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80%는 일생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허리 통증을 겪는다. 요통은 통증 자체보다도 주변의 말이 더 무섭다. “허리는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디스크는 손상되면 끝이다”라는 말을 한 번씩은 듣는다. 허리 통증이 찾아오면 불안한 마음에 수술을 잘한다는 병원을 알아보고, 최신 시술법이 나왔다는 말에 솔깃하게 된다. 허리 근육 보강에 좋다는 근력 운동도 열심히 한다.

이 모든 것을 당장 멈추라는 의사가 있다. 그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허리 수술을 절대로 하지 마라”고 강력하게 권유한다. 대체의학이나 비주류 의학계의 목소리가 아니다. 서울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정선근 주임교수다. 정 교수는 잘 관리하면 100세까지 건강히 쓸 수 있는 허리를 잘못된 치료와 잘못된 운동으로 망가뜨리는 사례가 너무 많다고 말한다. 그 자신이 잘못된 운동요법 때문에 허리 통증으로 고생한 경험도 있다. 정 교수는 최근 허리 통증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 허리 관리법을 알리기 위해 책 <백년 허리>(사이언스북스)를 썼다.

ⓒ시사IN 이명익

 

허리 디스크는 놔둬도 자동으로 낫는 병이라고 썼다. 정말인가?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과학적으로는 타당하다. 디스크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굉장히 오래된 얘기인데도 전문가들 중에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삐져나온 디스크가 물리적으로 신경을 압박해서 아픈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자동으로 낫는다는 건가?
디스크라는 게 뭔지를 우선 알아야 한다. 디스크는 물렁뼈다. 가운데 말랑말랑한 젤리 같은 수핵이 있고, 그걸 섬유륜이라는 껍질이 싸고 있다. 우리 허리를 떠받치는 척추뼈는 구부리고 비틀고 하는 움직임 때문에 쉴 새 없이 충격이 가해지는데, 척추뼈 사이에 들어가 있는 디스크가 충격 흡수 장치다. 디스크가 통증을 유발시키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디스크 내부가 손상되어서 아픈 디스크성 요통이고, 또 하나는 디스크가 튀어나와서 생기는 좌골신경통이다. 디스크 때문에 다리가 아프다는 게 이거다. 디스크 안에 있는 젤리가 흘러나와서 다리로 가는 신경에 묻으면 다리가 그렇게 아프다.

(주)사이언스북스

실제로는 물리적인 압박이 중요한 게 아니다. 핵심은 염증이다. 젤리 안에 들어 있는 세포들이 디스크 밖으로 나오는 순간 죽게 된다. 거기서 염증 물질이 나온다. 염증이 없으면 웬만큼 물리적 압박이 있어도 아프지 않다. 염증이기 때문에 자연치료가 된다.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아도 6개월이면 통증이 사라진다(위 <그림 3> 참조). 디스크의 이런 특징 때문에 사이비 치료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뭘 해도 통증은 가라앉으니까 환자는 치료가 효과를 본 걸로 생각한다.

염증은 자연치유가 된다 해도 탈출한 디스크는 의학적으로 조치해야 하지 않나?
그것도 저절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63%는 저절로 삐져나온 크기가 줄어들고, 13%는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연구가 있다. 삐져나온 디스크는 수핵이 노출되고, 그러면 수분이 마르게 된다. 젤리로 된 방향제가 시간이 지나면 쭈그러드는 것과 같다. 만일 탈출된 디스크를 다시 밀어넣고 찢어진 부위를 수술로 다시 옛날만큼 딱딱하게 해줄 수 있다면 제일 좋다. 그런데 그런 수술법이 아직은 없다.

