 긴장이다. 한반도에 긴장 상황이 고조될수록 무기를 더 팔 수 있다. 록히드마틴의 주요 간부 중에는 미국 국방부 출신이 많다. 현역 시절 해외 근무를 하며 군수업체와 관계를 유지하다 제대 후 그곳으로 이동한다. 한 미군 장교는 “원한다고 누구나 제대 후 군수업체에서 모셔가는 것은 아니다. 현역 시절 해당 업체에 대한 마케팅 실적이 좋을수록 영입 순위가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월터 샤프나 존 틸럴리 등 한국을 거쳐 간 역대 주한 미군 사령관들도 현재 록히드마틴에 소속돼 있다. 특히 틸럴리는 지난해 3월12일 미국을 방문한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사드 도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한반도 긴장 상황이 이들의 최고 영업 전략이며 록히드마틴은 이를 십분 이용한다.

그런데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이 록히드마틴 사와 사드 관련 5억2800만 달러(약 6321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 1월 초다. 록히드마틴의 사드 담당인 리처드 맥대니얼 부사장은 계약 체결 후 “록히드마틴은 미국과 전 세계 동맹국들의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고 비용 절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개발된 지 20년이 넘는 사드에 대한 계약을 이제야 체결한 것은 사드를 이용한 다층 미사일 방어 시험이 지난해 11월에야 처음으로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는 1987년 개발이 확정되어 그동안 시험을 계속했으나 실패한 전력이 있다. 이번에는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 유럽사령부, 태평양사령부,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 시험국(BMDSOTA) 등이 동시에 참여해 서태평양 웨이크 섬 인근에서 시험을 했는데, 상층 방어를 하는 이지스 전투 체계와 중층 방어를 하는 사드 체계를 이용해 탄도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을 동시에 요격하는 능력을 입증한 것으로 알려진다. 비영리기관인 미사일방어 옹호연맹(MDAA)의 설립자 리키 엘리슨은 로이터 통신에 “미군이 다층 방어 능력을 입증해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험이 사드를 유럽에 먼저 배치한 뒤 그다음 한국에 배치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시험 후 미국 국방부가 록히드마틴과 계약을 체결했고 거의 동시에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식화한 셈이다.

이처럼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계기로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새삼 명분화할 수는 있지만, 1조원이 넘는 고가의 상품, 그리고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상품의 정확성과 안전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가 크다.

요격미사일, 요컨대 날아오는 미사일을 맞히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은 “공기 중에서 작동하는 추진체·센서와 공기가 희박한 우주에서 작동하는 추진체·센서는 다른데 이 부분이 제대로 시험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실전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사드가 요격하려면 대기권을 벗어나서 맞혀야 하는데 아직 우주에서의 시험 결과는 없다는 얘기다. 또한 안정성에도 문제가 있다. 군사 장비 중 가장 강력한 극초단파를 발사하는 사드 레이더의 특성상 주변 환경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대도시나 주거지 인근은 사드 기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는 반경 100m 안에서는 사드 전자파가 심각한 화상이나 내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그 정도 파괴력이라면 100m 밖에 있는 인간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미군의 사드 포대가 배치된 기지가 외진 사막이나 해안 등 개활지에 건설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또한 전자파 때문에 반경 5.5㎞ 면적이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도시 개발이 전면 제한되어야 한다. 땅덩이가 좁고 인구밀구가 높은 한국에서는 마땅한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대구·군산·원주·평택 등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마다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한 것도 그래서다. 국방부는 “기존 주한 미군기지가 아닌 제3의 장소에 사드 포대를 배치할 수 있다”라고 했지만 그럴 경우 약 15만 평의 부지와 최소 5000억원 이상이 기반시설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드 비용을 미국이 지급하고 한국 정부가 부지 등 기반시설 비용을 댄다 하더라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상황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최초로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발언한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 사령관은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 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령관으로 영전할 예정이다. 역대 주한 미군 사령관의 전례와 달리 곧바로 요직으로 영전하는 보기 드문 사례다.

기자명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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