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계속 싸우는 이유는 아들을 국립묘지에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군을 망치는 간부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2월24일 서울 명동성당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김훈 중위 17주기 추모 미사장에서 아버지 김척씨(74·왼쪽 첫 번째)는 이렇게 말했다. 추도식장에는 예비역 육군 중장 김척씨의 백발이 성성한 옛 부하 1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군 의문사의 상징 격인 김훈 중위의 유골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순직처리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벽제 1군단 헌병대 영현창고에 방치돼 있다. 그럼에도 김척 장군이 “이만하면 명예가 회복됐다”라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회와 국민권익위, 군의문사위 같은 국가기관은 물론 대법원마저 김 중위가 자살했다는 국방부 주장을 배척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김훈 중위가 자살했다고 믿는 국민은 없을 테니 진정한 명예야 회복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시사IN 윤무영

하지만 그는 아들의 죽음을 둘러싸고 목격했던 군 간부들의 추악한 행태를 좌시할 수 없어서 끝까지 책임을 따지겠다고 말했다. “우리 부자가 합치면 36년간 군에 몸담았던, 누구보다 군을 사랑한 군인 가족이다. 그런 전우의 명예를 거짓과 조작으로 끝까지 짓밟고자 하는 국방부 핵심 간부들의 행태야말로 군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패악이다.”

이날 추모식장에는 지난 17년간 진상 규명을 위해 지난한 싸움을 벌여온 김척 장군의 생애를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무비엔진의 임성찬 감독도 참석했다.


기자명 정희상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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