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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북 금융제재의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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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 2월 출범한 뒤 한때 미국 외교가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 단어가 있다. ‘아시아 축(Asia Pivot)’과 ‘아시아 재균형(Asia Rebalancing)’이다. 전통적으로 유럽과의 외교에 치중해온 역대 행정부와 달리 오바마 행정부는 그간 소홀히 한 아시아에 외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었다.

한국·일본을 비롯한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은 대체로 이 소식에 환호했다. 그러나 유독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크게 반발한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 시각에서, ‘아시아 축’ ‘아시아 재균형’ 등의 용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노려온 자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 전략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은 지난 수년간 이 지역의 정치·경제·군사안보 등 핵심 분야에서 중국과 마찰 및 대립을 빚어왔다. 양국의 이런 충돌 양상은 최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맞서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공론화하면서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사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건설적 관여(constructive engagement)’를 대중국 외교 전략의 원칙으로 삼아왔다. 적극적 교류와 협력으로 중국의 자유화를 추동한다는 개념이다. 이런 외교 기조는 미·중 관계의 물꼬를 튼 공화당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이후 현재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지속돼왔다. 하지만 ‘아시아 축’ ‘아시아 재균형’이 ‘중국 봉쇄론’으로 인식되면서 미·중 양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불편한 관계를 겪어왔다.

ⓒMissile Defense Agency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에 맞서 사드 시스템 가운데 한 개 포대를 괌에 배치했다.

단적인 예가 중국이 타이완을 포함한 6개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벌이는 갈등이다. 지난해 10월 하순 미국 구축함 한 척이 남중국해에 있는 중국 인공섬 인근에 진입하자 중국이 구축함 2척을 보내 추격전을 펼치면서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그 한 달 전에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및 사이버 해킹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인 바도 있다. 경제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중국이 주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하자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서두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패권을 놓고 접전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중 위기를 더욱 격화시키는 것이 바로 한국의 사드 배치 논란이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는 명목으로 사드 시스템을 본격 개발해왔다. 2009년 6월 처음으로 하와이에 배치했다. 최첨단 사드 시스템은 발사대당 8개의 요격미사일을 장착해 유사시 적의 탄도미사일을 동시다발로 요격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에 맞서 2013년 5개 사드 시스템 가운데 한 개 포대를 괌에 배치한 상태다.

미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가 전적으로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중국은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자국의 핵미사일 전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강경하게 반대해왔다. 사드 배치가 공론화되자 중국이 주중 한국 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한 게 단적인 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글로벌 타임스〉가 최근 사설에서 “사드가 일단 배치되면 중국의 미사일이 사드의 감시망에 포함되고, 그 경우 중국의 국가 안보가 위험하게 되리라는 게 다수 군사 전문가의 광범위한 견해”라고 지적한 것도 그래서다. 실제로 최근 중국을 방문해 정부 관리들과 학자 등을 두루 만난 한 대북 전문가는 “중국은 기본적으로 사드 배치를 자신들에 대한 도발로 간주한다”라고 밝혔다.

북핵 문제를 대하는 미국과 중국의 다른 태도

주목할 점은 한국의 사드 배치가 공론화되면서 대북 문제와 관련한 미·중 양국의 대결 양상도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군사적 갈등을 빚으며 신경이 곤두설 대로 곤두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토록 우려하던 한국 내 사드 배치 문제까지 겹친 것이다.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대미 협조도 예전 같지 않다. 지금껏 북한 문제에 관한 한,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최우선 과제로 간주해왔다. 반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한반도 안정과 현상 유지 다음으로 본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한 외교 전문가는 “남중국해 충돌로 미·중 관계가 크게 악화되면서, 중국 지도부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에 협조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맞선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추가제재 결의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AP Photo미국 구축함 라센함(위)은 2015년 10월27일 남중국해에 있는 중국 인공섬 인근에 접근했다.

미국 역시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독자적인 대북 제재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태세다. 단적인 사례가 미국 연방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대북 제재 법안이다. 이 법안은 북한의 자금줄 차단에 초점을 맞춘 금융제재 성격이 강하다. 2006년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BDA)의 계좌를 동결당한 바 있다. 고작 2500만 달러가 예치된 계좌였다. 그러나 당시 북한이 받은 충격은 미국이 놀랄 정도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금융제재로 북한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또한 문제의 법안에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이나 개인이 미국 금융권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 법안이 발효할 경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상인이나 기업들이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허점이 보인다. 미국은 과거에 이란의 핵 개발 의혹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이 포함된 강력한 금융제재를 10여 년간 지속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시에도 중국은 이란과의 거래에서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금융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특수 금융기관을 여러 개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현재 미·중 갈등 상황을 감안할 때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취해도 중국 정부가 적극 협력하지 않을 것이며, 이란 경우처럼 미국의 제재를 의도적으로 무력화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행정부 내 대북 기류에 정통한 한 외교 전문가는 “지난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뒤 미국 정부엔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다. 이들 강경파는 사드 배치 등으로 이 지역에 군사력을 강화하면 불만이 고조된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과연 이들의 희망대로 될 수 있을까? 대북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북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이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한 뒤 북한을 크게 압박하고 지원도 줄였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미·중 충돌이 심화되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전의 기조를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즉, 북한에 대한 압박 정책을 오히려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자명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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