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주진우 기자

‘표절’ 스님 오신 날?
목탁 대신 손에 든 화투짝
“승복 벗으면 전문 도박꾼이 된다”
주지 선거철은 스님들의 쇼핑 시즌?


2013년 포항 오어사 전 주지 장주 스님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계종 최고위급 스님 10여 명이 수년간 국내외에서 상습 도박을 했다. 서울 서초동 은정불교진흥원 내 서재, 서울 강남의 오크우드호텔 특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필리핀·마카오 등지에서 판돈 수천만원을 걸고 도박판을 벌였다.” 여기에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해 종상 불국사 전 주지, 성직 불교신문사 사장, 원학 봉은사 주지 등 조계종 총무원의 실세들이 총망라돼 있었다.

그리고 장주 스님은 자신도 도박을 함께한 죄인이라며 포항지청에 수사를 요구하며 자수서를 제출했다.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이사장 자승)은 즉각 장주 스님을 무고 혐의로 민형사 고발했다. 조계종 호계원(법원 격)은 도박 의혹을 폭로한 장주 스님에 대해 승적을 박탈하는 최고 징계에 해당하는 ‘멸빈’ 선고를 내렸다. 이후 포항지청은 장주 스님 등 16명 승려의 도박 사건에 대해 전원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 장주 스님이 함께 해외 원정 도박에 나섰다는 종상·각원 스님에 대해서도 해외로 출국한 사실은 있지만 도박에 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혐의 없다고 처분했다.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이 장주 스님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손해배상 청구 역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제14민사부는 “피고(장주 스님)가 스스로 도박 사실을 자수하고 있으며, 그 내용도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인 사정 등에 비추어, 원고가 문제 삼고 있는 이 사건 고소와 기사 등의 내용은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라고 판시했다.
 

ⓒ성호스님 제공2012년 백양사 승려 도박 동영상.

장주 스님이 고발한 16명의 도박 의혹 승려들 가운데 표충사 전 주지 재경 스님이 포함돼 있었다. 장주 스님은 “재경(스님)이 은정문화원과 호텔에서 판돈 수천만원짜리 ‘세븐오디’ 포커를 많이 쳤다. 주로 필리핀으로 원정 도박도 많이 다녔다”라고 말했다. 장주 스님의 말대로 재경 스님은 국내외 도박판을 전전했다. 재경 스님은 도박 빚을 충당하려고 표충사 땅 17필지 7만8284평을 몰래 팔기도 했다. 시가 100억원이 넘는 땅을 34억3000만원에 넘겼다. 재경 스님은 해외로 도피했다가 결국 구속됐다.

지난 3월 부산고법에서 있었던 재경 스님 판결문의 일부분이다. “피고인은 승려임에도 과거 약 10년 동안 120회에 걸쳐 필리핀을 출입하면서 그곳에 있는 카지노에서 도박을 했고 그에 든 경비 상당 부분을 이 사건 횡령·배임금으로 충당했다.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필리핀으로 도피하던 중에도 그곳에 있는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1998년 1월경부터 2012년 8월경까지 총 227회에 걸쳐 필리핀, 태국(타이), 홍콩, 중국 등에 여행을 다녔다.”

 

ⓒ시사IN 이명익자승 총무원장도 도박 관련 구설에 오른 바 있다.

폭력으로 ‘총무원장의 도박’ 기자회견 막은 승려들

승려들의 도박 문제는 조계종의 풀리지 않는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2012년 백양사 앞 호텔에서 도박을 하던 승려들의 동영상이 공개돼 큰 파문을 낳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자승 총무원장의 도박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려던 적광 스님을 조계종의 호법부 승려들이 폭행한 사건도 발생했다. 폭행에 가담한 현 중앙종회의원(국회의원 격) 법원 스님(당시 호법부 상임감찰)과 이세용 종무실장(조계사)이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조계종에 도박 사건이 만연한 것에 대해 총무원의 한 간부 승려는 “전국 2900여 사찰에서 연간 1조5000억원가량이 걷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막대한 돈은 큰스님들에 의해 거의 불투명하게 관리되고 있고 이것이 조계종에 도박 사건, 사기 사건이 그치지 않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한 말사의 주지는 “중들이 돈은 많은데 여가생활을 즐길 게 별로 없다. 스님들 사이에 돈이 오가는 문제라 도박이라는 거부감이 별로 없다”라고 말했다. 장주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과 그 주변의 권승(權僧)들이 도박꾼이어서 자정 능력이 없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겨도 검찰 고위층에서 다 막아준다. 도박 증거가 그렇게 많은데 무혐의 처리한 것은 불자인 김진태 검찰총장이 뒤를 봐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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