디스크성 요통은 뭔가?
쉽게 말하면 디스크가 깨져서 아픈 거다. 디스크에는 신경과 혈관이 없지만, 한번 찢어진 자리가 아무는 과정에서 혈관이 생기고 신경이 자라 들어가서 통증도 느끼게 된다. 이것도 자연치유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허리 통증의 원인은 디스크가 아니라 근육통이라는 주장도 있더라.
내가 학생 때는 그렇게 배우기도 했다. 요통은 거의 근육 뭉침을 동반하니까. 사실은 디스크에 문제가 생기면 척추 주변 근육이 뭉쳐서 허리를 움직이지 않게 보호하는 것이다. 디스크가 회복되면 근육도 풀린다.

허리가 아프면 많이 듣게 되는 말이 “허리는 한번 가면 안 돌아온다”라는 거다.
전문가들조차 허리를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치료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나빠지니까 그런 말이 나오게 된다. 멀쩡히 돌아올 수도 있었던 허리를 손대서 망가뜨린 눈물 나는 사례가 참 많다.

자연치유가 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어떤 의사들은 밥벌이에 문제가 생기겠다.
안 좋을 거다. 돈만 빨아먹는 치료가 많다. 심지어 돈도 나가고 몸도 망치는 치료가 있다. 요즘 많이 하는 건 주로 고주파 시술인데, 속에 집어넣어서 지지는 거다. 한의학계도 그렇고. 한번은 골프장 경영자가 나한테 골프장에 와서 강의를 해달라고 하더라. 캐디들 월급이 얼마인데 허리 낫는 약이라고 한약에 300만원어치 돈 쓰고 다니더라면서.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이 다 털린다. 공부 좀 한 사람들, 한두 다리 건너면 의사 아는 사람들은 정보 알아보고 안 속는다. 그래서 요즘은 의사들이 ‘디스크 탈출’ 말고 ‘협착’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협착은 또 뭔가?
구멍이 좁아지는 거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디스크가 펑퍼짐해지면서 뒤로 밀린다, 후방 관절이 두꺼워진다, 마지막으로 뒤에 깔고 있는 황인대라는 게 두꺼워진다. 그런데 그 세 가지 다 디스크가 망가지면 생기는 증상이다. 결국은 디스크가 건강하면 협착증도 안 생긴다. 환자가 “디스크 탈출은 저절로 좋아진다는데” 이러니까 의사가 “너는 협착이야” 이렇게 하는 거다. 협착이 좀 더 겁나는 용어니까.

허리 통증 환자에게 수술을 권유하는 병원이 그렇게 많은 건 결국 돈벌이 때문인가?
현장에서 보면 하나가 더 있다. 수술을 하는 사람은, 특히 처음 배운 친구들은 일단 수술을 하고 싶어 한다. 증상이 일단 비슷해 보이면, 망치 들면 모든 게 못대가리로 보이듯이. 거기다가 경제적인 보상이 주어지니까 (수술 동기가) 더 강해진다. 또 새로운 치료법일수록 대부분 비보험이다. 그게 ‘시술’이라는 건데, 오히려 어렵게 수술하는 것보다 시술 한두 번 하는 게 훨씬 더 짭짤할 수 있다.

 

(주)사이언스북스

수술도 아니고 검사용 바늘 하나만 찌르는 것도 위험하다고 썼다.
그게 ‘디스크 조영술’이라는 거다. 아주 가느다란 바늘로 디스크를 찔러 조영제를 투입하면 엑스선으로 디스크 내부 상태를 볼 수 있다. 지금도 많이 쓰는 기법이다. 그런데 허리 상태에 문제가 없는 지원자 75명을 받아 디스크 조영술을 하고 10년간 추적한 연구가 있다. 바늘을 꽂은 방향으로 디스크 탈출이 생기더라. 바늘 하나 찔러넣는 간단한 조사로도 망가지더라는 거다. 디스크라는 게 물방석이니까 터뜨리면 안 된다. 수술해야 하는 경우는 다리 힘이 갑자기 약해질 때, 힘이 풀리고 소변이 질질 샐 때다. 그때는 수술하지 않으면 평생 하지 마비가 올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운동요법을 병행한 자연치유가 최선이다. 그런데 운동도 제대로 해야 한다. 수술만 허리를 망치는 게 아니다. 운동 처방도 허리를 망친다.

