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주진우 기자

‘표절’ 스님 오신 날?
목탁 대신 손에 든 화투짝
“승복 벗으면 전문 도박꾼이 된다”
주지 선거철은 스님들의 쇼핑 시즌?

“중 벼슬은 닭 벼슬만도 못하다.” 불가에 떠도는 이야기다. 벼슬은 몰라도, 큰 절에 주지를 하려는 승려는 줄을 섰다. 돈 보따리를 싸들고. 주지 선거에서 10억원을 썼다는 이야기는 불가에서는 흔하게 들린다. 10억원이면 당선, 7억원이면 낙선이라는 ‘10당7락’이라는 말도 있다.

지난 4월, 경기도 화성의 용주사 주지 선거에서 금품이 뿌려졌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8월 용주사의 주지 성월 스님이 선거권을 가진 10명에게 모두 3800만원을 뿌렸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된 것이다. 경기 지역신문 〈경인일보〉는 지난해 8월21일 용주사 주지 선거 전날 밤 호텔 풍경을 보도했다. “용주사 주지 선거 전날 밤 수원의 한 호텔에 스님 수십명이 투숙해 음주와 흡연까지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스님들이 사용한 객실마다 빈 소주병과 맥주캔 등 술병과 스님들이 먹었다고는 믿기 힘든 치킨·족발 등 고기류와 라면·과자 같은 인스턴트식품 포장 쓰레기로 수북했다.” 용주사 돈 선거는 국내 대표적 선승인 송담 스님이 조계종에서 탈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용주사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문중이다.

“검찰과 승려들 간의 커넥션이 상상 이상이다”

2013년 7월 마곡사 주지 선거에 나선 원경 스님은 선거인단 9명에게 1인당 500만원씩, 총 4500만원을 건넸다. 상대 후보였던 공주 갑사 전 주지 태진 스님도 4530만원을 뿌렸다. 돈 받은 승려들의 양심선언으로 마곡사 돈 선거는 재판에 회부됐다.
 

ⓒ연합뉴스4월27일 경기도 용주사 승려들이 성월 스님의 ‘주지 선거’ 관련 금품 살포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5월1일 대전지법 공주지원은 주지 선거에서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기소된 공주 마곡사 주지 원경 스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태진 스님도 무죄를 받았다. 금품 교부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종단 내 문제는 종단에서 해결하라’는 게 판사의 판단이었다. 그러자 검사는 곧 항소를 포기했다.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과 승려들 간의 커넥션은 상상 이상이다. 당시 수사에 애를 먹었다. 종교인이 아니라 일반인이었다면 당연히 구속 사안이었다”라고 말했다. 무죄를 받았지만 승려들이 돈 선거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승려들의 선거 과정은 세속인의 선거보다 혼탁한 측면이 있다. 마곡사의 추문은 처음이 아니다. 2007년 12월 마곡사 주지 진각 스님은 말사 주지들에게 임명을 대가로 3억원을 받는 등 5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후임 주지였던 법용 스님도 말사 주지들로부터 7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마곡사는 본사 주지가 말사 주지들로부터 돈을 받고 자리를 팔았다. 그리고 주지가 되기 위해 선거인단에 다시 돈을 뿌렸다.

그동안 돈이 되는 말사 주지 자리를 팔거나, 큰 절을 빼앗으려고 조직 폭력배를 사는 일이 조계종 내에 종종 있었다. 총무원의 한 간부 승려는 “선거 때 스님들에게 돈을 주는 관습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하다. 넉넉한 스님들이 가난한 스님들과 나누어 쓴다는 개념이다”라고 말했다. 혜문 스님은 “선거철만 되면 승복을 맞추거나 쇼핑을 하는 스님들이 많다. 스님 유권자들이 돈에 유독 약하기 때문에 금권 선거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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