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한국 시장 장악한 ‘일본계 대부업체들’ 그 팀이 한국 선수들을 영입하는 까닭
일본에서 안 되는 일, 왜 한국에서 허용하나
 

일본 대부업체의 금융권 진출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종걸(58)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8월26일 국회에서 만났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 경제에서 활개 치고 있는 일본 대부업자들에 대한 법적 대책과 도덕적 기준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대부업체들이 한국의 대부업과 저축은행 시장을 거의 장악했다. 일본에서는 대부업체가 제도 금융권 사업에 나서는 것이 금기시되어 있다. 명확한 법규가 있는 건 아닌 것으로 안다. 하지만 법령과 상관없이 사회적 규약으로 그렇게 되어 있다. 어찌 보면 법보다 훨씬 힘이 센 사회적 약속이다. 일본 2대 은행인 미즈호은행이 야쿠자 관련 대출 스캔들에 휘말려 회장이 사임하고 임원 54명이 징계를 받았다(2013년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산하 소매금융 회사인 오리엔트 코퍼레이션이 야쿠자 세력에게 약 2억 엔(약 22억원)을 대출했다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다). 부정한 집단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사IN 조남진이종걸 의원은 “일본 대부업자에 대한 법적 대책과 도덕적 기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일본 대부업체들이 한국 증권사까지 인수하려고 한다. 일본 대부업자들에게 금융사를 통째로 넘긴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야쿠자에게 대출해주는 것보다 몇 배 더 중요한 일이다. 그들의 투자 재원, 돈의 출처가 분명치 않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현대증권의 오너가 오릭스라는 것은 현대증권이 일본은 물론 국제적으로 커나가는 데 분명한 장애가 될 것이다.

돈에 이름이 써 있냐며 투자자의 국적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많다. 우리 정부도 이런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돈에도 색깔이 있다. 하얀 돈이 있고, 검은 돈이 있다. 다 같은 돈이 아니다. 오릭스는 일본에서 고리대금 사업에 국한되어 사업을 벌인다. 범위를 넓혀도 론 서비스, 부동산 리스에 한정된다. 일본에서 오릭스는 절대로 증권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도 이런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본다. 오릭스가 한화와 손잡고 대한생명 인수에 나설 때도 문제가 있었다. 우리 금융기관을 급전에 내놓는 것인데 금감원은 근거 규정 이야기만 하고 손을 놓고 있다. 재원의 성격에 대한 정성 평가가 필요하다.

일본 대부업 자금이라고 규제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금융업은 도덕성을 검증해 자격을 주는 사업이다. 어느 정도는 최적화된 자본이 참여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도 금융업에 관한 공익성 심사 규정이 명확하지는 않다. 가이드라인이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 어떤 선진국도 오릭스와 같은 사채업자들이 통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럴해저드는 굉장히 광범위한 측면이 있지만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 무한 심사, 도덕 심사가 필요하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릭스는 현대증권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8월24일에는 오릭스 체제를 위해 대표이사까지 바꾸었다. 오릭스가 일본에서 증권사를 인수한다는 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손쉽게 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 증권사는 은행만큼이나, 어떤 면에서는 은행보다 더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기관이다. 한국 금융시장의 핵심을 일본 사채업자들에게 내주면 순도 높은 일본의 제1금융권은 물론 선진국의 금융기관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으려 할 것이다. 섞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릭스는 자기 돈 1300억원 정도만 들이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조달해 조 단위의 현대증권을 인수하려 한다. 특혜성 매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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