운동 처방이 어떻게 잘못되어 있다는 얘긴가?

내가 42세에 처음 디스크가 왔다. 명색이 재활의학과 의사인데(웃음). 3년간 각종 허리 강화 운동을 했다. 윗몸일으키기부터 해서 열심히 했는데 더 나빠지더라. 이상하다 왜 이렇게 아파지는 거지 하면서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윗몸일으키기가 허리 강화 운동이 아닌가?
디스크가 건강한 10대, 20대 때는 해도 된다. 허리에 문제가 생긴 후에는 하면 안 된다. 윌리엄스 트레이닝이라고 있다. 역시 허리 구부리는 운동이다(위 <그림 5> 참조). 나는 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러면 환자들이 나를 돌팔이 보듯 한다. 윌리엄스 트레이닝을 하버드에서도 시킨다. 하버드가 하라는데 겨우 서울대 의사가 하지 말라고 하니 믿겠나(웃음). 속는 셈 치고 3개월만 내 말 들어보고, 효과 없으면 하버드가 시키는 거 하시라고 한다.

윗몸일으키기 하지 마라, 윌리엄스 트레이닝 하지 마라, 이런 조언이 결국 허리를 구부리면 디스크에 나쁘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똑바로 서거나 앉은 자세를 해보면, 요추(허리뼈)는 앞쪽으로 완만하게 휘게 된다. 이 자세가 기본이다. ‘요추 전만’이라고 한다(아래 <그림 1> 참조). 반대로 등을 굽히면, 그러니까 뒤로 휘게 만들면 위아래 뼈가 부딪치면서 디스크를 뒤로 밀어낸다. 그게 디스크 탈출이다(아래 <그림 2> 참조). 간단한 원리다.

(주)사이언스북스

디스크는 뒤로 튀어나오는 게 나쁜 거니까 허리를 구부리면 나쁘다는 말은 직관적으로도 이해가 쉬운데, 어떻게 수십 년 동안 구부리는 운동법이 교과서에 실릴 수 있나?
정말 그렇다. 당연히 앞으로 구부리면 뒤로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 왜 구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못했냐는 건 정말 가슴 뜨끔한 질문이다. 내가 이 문제를 처음 고민하면서, 우린 너무 오랫동안 환자를 눕혀만 놓고 봤구나 생각했다. 누운 상태의 환자를 보면 요추 전만이니 뭐니 신경 쓸 일이 없다. 그런데 내가 이 아이디어를 얻은 맥길이라는 사람은 스포츠맨들, 활동하는 사람을 본다. 이를테면 데니스 강이 킥을 할 때 어떻게 하면 안 아플 것이냐 이런 걸 보는 사람이다. 체대 가면 기본이 허리 꼿꼿이 세우는 자세 잡기부터 시작한다. 의대와 달리 이쪽 관점이 들어오니까 그런 게 보이지 않았을까.

지금도 교과서의 대세는 ‘구부리는 운동’인가?
지금은 나도 교과서를 쓰니까, 나는 그렇게 안 쓴다. 하지만 전통적인 교과서도 있을 거다. ‘구부려라’와 ‘구부리면 나쁘다’는 근본적으로 정반대 접근법이다. 이게 말하자면 전투 중인 건데, 내가 정면으로 전투를 하려면 ‘구부리는 운동’ 그룹하고 ‘요추 전만 운동’(매켄지 운동) 그룹을 따로 만들어서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 의학에서는 이런 게 참 어려운 게 내가 구부리면 나쁘다고 믿는 사람인데 환자더러 구부려라 할 수는 없지 않나.

