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7월9일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린 G8 회담에서 후쿠다 일본 총리(오른쪽)를 만난 이명박 대통령(왼쪽).

요즘 검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동원해 한창 국내 언론을 ‘토벌’하는 이명박 정권의 목덜미를 잡은 것은 외신이었다. 일본 유력 일간지 요미우리 신문의 7월15일자 기사 한 토막이 문제였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7월9일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린 G8 회담 때 후쿠다  일본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케시마(독도)를 (교과서 해설서에) 표기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통고했고,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일본의 독도 영유권 명기를 묵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온 나라가 들썩였다.

청와대는 일본 측의 ‘언론 플레이’라며 보도 내용을 부정했다. 사태가 ‘진실 게임’으로 진행되자 국민은 혼란스러워졌다. 7월15일 오후 5시 일본 외무성 고다마 가즈오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공식 부인하면서 이 소동은 끝났다. 그리고 요미우리 홈페이지에서 해당 기사가 삭제되면서, 일본 측이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된 사실이 하나 있다. 7월9일 후쿠다 총리가 독도 명기 문제를 통보했다고 보도한 곳은 요미우리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는 식의 구체적 표현은 없지만, 교도통신과 NHK도 비슷한 보도를 했다. 교도통신은 7월13일 “후쿠다 총리가 7월9일 한·일 정상회담 때 일본의 영토로 (독도를 교과서 해설서에) 명기하는 방침을 한국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했다”라고 보도했다. NHK도 7월14일 마찬가지 내용을 전했다. 교도통신과 NHK를 우파 언론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청와대는 G8 때 이런 말을 전해 들은 적이 아예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 독도 명기 반대했다”

청와대의 답변은 다소 혼란스럽다. 이동관 대변인은 7월15일 아침 브리핑 때 “정말 G8 때 후쿠다 총리로부터 통보받은 적이 없느냐”라는 질문에 “통보는 아닌데 그런 말이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한 차례 평지풍파를 일으키자 오후 브리핑 때는 “(후쿠다 총리가) 일본 국내 사정은 어렵지만 대통령 말씀은 알겠다는 취지의 사정 설명이 있었다는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상당히 복잡하게 설명했지만, 결국 그 15분간의 대화에서 독도 교과서 해설서 명기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
은 사실이라는 얘기다.

정확한 진실은 무엇일까. 위에 언급한 세 일본 언론 중 한 곳에서 일하는 관계자와 접촉해봤다. 해당 기사를 직접 쓴 기자와 바로 연결되는 사람이었다. 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는 것보다는 더 강한 어조의 표현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찌 됐든 후쿠다 총리가 독도 명기 사실을 통보한 것은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사 파동의 출처는 일본 외무성으로 지목된다. 해당 기사를 쓴 것이 외무성 출입기자들이기 때문이다. 일본 기자들은 최근 외무성 이 관련 발언을 부정하는 것에 대해 “사태가 커지자 양국 정부가 민감한 내용을 덮으려 한다”라고 본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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