일반인 눈높이로 보면, 요추 전만 자세가 좋고 반대는 나쁘다,라고만 생각해도 되나?
맞다. 그거만 알면 되는데 허리 통증으로 이리저리 알아본 분들일수록 그게 잘 안 되더라. 내가 한참 설명해주고 보낸 환자가 2년 뒤에 다시 아파서 왔다. 들어보니 윌리엄스 스트레칭을 열심히 했다. 그거 하면 안 된다고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하니까 언제 그랬냐고 호통을 치고 그런다. 바닥에 놓인 물건을 들다 허리 나가는 사례가 많지 않나? 심지어는 지우개 줍다가 디스크가 터지는 사례도 있다. 장시간 무리한 자세로 있다가 살짝만 구부려도 터지는 거다. 물건을 들 때 요추 전만을 유지하면 허리가 아니라 엉덩이와 허벅지 힘으로 들어 올리게 되니까 안전하다.

‘바른 운동’으로 매켄지 운동법을 소개했는데.
책에서는 서서, 앉아서, 엎드려서 하는 운동을 소개했다. 원리는 같다(위 <그림 4> 참조).

(주)사이언스북스

걷기는 효과가 있나? 운동량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
걷는 게 제일 좋다. 자연스러운 자세로 걸어라. 근골격계 통증이 대부분 연골·힘줄·인대 이런 데서 나오는데, 그 연골·힘줄·인대가 하는 일이 힘을 받는 일이다. 너무 많은 힘을 받으면 손상되지만 감당할 만한 힘은 받으면 받을수록 더 튼튼해진다. 제일 안 좋은 게 뭐냐면, 허리 통증이 왔으니 허리 근육 보강한다고 헬스장 등록해서 개인 트레이너까지 붙여 ‘빡세게’ 근력운동 하는 거다. 윗몸일으키기부터 해서 전부 구부리는 운동을 열심히 한다. 그게 젊은 사람들 허리 망가지는 대표 경로다.

책상에 앉아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구부리게 된다.
펀드 매니저들 말을 들어보니 구부정한 자세로 새벽 2시까지 모니터만 쳐다본다더라. 그럴 때 실시간으로 디스크 손상이 오는데, 당시는 모른다. 찢어진 부위에 염증이 충분히 올라와야 아프니까 한 3~4시간 후에 통증이 느껴진다. 허리 아픈 사람들이 대부분 아침에 일어났더니 아픈 게 그래서다. 이건 ‘구부리는 운동’이 아직도 살아남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로 구부리는 운동을 하면 시원해진다. 허리 주변 근육이 뭉쳐 있다가 풀어주니까 시원한 느낌이 한 20분 정도 간다. 찢어진 디스크 통증은 3~4시간 뒤에 오기 때문에 그 운동이 나쁘다는 생각을 못한다.

사무직은 자세를 어떻게 하는 게 좋나?
목을 앞으로 빼고 구부리는 자세가 가장 좋지 않다. 모니터를 높여라. 요추 전만 자세가 바른 자세지만, 이걸 장시간 유지하는 건 힘들기도 하고 좋지도 않다. 서서 일하기가 유행하기도 했는데, 허리는 괜찮을지 몰라도 다른 쪽으로 하중이 가고, 무엇보다 힘들다. 앉아서 일하되 자세를 자주 바꿔라. 매켄지 운동을 할 수 있으면 좋지만 사무실에서 곤란할 때는 ‘앉아서 하는 매켄지’만 해도 된다. 기지개라고 생각해도 좋다.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는 상관이 있나?
당연히 있다. 첫 번째로는 허리에 나쁜 자세가 목에도 나쁘다. 두 번째, 디스크는 유전 영향이 꽤 있다. 유전적으로 약하면 허리와 목이 둘 다 안 좋을 수 있다. 간혹 보면 허리는 깨끗한데 목만 심하게 망가진 사람도 있다. 그분들은 유전적으로는 좋은데 잘못 써서 한쪽만 망가진 거다. 그런 사람들은 사법고시 공부하는 거 아니냐, 펀드매니저 아니냐 이러면 대충 두 명 중에 한 명은 맞더라. 오늘 대화를 해보니 기자도 추가해야 할지 모르겠다(웃음).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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